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난맥 회한은 이제 그만

[내 인생의 미스터리]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등록 2009.01.27 16:25수정 2009.01.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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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설날을 맞아 고향인 천안에 갔습니다. 이어 다른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아산(온양)으로 갔지요. 대전 동부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아산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버스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제 찾은 동부터미널은 우리가 도착하기 바로 전에 그 버스가 출발한 터여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천안까지 가서 바꿔 타는 게 빠르다는 계산이 쉬 도출한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산에 도착했는데 지난 토요일에 내렸다는 20미리 안팎의 폭설은 여전히 그 처리가 부진하여 시내는 얼추 진흙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숙부님 댁으로 갔습니다. 해마다 설이 되면 세배를 가는데 벌써 24년 전에 작고하신 아버님과는 달리 숙부님께선 여전히 건강하시어 여간 다행이 아니었습니다!

 

“올해도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다복하세요!”

 

숙모님께서도 덕담을 주셨습니다.

 

“그래, 너도 어서 건강을 되찾고 하는 일이 작년보다 잘 되길 바란다.”

 

아이들과 똑같이 제게도 세뱃돈을 주시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잘 받았습니다. 이어 부침개와 잡채 등을 먹으면서의 화두는 일전 제가 방송으로 출연했던 ‘우리말 겨루기’였습니다.

 

거기서 저는 고작 4등에 그치고 말았지요. 또한 행운의 여행상품권((사가 60만원 상당)마저 문제의 속담 ‘정성이 지극하면 동지섣달에도 꽃이 핀다’를 못 맞추는 바람에 그 상품권의 수령이 수포로 돌아간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아무튼 다시금 그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저는 두 분 어르신께 거듭 죄송함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제가 부족하여 죄송합니다, 그걸 반드시 받아서 두 분께 여행을 보내드리려고 했었는데요...”

 

그러자 숙부님과 숙모님께선 금세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아니다! 그 방송에 나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넌 잘 한 거야. 더군다나 당시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다가 가까스로 출연한 것임에도 그처럼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건 분명 네 머리는 역시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그러시면서 두 분께선 제가 대동한 딸의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놈아, 네가 니 아빨 닮아서 머리가 좋은 거야, 알지?”

 

딸이 미소를 가득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리자 숙부님께선 지나간, 그러나 저로서는 실로 가슴 아픈 과거사의 한 줄기를 툭 던지시는 것이었습니다.

 

“네 아비가 남들처럼 잘 배웠으면 지금쯤...!!”

 

저는 더 이상의 말씀이 듣기 싫었기에 그쯤에서 서둘러 일어났습니다.

 

“그만 하세요, 바빠서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본디 없는 집안의 장자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없이 편부와 살다보니 늘 그렇게 가난하고 힘들었지요! 설상가상으로 부친께서 깊은 병이 드시는 바람에 저는 너무도 일찍 소년가장이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초등학교조차 겨우 졸업하고 곧바로 삭풍이 휘몰아치는 비정한 사회로 밀려나야 했습니다. 오로지 먹고 살아야만 한다는 어떤 대명제 앞에서 당시 공부라는 건 솔직히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돌아보고 살펴보니 참으로 후회가 막급이었습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저는 그때 반드시 주경야독, 아니라 그 ‘할아버지 짓’을 해서라도 검정고시 등의 방법으로 대학에 가야만 했던 것이었습니다.

 

철이 늦게 든 탓으로 작년에야 겨우 모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일념이 있었고 그에 답하듯 좋은 성적을 거뒀음은 물론입니다.

 

요즘 들어 더욱 그렇게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어떤 교훈을 거듭 깨닫습니다.

 

당시에 아무리 어려웠다곤 하되 저는 반드시 공부를 계속해야만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비정규직의 각박한 직장이 아닌, 여유롭고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그 위치와 위상 또한 현저하게 달라졌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분명 불과 눈앞의 한 그루 나무만 볼 줄 알았지 숲은 전혀 볼 줄 모르는 청맹과니였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와 같은 저만의 어떤 인생 역정 미스터리에 대하여 이제 와 반성하고 고민만 하면 뭐하겠습니까? 지금도 시간은 쉼 없이 앞을 향해 저벅저벅 달려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여 잠시 품었던 제 인생의 난맥(亂脈)에 대한 회한은 이제 그만 하렵니다. 대신에 대학에서 4년 연속 장학생인 딸과 그에 버금가는 출중한 아들의 바라지와 아울러 두 아이들이 장차 이 사회에 동량이 되도록 하는 부분에도 가일층 분발할 작정입니다.

 

그것이 그나마 미스터리로 범벅되고 전도되어 실패한 제 인생에 대한 어떤 스스로의 자구책이라 보는 때문입니다. 

첨부파일
DSC03402.JPG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글

2009.01.27 16:25ⓒ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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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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