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승자는 이란?

[분석과 전망] 이스라엘-이란의 적대적 의존관계와 중동의 앞날

등록 2008.12.30 15:08수정 2008.12.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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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하마스가 결사항전에 나서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자지구 사상자 수가 2천명을 넘어섰고,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폭격의 배경 가운데 하나가 '2월 총선'에 있었던 만큼, 이스라엘의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면,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면서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거론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 주적으로 표현할 만큼 앙숙 관계인데다가, 핵문제, 이란의 헤즈볼라와 하마스 지원설 등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이란과 러시아 사이에 S-300 거래설이 나돌아 이스라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총선 4개월 후에는 이란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3월 3일 이라크를 방문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오른쪽) ⓒ 연합뉴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승자는 이란? 

일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이란의 위상과 영향력이 강화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29일자 사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하마스는 큰 타격을 입겠지만, 이란이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격화되면서 "앞으로 수개월간 전 세계의 이목은 가자지구에 쏠릴 것이고, 이스라엘이 값비싼 전투를 치르는 사이에, 이스라엘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란)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스티븐 쿡 역시 29일 CFR 인터뷰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격화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 및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우방국들의 역할 축소로 이어져 미국의 중동정책에 심각한 도전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관련해서는 페르시아-아랍-시아파-수니파 사이에 분열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이스라엘 강경론을 주장해온 이란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야 한다"며 강경론을 주도해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헤즈볼라 지도자인 핫산 나스랄라에 이어 중동에서 2번째로 인기가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폭격은 중동 정세에 중대한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상 중단을 선언한 상태이다. 터키 역시 양측의 평화협상 중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시리아 평화협상을 적극 중재해 중동평화의 확산 효과를 이루겠다는 오바마 당선자의 야심찬 구상이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메네이 "모든 수단 동원해 팔레스타인을 구하라"

이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맹폭을 비난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것. 이란의 강경 단체인 전투성직자사회(Combatant Clergy Society)는 29일부터 1주일간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과 맞서 싸울 자원자" 모집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모집 대상은 전투병부터 재정 지원 및 정치선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불과 하루 만에 지원자수가 1천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8일 전 세계의 이슬람 교도에게 포고령을 발표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에 대항해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순교자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란 정부는 의약품과 식량 등 긴급물자를 가자지구에 투입하기 위해 1차 수송기를 이집트에 보낸 데 이어, 2차 수송기도 곧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가자지구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구호물자 투입을 둘러싸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두 가지 핵심 변수 : S-300과 이란 대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이란의 향후 행보에 끼칠 영향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또 있다. 러시아제 S-300 방공미사일 도입과 내년 6월로 예정된 이란의 대통령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이스라엘의 폭격 직전까지 중동정세의 초미의 관심사는 이란의 S-300 도입 여부였다. 이란이 미국의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에 필적하는 S-300을 도입할 경우, "필요하다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겠다"는 이스라엘의 공격계획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란에 S-300이 실전배치 되기 이전에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었다.

이와 관련해 이란과 러시아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란은 무기구매 계약이 완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S-300 판매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스라엘의 폭격 사태는 이란의 S-300 구매 의욕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이란에서 '이스라엘 위협론'이 커지는 한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에 S-300 구매 및 실전배치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판매 승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이란 대선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란은 미국 주도의 유엔 경제제재와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유가 폭락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강경 외교노선이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비등했다. 이에 따라 아마디네자드의 재선 가능성은 적어지고, 오바마 당선자는 이란의 정권교체를 핵문제 및 중동문제 해결의 호재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가자지구 폭격은 이란의 선거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이스라엘 강경론을 주도해온 아마디네자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대중적 인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폭격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팔레스타인 구하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란 곳곳에서는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연일 반미,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하메네이의 선택도 주목된다. 그는 현재까지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경제정책을 비롯한 국정수행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계기로 하메네이가 대이스라엘 강경론을 주도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이란의 상황전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장기화되면, 아마디네자드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해준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고,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한 그의 재선은 중동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킬 수 있는 중대 변수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스라엘-이란의 적대적 의존관계, 그리고 요원한 중동평화

29일자 뉴욕타임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맹폭 배경 가운데 하나를 "적들에게 이스라엘의 이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6년 레바논 전쟁의 패배로 자신이 '종이 호랑이'로 인식되는 분위기를 가자지구에 막대한 폭탄을 투하해 일신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판 '충격과 공포'(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작전명) 작전을 통해 적들에게는 공포심을,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안도감을 안겨주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러한 무모하고도 반인륜적인 행동은 중동 전체에 반이스라엘 감정을 격화시키고 있다. 또한 이란 강경파를 자극하고 그들의 입지를 강화해, 결국 이스라엘의 안보는 물론이고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말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적대적 의존관계가 깊어질수록 중동평화가 요원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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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하마스 #가자지구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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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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