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강행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환호했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사진은 한미FTA 반대에 나선 시민들.
권우성
<노무현 시대의 좌절>을 쓴 저자들은 "구조적 조건에 대응하는 핵심집단의 구성, 정책수립 및 집행능력, 정책정당의 준비 등에서 노무현정부의 주체적 역량이 대단히 미약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주체 역량이 미약하다고 하더라도 집권기간 전체를 돌아보면 최악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다고 진단한다.
첫 번째는, 집권 후 1년 이내에 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기간 노무현 정부는 4대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을 포기하는 등 지나친 탈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 시간을 낭비하다가 보수세력의 반격을 받아 탄핵을 자초하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탄핵 후 총선 승리로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법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힘겨루기에서 실패함으로 시대 과제에 부응하는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잃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넓은 의미의 진보개혁세력을 포용하면서 개혁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는 대신 한나라당을 포함하는 대연정을 통해 교착상태를 돌파하려다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예정되었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집단의 주체 역량부족에서 기인되었다는 주장이다. 직접 책임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있지만, 넓게 보면 진보개혁세력 모두의 실패라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바로 이런 평가 틀을 가지고, 정치전략, 동북아 정책, 통일, 외교, 안보정책, 성장과 분배전략, 복지정책, 노동정책, 비정규직 정책, 주택정책, 지역정책, 과학기술정책, 교육정책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평가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쓴 글이기 때문에 주제에 따라서는 생소한 자료인용과 다소 어려운 내용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넓은 의미에서 진보개혁진영 모두의 실패라는 것을 인정하는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반성을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실패, 진보개혁세력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진보개혁세력은 당위적 주장을 타성적으로 반복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복합적 정세 속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치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본문 중에서)진보개혁세력이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것이나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구호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중 하나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이 "세계화와 분단체제의 동요라는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비전과 노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명박의 실패가 저절로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노무현 시대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뼈저린 성찰의 결과물을 모은 책이다.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의 승리를 진보개혁세력의 승리라고 믿고 가슴 벅찬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던 사람들이, 참으로 파란만장한 지난 5년의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시대의 좌절 -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엮음,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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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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