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북핵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열린 2008년 12월 10일 오후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중국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숙소로 돌아가며 기자들의 추가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셋째로 한반도 비핵평화의 '확산효과'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 목표는 물론이고 미국의 국익과도 직결되어 있다. 21세기의 세계는 '거대한 그물망'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상호연관성(interconnectedness)이 대단히 강하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핵 해결의 '긍정적' 확산효과에 대해서는 둔감한 반면에 북한 핵보유시의 ‘부정적’ 확산효과에 대해서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 핵무기의 다른 국가나 테러집단으로의 확산 가능성, 동북아에서의 핵도미노 유발, 핵비확산 체제의 불안 가중, 한반도 유사시 핵전쟁의 위험성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인식의 차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 핵보유에 따른 불안감에 압도되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강화,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에 대한 군사적 대처와 같은 강압적 수단을 선호하게 만든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자극해 핵무기 보유 동기를 더욱 자극하게 하는 역효과가 있다. 반면 북핵 해결시의 '긍정적 확산효과'에 주목하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동기와 의지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우선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은 미국의 '악몽'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가장 우려하는 이유는 북한의 핵물질이나 핵기술이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의 손에 넘어가 미국이나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는 '핵 테러 9.11(Nucler 9.11)'의 발생 가능성에 있다. 이는 반대로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핵 테러 9.11'의 가능성을 크게 낮춰,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북핵 해결은 출범 40년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NPT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핵정책,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등으로 지난 8년간 크게 후퇴했다. 이를 우려한 오바마 행정부는 NPT 체제를 강화해 핵감축을 추진하는 한편,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국가에 대해 자동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이 조약에서 탈퇴한 국가이기 때문에 NPT 개정은 북한에 대한 제재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최선은 2010년 5월 NPT 검토회의(review conference) 이전에 북핵 문제 해결의 큰 진전을 이루는 것이다. 북한은 NPT 역사상 최초로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실험까지 단행한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NPT와 IAEA에 복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NPT 체제는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셋째, 북핵 해결은 오바마 행정부가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이란 핵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6자회담과 북미 직접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 이란 핵문제 해결에도 미국, 이란,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참여하는 '이란판 6자회담'과 같은 다자주의와 미국-이란 양자대화를 병행하는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북한에게 경수로 제공 조건으로 핵연료를 외부에서 제공하고 사용후 연료봉은 다시 외부로 반출하는 것에 합의한다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 해결에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북핵 해결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문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고, 이란에게는 타협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넷째, 북핵 해결은 6자회담을 동북아의 평화안보체제로 발전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관문’이다. 냉전의 유산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강대국들이 각축전을 벌여온 동북아에서 공동의 번영과 공고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자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양자간의 합의와 간헐적인 정상회담, 그리고 6자회담과 같은 임시적인 장치를 넘어 보다 효과적인 지역적 틀을 만들겠다"는 것을 아시아 정책의 목표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괄적인 목dh표는 북핵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다.
다섯째, 북핵 해결은 미러간의 '제2의 냉전'을 막는데 기여한다.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MD) 배치 계획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이 맞물리면서 유럽에서는 제2의 냉전이 회자되고 있다. 만약 오바마 행정부가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 러시아와의 핵감축 협상, 테러리즘과 질병·빈곤·기후변화 등 초국적 위협에의 집중, 이란과 북한 핵문제 및 아프가니스탄 사태 해결 등 오바마 행정부가 정책적 우선순위로 내세우고 있는 목표들은 커다란 훼손을 입게 될 것이다.
반면 북핵이 해결되고 한반도에서 냉전이 해체된다면, 미러간의 '제2의 냉전'도 막을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긴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협상의 성과는 무시하고, '북한위협론'을 근거로 MD 구축을 천명했다. 그리고 이란 핵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근거로 동유럽에도 MD 배치를 강행하려고 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냉전해체가 '제2의 냉전'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핵 해결은 이란 핵문제 해결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미국의 MD를 추진해야 할 시급성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MD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악화된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끝으로 북핵 해결이 가져올 확산효과는 미국의 막대한 군비 부담을 줄여 미국의 재정정책에도 숨통을 터줄 수 있다. 미국이 7천억 달러 안팎에 달하는 군사비를 줄이지 않으면, 재정적자를 줄이고 사회복지와 교육과 녹색경제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진다. 또한 미국의 막대한 군사비 지출은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군비증강을 야기해 군비경쟁과 잠재적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어왔다. 그런데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MD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무기 프로젝트의 속도와 규모를 조정하는데 기여하고, 주한미군의 감축을 통해 병력 운용의 유연성을 높여줄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확산효과로 인해 군사비를 크게 감축할 수 있는 국제적 안보환경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 이어질 기사: 오바마의 대북정책, '북한과 통 큰 목표'를 공유하라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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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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