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사의 친필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오창균
한참을 이야기하다 어떤 교감을 느낀건지 박도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에 어렵게 거처를 물었고 내 가방에서 꺼내준 공책에 그는 글을 적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앉은 채로 글을 쓰는 손놀림은 무척 떨리고 느렸지만 글씨체가 예사롭지 않음에 감탄할 뿐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박도사의 글씨를 보느라 걸음을 멈추고 모여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박도사가 써준 글씨를 여러번 읽어보며 도사를 만났다는 신기함에 들떠 있었지만 얼마간의 날들이 지나도록 그를 찾아나설 시간을 만들지 못했고 여유가 생겼음에도 쉽게 길을 떠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었다.
박도사에게 인생 철학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혹시라도 그의 수제자가 되어 나도 산속에서 도(道)를 닦게 되는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결국 나는 박도사를 찾아가는 것을 포기하였지만 그가 써준 부적(?)을 액자에 넣어 책상 앞에 걸어놓는 것으로 예를 갖추었다.
우물안 개구리 같았던 답답한 삶이 박도사를 만난 그 해부터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다양한 세계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현재의 삶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지금도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떄와 같은 호기심이 발동을 하지만 낭패를 보는 일들이 많은 것은 인정(人情)이 변해가는 것 떄문일까.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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