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수군통제영을 왜 한산도로 옮겼을까?

[여수 충민사] 이충무공의 가장 오래된 사당을 찾아서

등록 2009.01.16 16:06수정 2009.01.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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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민사유물관에 걸린 이충무공 영정 ⓒ 전용호

충무공 제1호 사당은 어디에 있을까? 여수는 이순신 장군을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곳이다. 당연히 여수에 가면 충무공 제1호 사당이 있다. 이순신 장군 마지막 전투지였던 광양만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마래산 자락에는 충민사가 자리 잡고 있다.

충민사(忠愍祠)는 국가사적 제381호로 지정된 사당으로 통영 충열사보다 62년, 아산 현충사보다는 103년이나 먼저 지어진 충무공 사액사당 제1호다.


조선 선조 34년(1601) 영의정 오성 부원군 이항복(李恒福)이 왕명을 받고, 통제사 이시언(李時言)이 건립한 사당으로, 충민사라는 이름도 선조가 직접 지어 현판을 썼다고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 싸운 사람은…

충민사로 향했다. 여수터미널을 지나고 윗길로 올라서 현암도서관 올라가는 경사진 길을 따라간다. 현암도서관 맞은편으로 충민사 500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충민사에 들어서니 넓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충민사유물전시관으로 향했다. 유물관 앞에는 우리나라 총통과 화포를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어떻게 저런 무기로 전쟁을 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쏘는 방법이나 실제로 사용한 모습까지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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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민사유물관 현관의 역동적인 조형물 ⓒ 전용호


유물관 안에는 농민과 승려까지도 참여한 역동적인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형물을 보고 있으니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어려울 때 진정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은 위정자가 아닌 옳고 그른 것 밖에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전시관 안에는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장군 유물들이 복제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아쉽다. 좀 더 넓은 공간에 당시의 생생한 전쟁 모습을 담은 작은 모형이라도 만들어 놓았으면 좋을 텐데….

삼도수군통제영을 한산도로 옮긴 이유

전시관 밖에는 산책로를 따라 이순신 장군의 명언들을 바위에 새겨 놓았다. 그중 삼도수군통제영을 전라좌수영에서 한산도로 옮긴 이유를 설명한 글귀가 눈에 띈다.

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是無國家
是以昨日進陣干閑山島 以爲遮按海路之計耳
호남은 나라의 울타리라. 만일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 진을 한산도로 옮겨 진을 치고 바닷길을 가로막을 계획입니다.
-1593년 7월 16일 지평 현덕승에게 삼도수군통제영을 한산도로 옮기고자 한 이유를 밝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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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민사 들어가는 숭모문.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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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로 본 충민사 ⓒ 전용호


충민사로 걸음을 옮긴다. 반듯한 계단 위에 자리 잡은 사당은 경건한 느낌이 든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문에 걸린 자물쇠가 거슬린다. 우려했던 대로 문은 굳게 닫혔다. 전시관을 만들어 놓으면서 굳이 사당까지 열어놓을 필요가 없었을까? 사당 문틈으로 보다가 담장 너머로 아쉬운 듯 바라다 볼 수밖에 없다.

충무공을 사모하여 지은 절

충민사 바로 옆에 석천사(石泉寺)가 있다. 석천사는 충민사 뒤편 바위 아래 샘(石泉) 하나가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이충무공과 연관이 깊은 사찰이다. 충무공과 함께 전쟁에 종군한 승장(僧將)인 옥형대사(玉泂大師)와 자운대사(慈雲大師)가 이충무공의 인격과 충절을 잊을 수 없어 정유재란이 끝난 3년 후(1600)에 공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암자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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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절집 풍경. 날이 추워서 그런지 한적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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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의승당. 한글로 쓴 주련은 발을 멈추고 한 번 읽어보게 된다. ⓒ 전용호


겨울이라 그런지 절집은 조용하다. 대웅전 옆으로 한글 현판을 단 의승당 건물 주련이 가슴을 파고든다.

玉泂(옥형)慈雲(자운) 두 큰스님 삼백여 義僧軍(의승군)
임진정유 왜란에 온중생 허덕일제
연꽃 잡은 손으로 護國(호국)의 기치들어
왜인의 침략야욕 破邪顯正(파사현정) 하셨네
충무공 순국하여 호국의 龍(용)되시고
의승군 大乘(대승)의 얼 등불되어 빛나네

마래산 철마는 어디로 갔을까?

절을 나와 산으로 향했다. 충민사 담장을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산길은 부드럽게 올라간다. 마래산(馬來山 386m)은 예전에 산위에 철마(鐵馬)가 있어 마래산이라고 했단다. 지금은 그 산 아래로 바퀴 달린 철마가 지나갈 뿐이다.

오리나무와 굴피나무가 까만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이 산도 오래 전 산불을 앓았는지 민둥산이 되어 알몸을 내놓고 있다. 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지만 겨울 가뭄으로 먼지가 일어난다. 그렇게 35분 정도 쉬엄쉬엄 올라가니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오르는 나무계단이 마치 파란하늘로 이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천국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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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산 정상 가는 길.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 전용호


정상에서 산불감시초소를 지키는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렇게 추운 날 산에 올라오고 그래." 무척 심심하셨나 보다. 심심풀이로 가져온 쌀강정을 내놓으시면서 많이 가져왔다고 먹으라고 한다. 무척 감사.

다시 한 번 그날의 영광을

마래산 정상은 너무나 풍광이 좋다. 시원한 바다 위에 떠있는 커다란 화물선들이 여유롭게 보인다. 발 아래로 만성리해수욕장이 커다란 활처럼 내려다보인다. 안으로 고깃배들이 알알이 지키고 있다. 2012년 세계박람회장이 될 여수신항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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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로 보이는 아름다운 만성리해수욕장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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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될 여수신항지구 ⓒ 전용호


지금 내려다보이는 저 곳에서 2012년에 세계박람회가 열린다. 한 때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 나라를 구한 구국의 땅이었던 여수가 400년이 지난 지금 세계인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축제 전야일까? 여수항은 너무나 한가롭게 보인다. 방파제 사이로 열심히 들어오고 나가는 작은 배들이 멈춰 서있는 풍경을 움직이게 해주고 있다.
#충민사 #석천사 #마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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