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준영이의 삼신상
조정림
갓 낳은 아기는 만지기가 두려울 정도로 약했다. 목도 가누지 못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잠 못 잘까봐, 소화 못시킬까봐 혹시나 손가락 발가락 하나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다.
특히, 요즈음 아기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잘못되는 사례가 왕왕 있어 자는 아이도 다시 보고, 혹시나 토할까봐 먹고 난 후 트럼 시키느라 20분 30분을 꼼짝없이 아이를 안고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더디게 더디게 하루 하루를 보내 100일 채워질 때 쯤. 아기는 조금씩 영글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목도 어느 정도 가누고 눈도 맞추었다. 웃음을 날려주기도 하고, 트럼도 알아서 하는 것이다. 낮밤이 바뀐 아기일 경우 대부분 100일 전후에 바로 잡기도 한다.
이렇게 자라나는 과정을 직접 보게 되니, ‘아기가 100일을 맞는다는 건 .아기 인생에서 중요한 한고비를 넘겼다’는 어른들 말씀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옛부터 삼칠일은 산모를 위한 날이고, 백일은 아기를 위한 날이라고 하였다. 100일을 맞이한 아기는 무사히 자란 것을 대견하게 여기며 잔치를 벌여 축하해주는 것이 우리 풍습이다.
이 날은 아침에 삼신상을 차려 아기의 건강과 복을 빈다. 삼신상은 흰쌀밥과 미역국, 생수 세 그릇을 차리고 복숭아를 제외한 제철 과일과 백떡을 덩어리채 차린다. 그리고 흰 실타래를 상에다 올려놓는다. 그리고 아이의 명이 길어지고 복을 받게 된다 하여 길 가는 사람들에게 떡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미신이라며 천대시(?)하던 나는 결국 대부분 이를 따르게 되었다. 해 뜨기 전에 삼신상을 차려 신랑과 함께 딸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고, 양가 가족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했으며 떡을 해서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에게 돌렸다. 아마도 100명은 되었을 거다. 이것이 엄마의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