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충북 옥천경찰서에 익명의 편지가 접수됐다.

2007년 8월 27일 옥천에 있는 정신요양시설인 'B' 사회복지법인에서 숨진 장애인 수용인이 실제로는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시설에서 근무하는 생활지도사에게 목이 졸려 사망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옥천경찰서는 익명의 제보지만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 확인에 나섰다. 확인 결과 실제 제보 내용대로 수용인 A씨(44)가 이날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인은 평소 앓아온 질병(간질)에 따른 '급성심장마비'로 처리돼 있었다. A씨는 사망 직후 화장 처리됐다.

익명의 편지 "장애인 수용인, 질병 아닌 목 졸려 숨졌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170명 전원을 상대로 목격자 확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이날 A씨가 사망 직전인 오전 11시 무렵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며 항의하며 달려들자 생활지도사 J(33)씨가 이를 제지하기 위해 피해자의 목을 감아 바닥에 넘어뜨린 후 약 5분간 목을 졸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같은 목격자 진술에 따라 피의자인 J씨를 조사해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A씨가 달려들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목을 조른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하지만 목격자는 목을 조른 것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피의자 J씨는 목을 조른 것과 사망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 A씨가 목이 졸린 직후 사망한 점 ▲ 사망 직후 병원 측의 응급처치 및 간호 일지 등이 목이 졸려 사망한 정황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점 등을 들어 J씨를 살해 혐의로 검거했다. 

A씨가 간질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다른 수용인 누구도 사망한 A씨가 평소 간질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보거나 알고 있지 않았다. 옥천경찰서 관계자는 "지금까지 병원 진료 기록과 주변인 진술을 두루 살펴봤지만 아직까지 숨진 A씨가 간질이 있었다는 내용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에 보강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숨진 A씨가 이용한 모든 병원과 의원을 상대로 간질 질환을 앓거나 치료한 이력이 있는지를 집중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보강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할 예정이다.   

경찰, 살해 혐의로 지도사 입건... 1차 구속영장 기각, 보강수사 중

이와 관련 '장애인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충북지역 시설 인권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상임대표 민용순, 이하 대책위)는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또 옥천군과 충북도, 보건복지가족부에 해당 시설에 대한 특별감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22일 오후 2시 옥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물론 충북지역의 시설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이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엄중한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대책위에는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14개 단체)와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26개 단체) 소속 단체 등 모두 4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정신요양시설인 'B'사회복지시설에서는 모두 170명이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