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별미 홍어요리, "척 달라붙는 맛이 일품"

홍어 싫어하던 나, 어른들 흉내내다 어느새 마니아 돼

등록 2009.01.22 11:10수정 2009.01.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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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애탕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먹음직 스러워 보인다. ⓒ 조정숙


어패류의 몸에는 수분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삼투압 조절을 해주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인 요소가 특히 홍어에 많다. 보통 어류가 부패할 때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독성물질이 암모니아다. 그런데 홍어를 삭히면 단백질은 그대로인 채 요소만 발효되면서 암모니아로 변하기 때문에 삭힌 홍어에서는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암모니아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다지 환영할 만한 냄새가 아니다. 그렇지만 홍어를 삭혀 생긴 암모니아는 소화기능을 도와주고 식욕을 일으키며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억제하고, 대장에서는 암모니아로 잡균을 제거하여 속을 편하게 하여 준다고 한다.

다이어트 효과를 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홍어 요리를 먹는 것도 좋을 듯싶다. 홍어 100g에 지방 함유량은 0.5%로 정도여서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뇌졸중, 혈관질환, 심부전증 예방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점이 많다 하니 완전한 식품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어른들 흉내내다 홍어의 맛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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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며 홍어탕과 삼합을 시식하는 지인들, 음~ 이맛이야! 감탄을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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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애탕이 완성 되었다. 시식할 시간이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 조정숙


처음 먹어 보는 사람들은 삭힌 홍어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도 고약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먹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홍어 특유의 알싸한 맛에 빠지게 되면 홍어요리를 맛있게 요리한다는 소식만 접해도 장소 불문하고 원정이라도 가서 그 맛을 음미하는 마니아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나다.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에서는 잔치를 할라치면 먼저 이 음식이 등장했다. 모든 잔치에 빠뜨리지 않고 꼭 준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홍어 요리였다. 처음 삭힌 홍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는 특유 냄새 때문에 '뭐 이런 음식이 다 있어'라고 깜짝 놀라며 뱉어 버렸다. 그런데 매 잔치에 모습을 보이는 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어른들을 따라 흉내를 내다보니 이제는 홍어 마니아가 되었다.


홍어는 먹다 보면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음식이다. 가끔 홍어요리를 먹고 싶으면 전문점이라는 곳을 찾아가 먹어보곤 했는데 어릴 때 먹었던 홍어 맛이 아니기에 늘 실망을 하곤 했다. 하루는 홍어 요리를 좋아한다는 지인으로부터 가게는 좁고 허름하지만 홍어 요리를 제대로 하는 집이 경기도 부천에 있다고 하여 지인들과 함께 찾아가게 되었다.

가게 이름부터가 친근감이 든다. 좁은 골목에 오래된 건물 가게 이름은 어떠한 수식어가 필요 없다. 달랑 '이모네 가게'다. 홍어요리의 진수를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서는 당연 삼합과 홍어탕을 먹어봐야 하기에 삼합과 홍어탕을 주문하였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담으며 물어본다.

"홍어탕의 관건은 신선한 홍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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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요리를 맛있게 요리하는 이모같은 사장님이다.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 조정숙


- 홍어는 어디서 구하는지요?
"목포에서 직접 삭힌 홍어를 보내옵니다. 이 음식은 즐겨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삭힌 음식이기 때문에 냄새가 고약하다며 드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두 번 다녀가시고 나면 다음에는 다시 찾아오곤 하지요. 꾸준히 홍어를 즐겨 드시는 마니아들이 멀리서도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여유롭게 준비하고는 있지만 가끔 생각지 못한 손님들이 한꺼번에 다녀가시고 나면 정작 단골들이 홍어탕을 드시러 오실 때 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할 때가 있답니다."

- 삼합과 홍어탕을 요리하는 과정을 잠깐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뭘 별 거 있겠어요. 첫째는 재료가 우선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구요. 음식은 손맛이지요. 우리 어머니들이 하셨던 방식으로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맨손으로 요리를 한답니다. 적당한 양의 재료와 갖은 양념이 들어가면 되지요. 모든 음식을 맨손으로 하기 때문에 제 손은 예쁘지가 않아요. 두꺼비 등 같아요. 그래도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지요.

숙취해소에 좋고 장운동이 활발하여 변비에 좋다는 홍어탕은 우선 재료인 홍어애가 신선해야 합니다. 홍어애와. 홍어, 무, 콩나물, 대파, 미나리와 갖은 양념을 넣고 끓이면 됩니다. 탕에 들어가는 육수가 중요합니다. 맛을 내는 데는 며느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저만의 비법이 있답니다. 호호.

홍어,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를 '삼합'이라고 합니다. 적당히 삭힌 홍어에 삶은 삼겹살을 김치에 싸서 먹는답니다. 식성에 맞게 김 위에 준비된 삼합 재료들을 얹어 싸서 드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김치를 알맞게 숙성시키는 것인데요. 김치도 제가 직접 담아 알맞게 숙성시킨 다음 손님들에게 드린답니다. 모든 음식이 정성이 들어가야 하기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서 대부분 단골들은 미리 주문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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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를 삶고 있다. 보글보글 끓어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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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에 들어가는 묵은지이다. 잘 숙성된 김치가 보기만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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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삼합이다.홍어,김치,돼지고기, 갖은 양념을 넣어 김에 싸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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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재료를 넣어 김에 쌓아 먹는 삼합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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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면서도 입안에 척 달라붙으며 쩍쩍 엉기는 맛이 일품입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현용(62)씨 ⓒ 조정숙


"칼칼하고 톡 쏘는 홍어탕, 이맛이야"

음식이 푸짐하게 나오자 모두들 감탄하며 맛을 음미하면서 음식을 먹는다. 너무나 맛있다는 것을 '음~ 제대로야. 바로 이 맛이야!' 간단한 말과 함께 표정으로 보여준다. 말이 없다. 홍어탕 맛은 칼칼하면서도 홍어애 맛이 고소하며 톡 쏘는 듯 느낌이 뭐라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 신비로운 맛이다. 탕 맛에 빠져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졌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한 무리의 일행들이 가게로 들어온다.

삼합을 먹기 위해 미리 연락을 취한 사람들이다. 4년 전부터 단골로 이곳을 찾는다는 박봉규(56) 교수, 그동안 삼합이 먹고 싶을 때는 자주 이곳을 찾아와 삼합을 먹곤 했다. 혼자 먹기엔 그 맛이 일품이라서 같이 운동을 하는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과 운동을 하고 회원들에게 삼합 맛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오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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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동호회 회원들과 운동을 하고 회원들에게 삼합 맛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오게 되었다고 하는 우측 두번째 박봉규(56)교수, ⓒ 조정숙


박 교수는 주인장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기 좋고 음식도 맛깔스럽게 잘하니 찾아오는 보람을 느낀단다. 이 집에서는 처음 삼합 맛을 보게 되었다는 동호회 회원 이현용(62)씨는 입안에 넣는 순간 이런 표현을 한다.

"담백하면서도 입안에 척 달라붙으며 쩍쩍 엉기는 맛이 일품입니다. 그동안 다른 곳에서 삼합을 먹어 봤지만 이런 맛이 아니었는데 주인장 음식 솜씨가 대단한가 봅니다. 삭힌 홍어 특유의 알싸한 맛과 부드럽게 삶아진 돼지고기와 묵은지가 궁합이 잘 맞아 별미일 뿐더러 코가 뻥 뚫립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도 깔끔하면서 감칠맛이 납니다."

다른 회원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음식 맛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날 과음을 하셨다면 홍어애탕을 먹고 나면 숙취가 깔끔하게 해소된다. 이곳에서 홍어요리를 먹고 난 다음날 아침에는 해우소에서의 근심이 사라진다. 시원한 아침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
#홍어애탕 #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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