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논란 냉정해져야 한다

등록 2009.02.03 15:29수정 2009.02.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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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무개씨가 여성 7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유족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분노하고 있다. 강아무개씨처럼 연쇄살인범이 잡힐 때마다 우리 사회는 '얼굴 공개'와 '사형죄 폐지' 논란에 휩싸인다.

 

지난 1월 31일 <중앙일보>가 "흉악범의 인권보다는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이라며 피의자의 사진을 전격 공개하면서 다른 언론들도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아직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신문사는 <한겨레>, 인터넷 언론은 <오마이뉴스>가 있다.

 

얼굴 공개뿐만 아니라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이 없었는데 사형집행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아무개씨 범행을 보면서 분노하고 있는 시민들 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사형집행을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중진의원들 오찬에서 일부 중진 의원들은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자 “당에서 논의해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 시절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11년째 집행하지 않아 국제 앰네스티로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 상태다.

 

현재 사형이 확정되었지만 사형집행 않은 미결수-사형수는 미결수-는 유영철과 정남규씨 등 58명이고, 2심과 3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3명이다.

 

지존파, 막가파와 '희대의 살인범'으로 불리웠던 유영철 등 인간 이성을 초월하는 흉악범들이 잡힐 때마다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은 반드시 얼굴을 공개해야 하며, 사형제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한다. 

 

흉악범 얼굴 공개와 사형집행을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 논리는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없다',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 그러니 얼굴 공개와 사형 집행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얼굴 공개와 사형집행을 통해서 흉악범죄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얼굴공개와 사형집행은 신중해야 한다. 범죄자 인권 보호 차원이 아니라 얼굴 공개와 사형제 논란은 '복수'와 '앙갚음'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격한 감정 때문에 얼굴공개와 사형집행 부활을 시행한다고 강력범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얼굴 공개와 사형집행은 격한 감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냉정한 판단과 많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인간 이성이 마비된 범죄를 막고, 범죄자를 처벌하는 법조항을 만들수록 더 냉정해야져야 한다.

 

사실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사형제가 강력범죄를 방지하는 효과가 별로 없는데도 상상을 초월하는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얼굴공개와 사형집행 부활이 불길같이 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쌓아온 인권의 원칙과 가치를 흔들 수 있다.

 

강아무개씨 범죄가 사람으로서 용서받을 수 없지만, 지금 당장 광화문 네거리에서 공개집행 처벌해야 한다면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 성숙한 사회라면 검찰 수사와 선고, 마지막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처벌받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국가요 법치국가다.

 

지금 어느 누구도 강아무개씨 범죄를 두둔하거나,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격한 감정에 못이겨 법절차를 무시하고 얼굴공개와 사형집행을 외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졌지만 강아무개씨 범죄 지역이 치안이 열악한 곳이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얼굴 공개가 안 돼서 이렇다'니 '사형집행을 안 시켜서 이렇다'니 말하기 전에 도민들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크다. 도지사가 나서서 흉악범 처벌 문제를 논하기 전에 자신이 도지사로 있는 경기도 치안 부재부터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7명을 연쇄살인한 강아무개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정신부재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위기와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민들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청년 실업은 심각한 정신 공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강아무개씨 한 사람만 처벌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밀어붙이고, 명령하는 식으로 나라를 이끌고자 하는 정책과 국정 운영으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

 

강아무개씨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얼굴 공개와 사형집행 부활만을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09.02.03 15:29 ⓒ 2009 OhmyNews
#흉악범 #얼굴공개 #사형제폐지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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