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정용식 중앙자동차학원 원장

등록 2009.01.25 14:18수정 2009.01.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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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마침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연령, 세대, 성별, 인종을 초월한 이들이 그 순간 한사람의 연설을 들으며 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는 기사 표현처럼 말이다.

  

단일민족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꿈이 있었다. 30년 전 작가 조세희씨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을 통해 철거민과 도시빈민의 아픈 삶을 그려내며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신체의 건강성 유무나, 학벌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가 인간답게 대접받는 그런 사회를 꿈꿨다. 최소한이나마 함께 사는 그런 사회를.

  

그러나 지금 조세희씨는 '30년 전보다 잔인하고 야만적인 현실의 비통함에 숨이 콱 막혀왔다'고 한다. 70년대 독재정권 치하의 고도성장의 그늘을 보며 낙원의 꿈을 그려봤던 그가  그저 말문이 막힌 정도가 아니라 손발까지 굳어버리는 참담해진 현실을 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을까.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라는 부제를 단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우연히 손에 쥐게 돼 보고 있다. 출간 1년 반 만에 15쇄나 발행한 걸 보니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었나 보다.

 

탈출구가 없는 800만 비정규직, 특히 20대 청년비정규직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20대의 청년들이 슈퍼마켓에서 인사나 하는 직업이 아닌 다른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이 책은 패자(敗者)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패자부활전도 없는 '죽은 사람은 일단 내버려두고 산사람만 우선 살고보자'는 '승자독식의 시대'에 대한 해부인 듯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경기 침체에 따른 '마이너스 고용'이 현실화하면서 알바 일자리도 ‘하늘의 별따기’란다. 고용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특히 임시직과 일용직,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근로계층과 20~30대 청년층의 고용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구직 단념자가 42%나 급증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그 직접적 피해가 경제적 약자, 중소사업자에게 먼저 밀어 닥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자칫 우리 사회가 절망의 늪에 빠져 들지 않을까 두렵다.

 

분노가 아닌 냉소와 절망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꿈이 사라지고 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한다. 어려움이 닥칠수록, 잿빛 현실일수록 꿈을 꾸고 희망을 보아야 하는데 말이다.

<88만원 세대>서문에 "우리들이 나아지고 있는가의 잣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풍요에 뭔가를 더 주는데 있지 않다. 그것은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 가진 사람들에게 견딜 만큼 마련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는 것이다"는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우리사회의 비애, 용산의 사망한 철거민과 경찰관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25 14:1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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