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의 소나무

신라 천년의 문화와 민족얼을 지키고 섰다

등록 2009.01.19 09:59수정 2009.01.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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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바위틈 그 깊숙히 뿌리를 내린 것일까. 한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는 바위속의 소나무를 보고 감탄했다. 반만년의 시련을 헤치고 우리 문화는 싹터고 자라온 것이 아닐른지. ⓒ 정근영


흔히들 하는 이야기로 경주 남산을 ‘야외 박물관’이라고 한다. 남산은 그 이름에 걸맞게 보물 13점, 사적 14개소, 중요민속자료 1점, 지방문화재 11점, 지방 기념물 2점, 문화재 자료 3점 등 43개 골짝에 694개의 문화제를 보유하고 있다.

경주 남산은 우리 민족문화의 얼과 역사가 깃든 노천 박물관이다. 경주 남산 연구소에서는 일요일, 쉬는 토요일, 공휴일 등 쉬는 날에 남산을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코스별로 전문안내인이 동행하면서 남산을 제대로 답사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경주 남산 연구소(054-771-7142)에 들러 동행을 요구하면 기쁘게 동행해서 즐거운 여행을 도와 줄 것이다.


나로서는 남산은 여러번 답사한 곳이긴 하지만 기독교를 독실하게 믿는 친구를 안내한다는 데 의미를 두니 가슴 설레는 답사가 되었다. 더구나 남산 그 높은 산봉우리에 턱 버티고 서 있는 용장사 옛터의 삼층석탑과 삼륜대좌불 마애 석가여래 좌상의 미소를 보고온 이 날의  여행은 큰 만족과 행복감에 빠져들게 하였다.

남산 답사코스는 서남산 코스, 동남산 코스, 남남산 코스, 동남산 산책 등 4개의 코스로 나누어 놓았다. 스쳐 지나지 말고 한 코스 한 코스씩 답사를 즐긴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가슴속에 남아 있을 듯 하다.

숭례문이 국보 1호라고 해서 우리 나라 문화재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 1이라는 숫자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남산 답사코스도 그렇다. 남산 답사도 1코스 서남산부터 차례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서남산 코스는 서남산 주차장에서 내려 배리 삼존불, 석조여래 좌상, 마애관음입상, 선각육존불, 마애여래조상, 석조여래좌상, 선각마애여래상, 상선암 선각보살상, 상선암 마애대좌불,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상사바위와 소석불, 금오산 정상, 대연화대, 용장사지, 절골 석조여래좌상을 거쳐서 용장계곡으로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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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끝내고 탐방객을 기대리는 아미타 불상 떨어져 나간 얼굴을 시멘트로 보수해서 다소 흉물스러워 보였던 불상이다. 이제 다시 온화한 본래 모습으로 중생을 맞이할 것 같다. 광배도 보수해서 붙여 놓았다. ⓒ 정근영


경주 박물관은 더 말할 것 없지만 목없는 불상을 이곳 야외박물관이라 불리는 남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목없는 아니 얼굴없는 불상을 보는 것이 그렇게 유쾌할 수는 없는 듯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저 불상 좀 복원할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제 남산에서 목없는 귀신(?)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기쁜 마음으로 목없는 불상을 찾았다. 하지만 냉골 여래 좌상앞에서 실망했다. 어깨의 가사끈과 허리에 맨 매듭은 뚜렷하지만 목이 없어 아쉬운 불상이었는데 옛날 그대로 였다.

보수를 한 불상은 냉골 아미타 여래 좌상으로 목없는 불상이 아니라 보수를 잘못해서 보기가 좋지 않은 것을 시멘트도 떼내고 뒤쪽 광배까지 보수한 것이었다. 얼굴없는 불상을 짐작만으로 보수하는 것이 문화재를 오히려 훼손할 우려도 있어 그만큼 조심스럽고 어려운 것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흉물스런 불상에서 자애스러운 어버이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남산의 불상을 기대해 본다.

매서운 추위가 한풀 풀리고 날씨가 포근해져서인지 남산을 찾는 사람들은 제법 많았다. 상선암에 오르니 여신도 한 분이 떡을 두쪽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 작은 공양이지만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누군가 대신해서 받아가려 하니 대신해서 주지는 않는다며 그곳까지 오는 수고는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단종시대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지었다고 하는 용장사터를 찾았다. 계곡에서 200m가 넘는 높은 바위산을 기단으로 그 위에 상층 기단을 쌓아 3층석탑을 만든 용장사터의 삼층석탑은 산위에서 좀체 보기 어려운 웅장삼이 서려 있다. 삼륜대좌불 역시 용장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호떡같은 모양의 지붕돌 위에 원기둥의 몸통돌 3층을 쌓은 탑위에 불상이 앉아 았다. 그 웅장함은 경주 남산의 산신령이 되고도 남음이 있을 듯하지만 역시 목없는 불상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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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상 얼굴은 환조로 뚜렷한데 가사나 다리 등은 선각으로 해 놓았다. 미완성인지, 아님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 보는 사람마다 온갖 추측을 다 한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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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암 상사병이 든 사람이 여기서 기도하면 그 병이 낫는다고 한다. 단념해서 병이 낫는 것인지 사랑을 이루어서 병이 낫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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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사 삼층 석탑 높은 산위에 이렇게 웅장한 석탑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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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사 삼륜대좌불 산위에 이런 탑이 있다. 웅장하다. 하지만 본래 한 개의 탑이었던 것인지 의심이 간다. 삼층이 균형이 잡혀 있지 않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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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사 마애불 그 따뜻한 미소가 반갑다. 천년 비바람속에서도 지켜온 미소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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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문 두 개의 바위가 얼굴을 맞대고 있다. 그 사이가 문이 되었고. 그래서 탄생의 문이라 이름붙여 보았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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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지켜온 소나무 숲 남산엔 수백년 묵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구불구불한 나무 등걸이 우리 겨례가 지나온 거친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하다. 저 푸른 소나무는 이 나라 민족문화를 지켜온 울타리다. ⓒ 정근영


경주 남산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바위틈새에 뿌리 내린 소나무를 본다. 송곳으로 구멍을 뚫었단 말인가. 흙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바위 속에 뿌리를 내리고 푸른 솔잎이 돗아난 것은 기적이 아닐까 싶다. 남산의 푸른 소나무는 우리 한국인의 기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 애국가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물론 서울 남산을 가리킬 것이다. 하지만 그 남산은 굳이 서울의 남산만을 특정해서 가리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나라 금수강산 구석구석에 솟아난 저 푸른 소나무 숲에 쌓인 산 모두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저 푸른 소나무 숲은 우리 민족 문화의 얼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경주 남산에서.

덧붙이는 글 | 2009년 1월 17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 친구와 경주 남산을 찾았습니다. 기독교 신자지만 한국의 고유한 문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진 친구와 함께 한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9년 1월 17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 친구와 경주 남산을 찾았습니다. 기독교 신자지만 한국의 고유한 문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진 친구와 함께 한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경주 남산 #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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