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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 때쯤 되면 대부분 언론은 '올해의 10대 뉴스'를 뽑습니다. 국외와 국내, 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와 연예 따위로 뽑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올해의 네티즌'을 뽑는다고 공지했습니다.
언론 마다 10대 뉴스와 올해의 인물을 뽑는데 그럼 우리 집 '올해의 10대 뉴스'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우리 가족 '올해의 10대 뉴스'를 뽑기로 했습니다.
"우리 집 10대 뉴스를 뽑아 볼까?"
"10대 뉴스가 무엇인데요?"
"응 올해 우리 집에 있었던 일 가운데 자기가 생각하기에 기억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거다. 당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체헌이 초등학교 입학"
"막둥이는?"
"내 학교 들어간 것"
"막둥이 초등학교 입학은 엄마가 했잖아."
"엄마가 말 해도 내가 초등학교 들어간 것은 제일 좋아요."
"그래 우리 막둥이 초등학교 들어간 것이 제일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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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등학교 들어간 막둥이 ⓒ 김동수
아내가 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장과 학습 능력이 또래 동무보다 조금 뒤처져 마음 고생을 많이 해 한 해 늦게 보내려고까지 했기 때문이 막둥이 초등학교 입학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막둥이 초등학교 입학이 우리 집 뉴스 1위에 뽑혔습니다.
"인헌이는?"
"잘 모르겠어요."
"서헌이는?"
"예설이 우리 집에 온 거."
"예설이가 낮 동안 우리 집에 지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예설이는 막내 동생의 17개월 된 아이입니다. 제수씨가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낮에는 우리 집에서 지냅니다. 제수씨 직장이 우리 집 근처라 다행이지요. 올 해 1월까지 어머니가 돌보셨는데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아 아내가 낮 동안에 돌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우리도 늦둥이 키우는 재미가 엄청납니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마음이 섭할 정도입니다. 예설이가 우리 집에 온 것이 올해의 뉴스 2위였습니다.
"아빠, 생각났어요."
"인헌이 말해 봐."
"내가 로켓 대회에서 장려상 받았잖아요."
"그래 인헌이 학교에서 로켓 대회 참가해서 장려상 받았지. 학교에서 장려상 받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거야. 내년에는 더 잘해서 학교 대표에 뽑히면 좋겠다."
큰 아이는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올 봄에 학교에서 로켓 대회를 열었습니다. 거기서 장려상을 받았지요. 비록 학교에서 열린 대회였지만 우리 집에서 경사였습니다. 최우수와 우수는 아니지만 자기가 만들고, 노력하여 얻은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아빠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들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올해의 뉴스 3위였습니다.
"아빠 나도 상 받았어요."
"서헌이도?"
"응 '환경대회' 장려상 받았잖아요?"
"우리 서헌이가 환경대회 그림 그리기 장려상을 받았으면 우리 집 올해 뉴스에 들어가지."
오빠가 받은 상이 올해의 뉴스에 들어가자 자기도 장려상 받았다고 합니다. 이 녀석은 아빠 말 한 마디에 웃고, 울고 난리가 아닙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내가 조금만 아파도 엄마 대신이 간호를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딸 서헌이 '환경 그림대회' 장려상이 올해 뉴스 4위였습니다.
"아빠 휴대전화로 '짠순이 대회' 일등상 받았잖아요."
"가만히 보니 다들 상 받은 것이 우리 집 올해의 뉴스구나. 상 받은 것 자랑만 하는 것 아닌가."
"아껴쓰면서 상 받은 것은 자랑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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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되 휴대전화 ⓒ 김동수
진주 YWCA가 주최한 '짠순이 페스티벌'에서 일등상을 받아 상품권 15만원을 받았고, 지역 KBS 라디오에 출연까지 했으니 우리 집 올해 뉴스 5위에 뽑혔습니다.
"증조외할머니 돌아가셨잖아요."
"그래 엄마가 마음이 많이 아팠지. 엄마가 증조 외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아내의 할머님이 일백한살에 돌아가셨습니다. 삶을 놓으실 때 모습은 앙상한 나무가지였습니다. 삶을 놓으신 지 벌써 아홉달이 되었습니다. 처 할머니가 돌아가신 일이 올해 뉴스 6위입니다.
"경기도 구리갔잖아요.
"구리 가서 누구 만났지?"
"목사님과 사모님, 자헌이 형아와 에스더 누나, 자헌이 만났어요."
"막둥이 그 때 재미있었어."
"피자 맛있었어."
"경기도 구리 간 일이 우리 집 뉴스 7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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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구리에서 찍은 가족 사진. 그 때는 디카가 없어서 목사님이 찍어 주는 사진만 있습니다. ⓒ 김동수
그 때 우리 아이들이 피자를 처음으로 먹었습니다. 경기도 구리 방문이 우리 집 뉴스 7위가 되었습니다.
"8위는 무엇으로 할까?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그만 끝낼까? 7위로 마무리 할까."
"있잖아요."
"무엇인데?"
"아빠가 엄마하고, 체헌이 생일상 차려주었잖아요."
"생일상 차려 준 일이 무슨 뉴스라고."
"아니에요 아빠가 엄마와 체헌이에게 생일상 차려 준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1위에 뽑힐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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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생일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설이가 맛 있게 무엇인가를 먹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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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둥이 생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큰 녀석이 아빠가 엄마와 막둥이에게 생일상 차려 준 일을 기억하나 봅니다. 내년에는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아이들 생일상을 제가 차려야 하나 봅니다. 아내와 막둥이 생일상 차려 준 일이 우리 집 뉴스 8위였습니다.
"있다."
"무엇인데요."
"여름 방학 때 '겨자씨 축제'에 갔잖아."
"맞아요 겨자씨 축제 정말 재미있었는데."
'겨자씨 축제'란 농촌과 도시에 있는 작은 교회 목사님 가족들을 초청하여 도움을 주는 행사입니다. 1박 2일 동안 래프팅도 탔습니다. 처음 탄 래프팅을 정말 재미었었습니다. 겨자시 축제 참석이 우리 가족 뉴스 9위였습니다.
"여보 더 있어요."
"또 있나?"
"추석 지나고 아이들과 처음으로 '신기전' 봤잖아요. 우리 가족들이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인데 기념할 만하지요."
"얼마나 없으면 영화 본 것까지 10대 뉴스에 들어갈까? 하기사 온 가족이 처음으로 영화를 같이 봤으니 10대 뉴스에 들어가도 되겠다.
영화 신기전 본 일이 마지막으로 10대 뉴스에 뽑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겠지만 우리 집 10대 뉴스를 뽑으니 한 해를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큰 일만 뉴스에 뽑히라는 법은 없지요.
<우리 집 올해 10대뉴스>
1위 막둥이 초등학교 입학
2위 조카 예설이 돌보기
3위 인헌이 과학경시대회 물로켓 부문 장려
4위 딸 서헌이 교내 환경그림그리기 대회 장려
5위 짠순이 대회 일등
6위 처할머니 별세
7위 경기도 구리 여행
8위 아빠가 가족 생일상 차려주기
9위 겨자씨 축제 참석
10위 영화 신기전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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