뒤통수 맞은 지역신문들 "대언론 사기극!"

[지역언론 별곡 260] 신문기금 삭감에 강력 반발

등록 2008.12.16 14:21수정 2008.12.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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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금 삭감, 대언론 사기극" 

"MB정부·한나라당, 대언론 사기극 자행" 

"한나라당, 원안대로 강행 처리…명백한 사기극"

 

지역신문업계가 단단히 열을 받았다. 언론이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기상천외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16일자 지면을 통해 지역신문들이 일제히 분노한 이유다. 그러나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아직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신문들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전날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역발전정책에 대한 혼란과 실망이 너무 컸던 탓이다. 지뢰가 두 곳에서 동시에 터지고만 이날 아침 대부분 지역신문들은 레이아웃과 제목 등에서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히 묻어난다.  

 

"지역신문 지원기금 삭감 없던 일로 해놓고 삭감이라니... 충격"

 

이 정부의 언론과 지방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새삼 실감했다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예만 보더라도 공분을 살 만하다. 지역신문들이 그간 보도한 일련의 행태에서 묻어난다.

 

지난달 26일 "특별법 폐기되면 지역신문 고사"→ 27일 '한나라 '지역신문 죽이기' 강행'→ 28일 ''지역신문 지원 삭감' 없던 일로'→ 이달 2일 "지역신문법 2016년까지 연장"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지난 13일 내년도 예산을 강행 처리하면서 소외계층 구독료, 인턴사원 지원비 등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133억 원을 삭감한 정부안을 통과시키면서 파문이 다시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신문기금과 지역신문기금을 올해 수준으로 증액, 수정해 예결위로 넘긴 여야 합의안을 한나라당이 뒤집은 것이어서 지역신문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지역언론 사장단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지역언론의 어려움과 현안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검토해 보겠다"며 "성의 있게 지역언론 문제를 바라보겠다"고 밝혔다는 신문의 활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충격이 크다.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해 상임위 안으로 결정됐고 올해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는 브리핑도 한나라당 의원이 했는데, 다시 정부안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사기극'이라는 표현을 공통적으로 사용할 만하다.   

 

문화부는 올해 예산에 비해 신문발전기금 75억4600만 원, 지역신문발전기금 57억5400만 원이 삭감된 2009년도 기금 예산안을 지난 10월 국회 예산정책처에 제출해 신문업계의 반발을 샀다. 특히 지역신문들은 지역신문기금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신문 역사상 처음으로 지면파업을 단행하기도 했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는 국회 문방위에서 올해 수준으로 기금 예산을 증액하기로 하고 예결위에 수정안을 냈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도 지난달 12일 열린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국회에서) 수정해서 다시 원위치 하면 그대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시법인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이 2010년 만료되더라도 앞으로 예년 수준의 예산안이 지속적으로 편성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여 지역신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사상 첫 지면파업도 불과 이틀만에 철회됐다.

 

"뒤통수를 맞아도 단단히 맞았다" 공분하는 이유는?

 

a "신문기금 대폭 삭감...사기극" <국제신문> 16일자 8면.

"신문기금 대폭 삭감...사기극" <국제신문> 16일자 8면. ⓒ 국제신문

▲ "신문기금 대폭 삭감...사기극" <국제신문> 16일자 8면. ⓒ 국제신문

그러나 뒤통수를 맞아도 단단히 맞았다며 지역신문들이 다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신문>은 16일 '신문기금 대폭 삭감 언론계 반발'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 심의에서 전년도에 비해 신문발전기금 75억 원, 지역신문발전기금 57억 원씩 삭감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안 원안에 대해 여야 합의로 전년 수준으로 원상회복키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원안대로 삭감 처리해 '대국민·대언론 사기극'을 펼쳤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며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가 15일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을 무게 있게 다뤘다.

 

"이들 언론 단체는 '장관과 국회의원의 발언을 믿고 기금 원상회복을 의심치 않았던 신문업계는 뒤통수를 맞아도 단단히 맞은 셈'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이번 행태를 명백한 '대 언론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이번 사기극을 두고 두고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며 향후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a 지역신문발기금 증액 '사기극' <한국기자협회보>의 15일 관련 기사내용.

지역신문발기금 증액 '사기극' <한국기자협회보>의 15일 관련 기사내용. ⓒ 한국기자협회보

▲ 지역신문발기금 증액 '사기극' <한국기자협회보>의 15일 관련 기사내용. ⓒ 한국기자협회보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상임위 여·야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내팽개쳤을 뿐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나서라는 지역신문업계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질타했다.

 

<경남도민일보>도 이날 "MB정부·한나라당, 대언론 사기극 자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지난 13일 내년도 예산을 강행 처리하면서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각각 75억여 원, 57억여 원씩 삭감한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나 언론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이번 행태를 대국민, 대언론 사기극으로 규정한다"는 한국기자회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공동성명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사설 '지방발전대책, 빛 좋은 개살구'에서도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종합부동산세 완화로 급격히 줄어든 지방세수를 어떻게 감당할지, 수도권 규제 완화로 다 죽게 생긴 지방을 어떻게 살릴지 답이 없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방을 모욕하고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해 벌인 대언론 사기극"

 

a 한나라, 지역신문발전기금 합의 깨고 삭감... <영남일보>의 16일 지역신문반전기금 삭감 관련 보도내용.

한나라, 지역신문발전기금 합의 깨고 삭감... <영남일보>의 16일 지역신문반전기금 삭감 관련 보도내용. ⓒ 영남일보

▲ 한나라, 지역신문발전기금 합의 깨고 삭감... <영남일보>의 16일 지역신문반전기금 삭감 관련 보도내용. ⓒ 영남일보

<영남일보>도 이날 '한나라, 지역신문발전기금 합의 깨고 다시 삭감'의 기사에서 한나라당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은 57억여원과 신문발전기금 75억여원 등 135억원이 삭감돼 지역신문업계는 여론의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을 무시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며 "특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안 심의를 통해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 전액을 전년도 수준으로 증액해 수정처리키로 합의했음에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정부에 의해 다시 뒤집힌 데 대해 지역신문업계는 '언론의 자존심까지 무참히 짓밟았다'며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 "대언론 사기극 강력 반발..." <전남일보> 16일자 2면.

"대언론 사기극 강력 반발..." <전남일보> 16일자 2면. ⓒ 전남일보

▲ "대언론 사기극 강력 반발..." <전남일보> 16일자 2면. ⓒ 전남일보

<전남일보>는 '한나라, 신문기금 '다시 삭감'' 기사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등 정부와 여당이 주도해 벌인 대언론 사기극"이라며 "이들은 이번 사기극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김순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도일보>는 "지역언론 말살법 추진을 보고만 있을 텐가"의 기사에서 대전충남민언련을 비롯한 대전충남언론공공성수호연대가 15일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 등 7대 언론악법 추진에 대해 비판 논평을 무게 있게 다뤘다.

 

이 기사는 "지금 지역 언론의 지면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충청권 분노' 관련 기사로 넘쳐나고 있다"며 "이에 못지않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관련법 7대 개악안' 역시 매우 중요한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수호연대의 논평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충청타임즈>도 '신문기금 삭감 "대언론 사기극"'이라는 기사에서 기자협회와 언론노조의 성명내용을 부각시켰다. "장관과 국회의원의 공개 발언을 믿고 기금 원상회복을 의심하지 않았던 신문업계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며 "이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민주적 절차를 부정했을 뿐 아니라 여론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나서라는 언론계, 특히 지역신문업계의 요구를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는 내용이 역시 주목을 끌만하다.

 

“정부·한나라당, 여론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나서라" 비등

 

a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문업계 희롱... <강원도민일보>가 16일 내보낸 지역신문반전기금 삭감 관련 기사.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문업계 희롱... <강원도민일보>가 16일 내보낸 지역신문반전기금 삭감 관련 기사. ⓒ 강원도민일보

▲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문업계 희롱... <강원도민일보>가 16일 내보낸 지역신문반전기금 삭감 관련 기사. ⓒ 강원도민일보

<강원도민일보>도 이날 "정부·한나라당이 신문업계 희롱"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크게 분노했다.

 

"여·야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2008년도 수준으로 전액 복구키로 약속했던 지역신문발전기금과 신문발전기금이 당초 정부안대로 대폭 삭감돼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며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새벽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계수조정심사소위를 가동한 후 내년 예산안 강행 처리에 나서며 정부 원안을 그대로 반영해 결국 지역신문발전기금과 신문발전기금이 당초 정부안대로 대폭 삭감 처리됐다"고 기사는 전했다.

 

기사는 또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과 한국기자협회는 15일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유인촌 문광부 장관과 지역신문발전·신문발전 지원 예산을 전년 수준으로 증액하겠다고 공표했던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감언이설을 늘어놓고 뒤에서는 신문업계를 희롱했다'며 '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상임위 여·야 합의를 내팽개치는 민주적 절차를 부정했고, 여론 다양성과 지역균형 발전에 나서라는 언론계, 지역신문업계의 요구도 짓밟았다'고 강력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제민일보>도 이날 "언론 사기극 저질렀다"는 기사에서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의 공동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지역신문발전기금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당초 문화부의 안으로 되돌려졌다"며 "결국 유인촌 장관 등이 나서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등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신문업계를 희롱한 사기극"이라며 비난했다.

 

이 기사는 또한 "이명박 정부 등은 '여론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나서라는 언론계, 특히 지역신문업계의 요구를 무참히 짓밟았고 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을 위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신문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기만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존심까지 무참히 짓밟은 이번 정부·여당의 행태를 가슴속에 새길 것"이라고 한 성명 내용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이처럼 지역 언론계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진 사기극"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대통령이 지역 신문사·방송사 사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지역언론의 어려움과 현안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검토해 보겠다. 성의 있게 지역언론 문제를 바라보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 더욱 실망과 분노가 크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나라당이 발표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들은 언론의 다양성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한국 헌법정신의 바탕이라는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자칫 미디어의 공공성을 보장할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질 위기다.

 

미디어 사업자를 겁줘서 옥죄는 통제구조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일련의 미디어 관련 법안들이 던져주는 경고성 메시지에서 읽힌다. 그러면 그럴수록 "'여론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나서라"는 언론계, 지역신문업계의 목소리는 더욱 비등해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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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사기극 #지역언론 #신문발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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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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