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남부 여성 연쇄살인범 강모씨 얼굴 공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피의자 얼굴 비공개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31일 오후 안산 상록경찰서에서 연 브리핑에서 강씨 얼굴 공개와 관련, "흉악범죄자이기 때문에 우리도 공개하고 싶다, 경찰을 비난하지 말라"며 "피의자 인권을 고려해 얼굴 비공개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를 비판하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흉악범은 사실상 보호할 이유가 없고 경찰이 보호해야 할 사람은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라며 "하지만 인권위의 시정 권고 때문에 경찰이 마음대로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의자 얼굴 비공개는 "범인의 초상권도 인권 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2005년 10월 제정된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훈령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현재 강씨가 언론 접촉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조선>과 <중앙>은 31일자 신문에 피의자 강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우리도 얼굴 공개하고 싶다, 국가인권위를 비판하라"
<조선>은 강씨 얼굴을 공개하면서 "법조계에서도 '증거가 명백하고 범죄 방지의 공익이 크다면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면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면 당사자 신원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초상권 관련 대법원 판결을 사례로 들었다.
<중앙>은 "인륜을 저버린 흉악범의 인권보다는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이라면서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제보를 활용해 경찰의 추가 수사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연쇄 살인 동기에 대해 "강씨가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서 여자를 상대로 성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돈이 필요해서 여자를 죽였다면 그녀들 지갑에서 신용카드는 빼내 썼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강씨는 순간순간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정신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실제 강씨는 여대생 A씨 신용카드에서만 현금을 인출했고, 다른 희생자들의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찰은 "강씨가 A씨의 경우 살해하기 전에 먼저 지갑을 뺐었는데, 다른 희생자들은 살해한 다음에 지갑을 건드렸다"며 "다른 희생자들의 지갑에서는 현금만 빼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2004년 10월 27일 저녁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버스정류장에서 실종 살해된 대학생 노모씨 사건에 강씨가 연루됐는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 당시 노씨는 실종 약 50일 만인 2004년 12월 12일 실종 지점에서 5㎞쯤 떨어진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 야산에서 반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강씨가 5차 살인을 저지른 2007년 1월 7일 이후 6차 살인을 저지른 2008년 11월 9일까지의 22개월 범죄 공백기에 다른 지방에서 유사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2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여대생 A씨를 제외한 여섯 희생자를 강씨가 어떻게 유인, 살해 매장했는지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A씨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은 이미 마쳤다.
2009.01.31 18:4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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