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온 분홍빛 연서... "누구 글씨야!"

'고객 관리'면 어때!... 손편지 그건 감동이었어

등록 2009.01.12 18:03수정 2009.01.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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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손편지 받아본 지 언제쯤이신가요
이런 손편지 받아본 지 언제쯤이신가요안소민

어느날 남편에게 분홍색 편지가 날아들었다.


며칠 전이었다. 귀가하면서 습관적으로 편지함을 열어보던 나는 거무튀튀하고 희뿌연 편지함속에 한송이 진달래처럼 피어있는 분홍색 편지를 보았다. 편지를 꺼내보니 남편앞으로 온 편지였다. 그것도 손글씨로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였다. 아무래도 여자의 글씨체 같아 보였다. 봉투의 오른쪽 윗편에는 '요금별납'’이라고 씌여있는 도장이 아닌 한쌍의 고니가 그려있는 340원짜리 우표도 착실히 붙어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발신인을 보니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홍삼관련 제품의 매장주소가 적혀있었다. 다소 실망(?)하면서 저녁에 귀가한 남편에게 그 편지를 전달했다.

아마 신년인사나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는 인쇄용지가 들어있을테지. 우리 부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남편이 편지를 개봉하고 그 안에서 꺼낸 것은 분홍색 편지지였다. 인쇄물이나 홍보 안내장이 들어있을 것으로 여겼던 우리에게는 뜻밖이었다. 그 뿐인가. 거기에는 정말로 장문의 사연이 깨알 같은 글씨로 죽 적혀있었다.

"**님께. 한 해가 저물고 희망찬 새해가 왔습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님께서는 안녕하셨는지요? 추운 날씨가 우리를 더욱 움츠리게 하는 이 겨울 따뜻함을 나누고자 짧은 편지로나마 저희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하얀 눈속에서도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곱게 핀 동백꽃처럼 1월에 태어나셔서 저희 **점과 인연이 되어주신 **님.


**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겨울이 아름다운 건 서로에게 따뜻함을 전해 줄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님의 관심과 사랑으로 저희 **점은 따뜻한 한 해였습니다. 저희도 **님의 건강과 행복을 지킬 수 있도록 편안한 휴식처가 되겠습니다.

**님의 생신을 다시한번 축하드리면서 추운 날씨 건강하시고 기축년 한해도 **님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며칠 전이었던 남편의 생일에 즈음해서 '고객관리' 차원에서 보낸 편지였던 것이다. 나 역시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즈음 자주가는 레스토랑이나 미용실로부터 생일축하 엽서나 문자메시지를 간혹 받기는 하지만 이렇게 손글씨로 쓴 편지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편지의 내용이라봤자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이었지만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 우리 부부는 감동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그 편지를 무슨 진귀한 물건이나 되는 것처럼 몇 번이고 돌아가면서 보았다. 손편지를 받은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기만 했다. 그것도 분홍색 편지지에 쓰여진 편지를.

편지중에서 다음의 문장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겨울이 아름다운 건 서로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때론 짧은 편지 한통이 여러분의 손난로가, 따뜻한 커피 한잔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뒷이야기] "가게를 홍보해서 기쁜 것만은 아니더라"
매장직원과의 전화통화...고객의 감사 전화 '의외'로 많다

다음날 편지를 보내온 매장으로 전화를 했다. 직원에게 잘 받았다는 인사를 전하자 무척 쑥쓰러워하면서도 고마워했다.

이 매장에서 고객에게 손편지를 쓰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건 아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손님들이 받으면 좀더 기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하다 손편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판에 박힌듯 인쇄되어있는 인쇄물을 볼 때면 식상해요. 저희도 고객입장에서 그러한 축전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인쇄물을 받을 때면 별 감흥이 없거든요. 그래서 어차피 똑같은 비용이 드는 거, 직접 손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제안했죠."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다.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맙다. 편지 잘 받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직원들도 이처럼 반응이 좋을 줄 예상치 못했던 것. 의외의 반응에 오히려 감동한 쪽은 직원들이었다.

“꼭 저희 가게를 홍보하거나 알렸다는 점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물론 그런 효과를 노린 것도 없잖아 있지만 나중에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사실이 뿌듯했어요. ‘아~ 서로 통하고 있구나 우리만의 짝사랑은 아니었구나’ 그런 느낌이랄까요.”

역시 겨울에 생일인 고객이 많기 때문인지 요즘 하루에 열통 가량씩 쓴다고 한다. 그래도 손편지를 쓴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별히 ‘텍스트’를 만들어놓고 쓰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죠. 그렇다면 지루해서 못하게요. 고객님에 대해서 비교적 기억을 하는 편이예요. 고객님을 생각하면서 쓰죠.”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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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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