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 시래기국이 타버렸다. 타버린 무청은 다 버리고, 조금 남은 무청만 주인을 원망하고 있다.
김동수
"지금 무엇하고 있어요? 음식 타는 냄새 안났어요?""아 참 내가 무청 시래기국 끓이고 있었지. 깜빡했다. 이를 어떻게 해."
"아니 드라마도 좋지만 음식을 올려 놓았으면 타기 전에 불을 끄야지. 그리고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 한데 냄새가 안났어요. 연기 좀 보세요. 연기.""한 번쯤은 실수할 수 있잖아요.""한 번쯤이라는 일주일 전에는 빨래 태워잖아요. 빨래!" TV와 누나들 말을 들으면 빨래와 음식을 태워 먹는 모습을 보고, 들었지만 아내가 태워 먹으니 아내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실수도 한 번씩 하는 것도 완벽함보다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엄마 무청 시래기국 태워 먹은 것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줄까? <오마이뉴스>에 글도 쓰고.""아빠 안 돼요!""왜?""엄마가 실수한 것을 다른 사람이 알면 싫어요. 엄마도 무청 시래기 태운 것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아빠는 엄마가 실수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요. 엄마를 슬프게 하지 마세요.""엄마 생각해주는 사람은 딸 밖에 없다. 무슨 자랑이라고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요.""자랑이나 당신을 흉보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내 아내도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그렇지."
딸 서헌이는 아빠가 원망스럽다는 눈치입니다. 아내 말처럼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남편보다 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헌는 어떻게 생각해?""엄마가 태워 먹은 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한다고 엄마를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모부들도 고모가 빨래와 음식 태운 이야기 하면 재미 있었어요.""막둥이는?"
"엄마가 텔레비전 보다가 태워 먹은 거 재미 있어요."
"김체헌. 엄마가 드라마 보기 전에 한 번 저었다 말이다. 드라마 보다가 그만 정신을 한 순간 놓았지만. 인헌이 너 엄마가 얼마나 배 아파 낳았는지 몰라. 무려 12시간을 몸을 틀어 낳았다 알겠어. 엄마 젖꼭지가 찢어져도 젖을 먹였다. 엄마 사랑도 모르고."
"엄마가 저를 12시간 몸을 틀어 낳은 것과 젖꼭지 찢어지면서 젖먹인 것 하고 음식 태운 것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관계가 있지. 엄마 사랑 너를 엄청나게 사랑한 것을 안 다면 아빠가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무청 시래기 태운 것 알리는 것 반대해야지 안 그래.""알았어요. 아빠 쓰지 마세요."무청 시래기 태워 먹은 것 때문에 큰 녀석 출산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아내는 큰 녀석 출산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하늘이 노랗다 못해, 하얗게 변했다고 합니다. 젖꼭지가 찢어지면서 젖을 먹였는데 큰 녀석이 엄마가 음식 태워 먹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는 말에 아내가 섭섭할 수밖에요.
무청 시래기는 우리 집 겨울 먹을거리 중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기 전에 무청을 손수 만들어 주셨는데 이렇게 태워 먹었으니. 어떻게 할까요? 무청 시래기 국 한 두끼는 연기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또 하나 냄비도 생명을 고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쯤 실수하는 아내가 더 보기 좋습니다. 제가 도와 줄 틈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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