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침 대전 시내 한 인문계 고교 등굣길입니다. 학생들은 정문에서 나누어준 학원 광고지를 받아 일정 공간에 버립니다. 한 아주머니는 학원 광고지를 모아 가방에 넣고 있네요. 학원 광고지가 폐지로 전락하는 순간입니다.
박병춘
1월 30일 아침, 고교생들이 등굣길에 오릅니다. 정문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학원 선전을 알리는 광고지를 나누어 줍니다. 어떻게든 일정량을 뿌려야 하므로 안 받아 가는 학생이 미울 때도 있겠네요.
학생들은 좋든 싫든 일단 받은 광고지를 받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대략 10여 미터를 지나 버립니다. 광고지는 일정 장소에 한 장 두 장 쌓이면서 폐지를 수집하는 아주머니를 기다립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감상에 젖습니다. 너무 소모적인 모습이어서 그렇습니다. 학생들은 주는 거 일단 받아야 하고, 받아서 버려야 하고, 나누어주는 사람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할 것 같네요. 모두 수거해서 폐지로 팔아야 하는 아주머니 모습 또한 괜스레 마음 아려옵니다. 경제 한파 속에서 대한민국 교육현실의 한 단면을 봅니다.
☞ [엄지뉴스 바로가기] 학원 광고지로 뒤덮인 학교정문, 이게 뭡니까경제 한파는 사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도 치명적이라고 하는군요. 학원을 운영하는 벗이 한 명 있는데, 두어 달 전 모 도시에 꽤나 큰 학원을 차려놓고 신문지만한 크기로 대대적인 홍보지를 뿌렸답니다.
그런데 그 벗의 표현을 빌자면 가뭄에 콩 나듯이 학생들이 찾아와 당초 목표치의 20% 정도를 겨우 채우고 벌써부터 문 닫을 궁리를 하고 있다는군요.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경제가 어려워져야 할까요? 아주 거친 역설적 의문을 가지면서도 경제가 어떻게 되든 가진 자들의 사교육 행렬은 새벽 기관차보다 힘 있을 거라는 믿음은 깨지지 않습니다.
광고지를 뿌리고, 받고, 버리고, 폐지로 전락한 채 수거되는 장면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생각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나는야 엄지짱] 학원 광고지, 받고 버리고 수거하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