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적으로 가능하다면 대통령도 고발할 생각이다"

[인터뷰] 경찰에게 폭행당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록 2009.01.22 16:40수정 2009.01.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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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 이경태

22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만난 유원일 창조한국당 국회의원은 간편한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유 의원은 지난 20일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도 같은 옷을 입고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유 의원에게 "그날도 같은 옷을 입지 않았는가?"라고 물어보자 웃으며 점퍼 모자를 보여주는데 찢겨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유 의원의 몸에도 흔적이 남아있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경인운하 공사 구간을 현장 조사한 유 의원은 줄곧 전경으로부터 방패로 맞은 왼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었다.

유 의원은 경찰의 폭행에 대해 상당히 격분한 상태였다. 그는 "그때 생각을 하니 다시 거꾸로 피가 솟는 것 같다"며 "당시 국회의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보여준 상태였는데도 나를 연행하고 폭행한 것은 국회를 모독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 측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상태나 아직까지 답이 없다"며 "만약 계속 납득할 수 있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 형사고소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주먹과 발로 집단 구타... 국회의원도 때리는데 일반인은 오죽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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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에서 5층 건물 옥상에 가건물을 설치하고 농성중인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하는 가운데 한 철거민이 연행되고 있다. ⓒ 권우성


- 연행 당시 상황이 어땠나?

"국회 현장조사단 중 일원으로 용산 경찰서장의 브리핑을 받은 뒤 다른 의원들보다 빨리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당시 참사가 벌어진 건물은 물론, 횡단보도까지 경찰들이 막은 상태였다. 횡단보도를 건너가기 위해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는데 지휘관이 다짜고짜 막아섰다. 국회의원 배지와 신분증을 보여줬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국회의원이면 다야? 연행해'라고 전경들에게 지시했다."

- 연행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는데.
"십여 명의 전경들에게 끌려갔다. 머리채를 끌어당기며 연행되다 마구잡이로 폭행당했다. 연행 중간에 '국회의원이라는 놈 밟아버려'라는 소리가 들린 뒤 전경들이 주먹으로 뒤통수를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무릎을 꿇리기도 했고 방패로 다리 부분을 찍기도 했다. 다행히 시민들이 도와 풀려날 수 있었다. 병원 진단결과 뇌진탕·요부 염좌·타박상 등 2주 진단을 받았다."

- 당시 현장 책임자를 만났나?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서울경찰청 제5기동대장에게 항의하고 연행을 명령한 지휘관을 찾아달라고 몇 차례나 요청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폭행당했던 MBC 기자에게는 공식적으로 사과했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폭행을 당하면서 모멸감이 많이 들었다. 아들뻘인 전경이 욕설까지 하면서 때리는데... 이 상황이 정말 인륜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싶었다. 그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들이다."

"용산 참사 원인은 개발자 위주의 재개발법" 

- 경찰은 현재 이와 관련해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우선 해당 지휘관을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또 국회의원 신분을 확인했음에도 폭행한 것은 국회 전체를 모독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총리실·청와대 등을 항의 방문하거나 따로 항의집회를 열 생각도 있다. 이후에도 경찰 측이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경찰청 등을 형사고발할 것이다.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면 대통령까지도 형사고발할 것이다. 폭행을 당했을 때는 집회가 열리지도 않았고, 나는 당시 현장조사 공무를 수행 중이었다. 경찰이 나를 폭행한 것은 직권남용이자 폭행죄다. 게다가 폭행한 이들을 현행범으로 연행하지 않았으니 직무유기인 셈이다. 경찰은 자신들의 권력이 국회 위에 있는 줄 알고 있다."

- 경찰은 그날 추모 촛불문화제에서도 과잉 진압에 나섰다. 20대 여성을 폭행하는 영상도 찍혔다.
"국회의원도 폭행했는데 일반인은 오죽하겠느냐. 철거민들을 무리한 진압으로 죽여 놓고 미안한 마음이나 뉘우칠 생각이 전혀 없다. 사실 사람을 죽였으니 경찰은 기어다니며 사죄를 해도 모자를 판이다. 한편으로는 경찰이 왜 이리 과잉대응하는지 의문이 든다. 경찰이 숨기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현장을 조사하려는 국회의원까지 폭행하며 막은 거 아닌가 싶다."

- 용산 철거민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번 참사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재개발 지구와 관련된 법에 있다. 현재 도시정비환경법은 개발자 위주의 법이다. 게다가 세입자 대책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최근 판결로도 인정받고 있는 권리금 등의 요건은 무시한 채 몇 개월 수입만을 기계적으로 산정해 준다. 이런 구조적인 환경에다 공권력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재개발사업은 그야말로 사적 경제질서의 문제다. 과연 거기다 공권력, 특히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철거민들이 국가질서를 혼란하게 만들 정도로 시위를 했었나? 그렇지 않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점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의정을 통해 고치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주신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용산 철거민 참사 #유원일 #경찰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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