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공동체 놀이를 하고 있는 설은주 유현초 교사. 그는 지난 12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할 권리를 존중했다는 이유로 해임 당했다.
이경태
그의 말처럼 교사들과 아이들은 정말 즐겁게 놀았다.
강당에서 열린 공동체놀이 때는 마룻바닥이 들썩들썩 울렸다. 아이들은 바닥에 미끄러지고 발에 걸려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 다시 뛰어다녔다. 진행자가 놀이 규칙을 찬찬히 설명해줘도 아이들은 자기 식대로 규칙을 바꿔서 소란스레 강당을 누볐다. 이날 오후 늦게 캠프에 도착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런 아이들을 보고 "대학 교수 되기 잘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해직교사들도 '아이'가 돼 버렸다. 서로 손바닥을 부딪치고 춤을 추며 아이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그러다 쓰러지겠다"고 농을 건네니 최혜원 교사는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아직은 괜찮다, 아이들이랑 맨날 이렇게 논다"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웃는 게 다가 아니다. 교단에서 밀려난 지 벌써 3주가 흘렀다. 인터뷰, 기자회견, 시교육청 앞 농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교사들의 몸은 많이 축난 상태였다. 이날 캠프에 도착한 김윤주 교사도 심한 독감을 앓고 있었다. 송용운 선사초 교사는 전날 밤샘 농성을 진행하느라 면도도 제대로 못해 더욱 초췌해 보였다.
송 교사는 "우선 이 1박 2일 동안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자는 생각이지만 단지 일제고사를 안 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는 이유만으로 파면·해임된 교사들에게 마음의 상처는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상처는 다시 교단에 서기 전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체놀이에 이어 진행된 '마음 핥아주기' 치유연극 때, 송 교사의 말처럼 회복되지 않은 그들의 생채기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이들과 두 손을 맞잡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최혜원 교사는 결국 흐느꼈고, 언제나 미소 짓던 박수영 교사도 말을 하지 못하고 안경을 벗고 눈가를 문질렀다. 간간히 아이들의 훌쩍거림도 들렸다.
서로 보듬으며 상처 치료하는 스승과 제자들... 하늘 위로 소원 태워 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