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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회 폭력 사태'로 검찰에 고발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노동당 의원지원단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B악법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지나쳤다는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께 걱정을 끼친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결국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강 대표는 12일 오후 2시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MB악법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제 행동이 지나쳤다는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국회 사무처를 향해서는 "사과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직 '국민에게만' 사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 대표는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언론노조 등이 참여하는 'MB악법 저지를 위한 시국대토론회' 개최를 민주당에 전격 제안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의 형사고발로 지난 8일 '12일 오후 2시까지 서울 남부지검으로 출두하라'는 통보서를 받았지만, 소환에 불응한다는 방침에 따라 출두하지 않았다.
"제가 참지 못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타협은 없다"
강기갑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노당은 여러분의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라도 늘 한번 더 생각하고 의논하면 조심해왔다"며 "그런데 지난번에는 제가 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강 대표는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국회 사무처의 폭력이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었다"며 "원내정당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지만 그래도 좀더 신중히 대응했더라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지 않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강 대표는 "저는 이번 사건 이후 대단히 괴로운 번민의 시간을 보내왔다"고 전한 뒤, "성숙한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 제가 다친 손가락보다 더 큰 통증으로 다가왔다"며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국회에서 이어진 충돌에 공당의 대표인 제가 한 당사자가 되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앞으로) 섬기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 곁으로 더 가까이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자신을 형사고발하고 의원직 사퇴 결의안까지 제출한 한나라당과 국회사무처에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강 대표는 "거대여당의 힘만 믿고 더러운 입법전쟁을 벌인 청와대와 한나라당에게는 사과할 것이 없다"며 "여야의 첨예한 대립 국면 속에서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할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한나라당 편에서 공권력을 동원한 국회 사무처의 요구에도 더 답할 것이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강 대표는 "민노당은 지난 임시국회에서 MB악법을 직권상정이라는 급행열차에 태워 강행처리하려 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맞서 전면전을 벌였다"며 "국회를 전쟁처로 만들고 의회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한 한나라당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 손발을 묶는다고 MB악법의 정당성이 입증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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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노동당 의원지원단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또한 강 대표는 'MB악법 저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저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회법 개악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 MB악법 처리 실패에 따른 당내 분열을 무마해 2월 임시국회에서 MB악법 2차전을 치르려고 한다"며 "이는 172석의 한나라당이 강기갑 한 명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길 가다가 조직폭력배에 둘러싸인 심정이지만 순순히 지갑을 빼앗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더 이상 이러한 폭력적 위협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저에 대한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의 형사고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며 "검찰의 소환요구에는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저의 손발을 묶는다고 해서 MB악법의 정당성이 입증될 수 없다"며 "서민의 편에서 싸워야 한다면 앞으로도 의원직이 아니라 목숨이라도 걸고 싸울 것"이라고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강 대표는 MB악법 저지를 위한 '민주개혁대연합전선'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민노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불 붙게 될 입법전쟁 2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해 원내와 원외 투쟁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조투쟁에만 기대서는 이명박 정부와의 싸움에서 또 한번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지금부터 2월까지 'MB악법 저지를 위한 시국대토론회'를 민주노동당과 공동으로 추진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며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시국대토론회에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언론노조 등 제시민사회단체 세력들을 결집시켜 냄으로써 원내와 원외의 분명한 저항 거점들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그 힘을 바탕으로 MB악법의 영구적인 폐기와 반민주, 반민생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심판을 해 나갈 범국민 저항전선을 새롭게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지난해 12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할 세력은 모두 모여야 한다"며 "국민이 원하면 진보정당의 집도 허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교섭단체 제도 전면 재검토... 국회 운영위 위상 강화해야"
끝으로 강 대표는 '교섭단체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강 대표는 "지난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과 어느 정당의 원내대표도 비교섭단체인 민주노동당에 타협이나 의논을 정식적으로 제의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소수정당이 배제되는 교섭단체 제도는 대의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미 18대 국회의장 자문위에서도 전원 동의를 통해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19대부터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며 "19대로 미룰 게 아니라 지금 국회는 교섭단체 폐지 및 요건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원내의석을 갖고 있는 모든 정당이 국회 운영위에 들어가서 운영의 근거를 합리적으로 토론해서 합의하는 방식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국회 일정 및 의제를 조율하는 통제탑으로서 국회 운영위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상생국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민사회단체들과 2월 투쟁대오를 형성해 나가겠다"
- 오늘도 경찰소환조사 요구가 있었는데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앞으로도 계속 소환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
(박승흡 대변인) "2차 소환에 불응했다는 속보가 올라왔다. 영등포 경찰서에서 전화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구두로 통보해왔다. 지난 8일 '12일 오후 2시까지 출두하라'는 요구서가 왔다. 구두통보까지 포함하면 2차이지만 문서로 출두요구서가 전달된 것은 한번뿐이다."
- 무엇에 대한 사과인가?
"일단 정당 자체로서 사과다. 제발 싸움만은 하지 말라는 국민의 염원과 요구를 지키지 못한 사과다. 또 이유가 어찌 됐든 원인이 어찌 됐든 공당의 대표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을 사과한 것이다."
- 점거나 충돌로 보면 민주당이 더 컸는데 왜 민주노동당에 형사고발 등이 집중된다고 보나?
"저희도 잘 모르겠다. 그쪽(한나라당 등)에 답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의원으로서 격분한 나머지 총장실 찾아가서 탁자를 뒤집고 의장 집무실 문을 주먹과 발로 친 것을 집중 문제 삼은 것 같다."
(박승흡 대변인) "(MB악법에) 비타협적이고 강경하게 견지하고 있는 점과 관련,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총체적인 반격이라고 생각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 벌어질 또한번의 입법전쟁을 앞두고 악의적인 폭력 프레임을 설정한 뒤 보수언론과 검경을 통해 강 대표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 이번 사태를 심각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대국민사과 외에 다른 후속조치들이 있나?
"특별히 이후에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 2월에 MB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또한번 몸부림을 쳐야 하는데 MB와 한나라당이 이걸 철회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걱정이다. MB악법을 잘 막아낼 수 있을지 더 고민을 크게 하고 있다."
- 원내외 저항거점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 등과 함께 장외투쟁도 할 계획인가?
"일단 시국대토론회를 통해 MB악법의 부당성, 국회사무처의 불법행위 등과 관련 공감대를 넓혀갈 생각이다. 시민·사회단체들과도 이러한 2월 투쟁대오를 형성해 나가겠다."
- 한나라당이 폭력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겉으로 드러난 폭력과 내용적인 폭력이 있다. 국회의 내용적 폭력이 더 심각하다. 다수결이면 밀어붙여도 된다? 이것이야말로 다수당의 폭력이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공조 틀을 마련하겠다."
- 입법전쟁 1라운드에서 이겼다고 평가했는데.
"직권상정을 통해 1월 안에 어떤 형태든 MB악법을 무더기로 통과시키겠다는 한나라당의 의도, 계획을 우선 막아냈다. 그런 차원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번 교섭단체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에는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것은 2월 다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이겼다는 것은 부분적인 표현이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끝장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또다시 국회를 전쟁터나 싸움터로 만들 수는 없다. 이걸 어떻게 다시 국민에게 보여주냐. MB와 한나라당이 이걸 폐기할 때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소수정당의 어려운 한계 때문에 농성을 접긴 했지만 애석하고 참 안타깝다. MB와 한나라당이 포기하지 않는 한 MB악법을 막아서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것이 또 국민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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