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왕雪래! 태백산 눈꽃에 빠지다

태백산 눈꽃 축제 관람기

등록 2009.02.02 09:28수정 2009.02.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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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눈조각으로 다시 태어난 숭례문

눈조각으로 다시 태어난 숭례문 ⓒ 김혜원

눈조각으로 다시 태어난 숭례문 ⓒ 김혜원

입춘을 나흘 앞둔 지난 1월 31일. 지나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지인들과 함께 태백산 눈꽃 축제를 다녀왔습니다. 중부지방의 기온은 마치 봄이 온 듯 포근했지만 눈꽃축제가 열리고 태백은 아직도 깊은 겨울인 듯 대설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큰 눈이 오고 있었습니다.

 

“와아!~ 여길 오니 다시 겨울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태백지역에 가뭄이 심해서 걱정들이 많던데 눈이라도 많이 와서 해갈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백산 도립공원 당골광장과 황지연못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 16회 태백산 눈꽃축제. 집을 떠나기 전 태백지역의 심각한 가뭄에 대한 뉴스를 들었기에 혹시라도 눈꽃 축제마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막상 도착 해보니 발 디딜 틈 없는 관람객의 행렬이 그 어느 축제장보다 뒤지지 않는 축제 분위기를 예고하겠지요.

 

a  소의 해를 형상화한 눈조각

소의 해를 형상화한 눈조각 ⓒ 김혜원

소의 해를 형상화한 눈조각 ⓒ 김혜원

“오는 길에도 눈이 많이 와서 기분 좋았는데 눈꽃 축제장에서 눈을 맞으니 더 신이 나는걸.”

“이것 봐.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니? 이웃집 토토로잖아.”

“숭례문도 있고 피사의 사탑도 있고… 소의 해라고 커다란 소머리도 만들었네. 눈으로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야.”

 

얼음이나 눈을 이용해 자르고, 붙이고, 깎고, 다듬어서 만든 다양한 조형물들을 처음 보는 관람객들은 저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축제장에 마련된 얼음 미끄럼틀과 눈썰매장은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체험놀이터로 길게 줄을 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a  대학생 눈조각 경연대회작품

대학생 눈조각 경연대회작품 ⓒ 김혜원

대학생 눈조각 경연대회작품 ⓒ 김혜원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 포근해 보이는 눈밭에 누워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나이도 생김새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새하얀 눈이 가득한 눈 축제장에 오니 어느새 마음도 하얗게 맑아졌는지 얼굴 가득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도 뒤질새라 눈조각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눈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하며 눈이 시리도록 눈을 즐기고 나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겠지요.

 

냄새를 따라 가보니 드럼통 위에 얹힌 철판에서 먹음직스럽게 삼겹살과 김치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a  눈속에서 맛보는 김치삼겹살구이

눈속에서 맛보는 김치삼겹살구이 ⓒ 김혜원

눈속에서 맛보는 김치삼겹살구이 ⓒ 김혜원

“삼겹살과 김치를 사오시면 여기서 볶아 드립니다. 한 접시에 만원이니 사가지고 이리로 오세요.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됩니다.”

 

“막걸리도 한잔하시고 구은가래떡도 드셔보세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드럼통 앞에서 갑자기 허기를 느낀 우리들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습니다. 아저씨는 빠른 손놀림으로 김치와 삼겹살을 맛있게 볶아냈지만 폭주하는 젓가락질에 삼겹살은 굽기가 무섭게 동이 나고 맙니다.

 

“눈 구경도 질리도록 했겠다, 김치삼겹살 구이로 배도 채웠겠다, 등산화만 준비했다면 천제단까지 올라 보는 건데… 아쉽네.”

“하긴 산 위에 올라서 보는 주목들이 장관이라더라.”

“그럼 다음엔 눈 축제도 보고 태백산도 오르는 코스로 잡지 뭐.”  

 

a  눈조각공원 전경

눈조각공원 전경 ⓒ 김혜원

눈조각공원 전경 ⓒ 김혜원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전나무와 자작나무숲 길 사이로 난 태백산 등반로에서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친구가 1년 뒤 여행계획을 미리 잡습니다.

 

“자 그럼 이제 내려가자. 여기서 유명하다는 황태해장국 한 그릇씩 먹고 서둘러 올라가야지.”

“그래 오는데 4시간 걸렸지만 눈까지 와서 가는 길이 쉽진 않을 거야.”

“그래도 아쉽다. 이렇게 많은 눈을 언제 또 보겠어. 생각 같아서는 1박을 하면서 야경도 보고 싶은데….”

 

1월의 마지막 날. 마치 겨울의 마지막 날이라도 된 듯 새하얀 눈과 맑은 얼음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우리들의 마음도 저 눈 밭 속에 걱정 없이 뒹구는 아이들의 그것처럼 한없이 희고 맑아지는 듯합니다.

 

a  눈꽃 축제장의 바람개비

눈꽃 축제장의 바람개비 ⓒ 김혜원

눈꽃 축제장의 바람개비 ⓒ 김혜원

눈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다움을,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렸던 동심을 찾게 해줍니다. 혹시나 오래 전에 잃어버린 동심을 찾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 눈꽃축제장을 찾아보세요. 

 

태백산 눈꽃축제는 1월30일부터 2월 8일까지 10일간 열린답니다. 

2009.02.02 09:28ⓒ 2009 OhmyNews
#태백산눈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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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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