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동화] 몽실이와 몽삼이

주인 딸은 바깥에 있는 몽실이가 불쌍하다며 집안으로 데려 오자고 합니다

등록 2008.12.22 17:18수정 2008.12.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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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시안 두 마리가 강씨네 집에 온 것은 지난해 초가을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인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어렵사리 새끼 두 마리를 분양 받았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딸을 보자 강씨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한적한 시골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강씨의 집은 주변에 비해 여유가 있었습니다. 딸은 얼굴에 얼룩이 조금 큰 달마시안을 몽실이, 다른 한 마리를 몽삼이라고 정했습니다. 강씨는 몽실이와 몽삼이를 마당에서 키우려고 했지만 딸은 집안에서 키우자고 졸랐습니다.

 

할 수 없이 강씨는 몽실이와 몽삼이가 조금 크면 밖에서 키우겠다는 조건으로 딸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몽실이와 몽삼이는 딸의 보살핌 속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습니다.

몽실이는 몽삼이에 비해 욕심이 많았습니다. 똑같은 밥을 주어도 몽실이는 자기 것을 빨리 먹고 난 뒤 몽삼이 밥도 뺐어 먹었습니다. 때문에 몽삼이는 몽실이에 비해 덩치가 작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강씨가 몽삼이에게 따로 먹을 것을 챙겨주면 몽실이는 질투심에 몽삼이를 괴롭혔습니다. 더욱이 몽실이는 강씨나 딸이 없으면 아무데서나 똥, 오줌을 싸고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나 잠 잘 때는 몽삼이를 근처에도 못 오게 하고 언제나 몽실이 옆에서 잤습니다.

 

대신 몽삼이는 거실에서 혼자 잤습니다. 주인 딸은 몽삼이 보다 자신을 유난히 따르는 몽실이가 좋았습니다. 몽실이가 조금만 지저분 하면 제때 목욕시키지 않았다고 엄마를 닦달했습니다. 때문에 몽실이의 몸은 몽삼이에 비해 깨끗했습니다.

 

주인 딸은 몽실이를 좋아했지만,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목욕부터 먹이 주는 것까지 어느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개로 인한 모든 집안일은 강씨와 부인의 몫이었습니다. 딸은 깨끗한 몽실이와 한번씩 놀아주는 것이 전부했습니다. 몽삼이도 사랑받고 싶었지만 몽실이 때문에 근처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강씨 부부는 공부하는 딸에게 혹 방해가 될까 싶어 딸에게 어떤 일도 시키지 않았지만, 더 이상 몽실이의 행동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강씨는 몽실이와 몽삼이를 밖에서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집안에서 얌전하게 있던 몽삼이는 몽실이 때문에 얼떨결에 밖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딸이 강씨에게 매달리며 집안에 있게 해달라고 울면서 이야기 했지만, 강씨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강씨는 마당 한 켠에 개집 2개를 나란히 지었습니다. 몽실이는 개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사람에 버금가는 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골집 마당에서 똥개 취급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몽실이는 그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억울함에 밤마다 컹컹 짖었습니다. 그리고 괜히 옆에 있던 몽삼이한테 화풀이를 했습니다. 몽삼이는 몽실이게 대들어도 봤지만 힘을 당해 낼 수 없었습니다. 보다 못한 강씨가 몽삼이를 몽실에게서 떼어 놓았습니다. 몽실이는 이제 자신이 화풀이 할 대상도 없어지자 좌절했습니다.

 

몽실이에게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을 사랑해 준 주인 딸에게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몽실이는 주인 딸이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최대한 꼬리를 살랑거리며 반겼습니다. 몽삼이도 꼬리를 살랑거리며 주인 딸을 반겼습니다.

 

주인 딸은 밤마다 컹컹 울부짖던 몽실이가 안타까워 꼭 껴안어 주었습니다. 몽실이는 눈빛으로 자신을 꼭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주인 딸도 그런 몽실이의 마음을 읽고 그렇게 하겠다고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몽삼이는 몽실이만 예뻐하는 주인 딸이 야속했지만 크게 실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몽삼이는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개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주인 딸은 강씨에게 달마시안을 집안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씨는 그럼 얌전한 몽삼이만 집안에 들여놓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 딸은 몽삼이는 바같에서도 잘 생활하고 있지만 몽실이는 잘 생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안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인 딸이 부모와 이야기하는 가운데도 밖에서 몽실이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엄마, 아빠는 따뜻한데 있으면서 밖에 날씨가 저렇게 추운데 어떻게 몽실이를 놔둬요?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주인딸이 울먹이며 하소연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개야. 똑같은 개임에도 불구하고 몽삼이는 조용히 있잖아” 강씨가 볼멘소리를 합니다.

 

“몽삼이는 원래 집안에 있을 때도 얌전했지만, 몽실이는 달라요. 저 소리 안 들려요?”
딸이 강씨의 말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반박합니다.
“몽삼이도 추운 건 마찬가지야” 강씨가 타으릅니다.

 

“몽삼이는 가만히 있고 몽실이는 저렇게 힘들어 하니까 집안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거지요” 딸이 강씨와 대화가 안된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럼 몽실이가 들어오면 그 뒤치다꺼리는 어떡할 거야?” 엄마가 딸을 타이름니다.
“나도 청소하고 싶지만, 공부해야 하니까 그렇지요. 내년이면 저 고3이에요. 엄마가 딸을 위해 그것도 못해줘요?”

딸이 원망어린 눈빛으로 부모를 봅니다. 그러더니 밖으로 나가 몽실이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몽실아! 미안해. 이제부턴 집안에 있어. 많이 추웠지? 먼저 따뜻한 물로 목욕부터 해야 겠다. 엄마! 빨리 물 덥히고 몽실이부터 좀 씻겨줘요. 난 공부해야 해요”

 

딸이 문을 닫고 들어갑니다. 강씨 부부가 멍하니 몽실이를 봅니다. 몽실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몽삼이가 몽실이가 들어간 거실을 물끄러미 봅니다. 거실 넘어 희뿌연 불빛 사이로 눈보라가 쏟아집니다. 몽삼이가 추위에 몸을 떱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 인내하는 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봅니다. 자기 위치에서 제몫을 다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2008.12.22 17:1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참고 인내하는 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봅니다. 자기 위치에서 제몫을 다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성인동화 #몽실이 #달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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