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 도시로 넘치는 물결. 사람들이 만든 도시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답니다.
20세기폭스
‘인도양의 꽃’ 몰디브는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을 묻었다.
하늘로 솟은 알프스가 만년설을 내려놓고 검고 앙상한 알몸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나를 보고 손가락질이다. 북극의 까만 밤을 무대로 삼고 춤추듯 하느작거리는 오로라가 에메랄드빛을 잃고 가물거리자 희번덕거리는 눈길이 일제히 내 몸을 파고든다.
지구별이 휘청거리는 것이 과연 내 탓일까?
내 하소연은 여기까지입니다. 내가 누군지 혹 짐작이 가는지요? 신문과 방송에서 지구별을 망치는 흉악범처럼 모두 나만 몰아세우지만 정작 범인은 따로 있지요. 바로 내가 찾고자 하는 '너'랍니다. 나는 그가 만든 현상일 뿐. 나를 알아맞춰야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너를 공개 수배’할 때 도와 주실테니 먼저 나를 공개 수배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Ⅱ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를 찾을 줄은 몰랐어.
나를 금세 알아채는 것만 보더라도 지구별 처지가 얼마나 어렵고 다급한지 누구나 짐작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어?
너를 찾아 단죄하고 잡도리하는 일이 초를 다툴 만큼 급하게 되었다.
하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어. 네가 포장한 군더더기를 저미고 해묵은 감정을 가라앉혀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그리려고 말이야.
너는, 수도꼭지와 시멘트로 물길을 가둔 도시를 거느렸지.너는, 하늘이야 더러워지건 말건 바퀴와 석유로 조정하는 너만의 다리를 부리느라 정신없었지.너는, 쇠붙이와 탐욕으로 몇 십억 가꾼 흙을 날리고 생목숨을 불태웠지. 너는,자연에서 받은 몸을 거부하고 낭비와 욕심이란 쓰레기로 다시 태어나길 원했지.네가 한 짓을 제대로 그려냈는지 모르겠다.
이것 만은 알아뒀으면 해.
지구별 어느 누구도 네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너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오히려 네가 없다면 훨씬 재미있고 평화로운 지구별이 될 지도 모르지.
이제 그만 으스대고 으르딱딱거리는 몸짓은 버려. 오만한 마음일랑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어울리자고 너를 공개적으로 찾는거야!
내가 찾는 '네'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어렵지 않지요? 벌써 다 아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추리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머리로 푸는 추리는 시시합니다. 깊은 성찰로 얻은 빠른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고 할 수 없겠지요. 자~ 열받은 '나'를 위해 '너'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알고 있어도 막상 몸으로 옮기려니 만만치 않지요. <나>를 이렇게 만든 <너>를 다시 공개 수배합니다. "너! 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니?"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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