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방치' 태안 삼성가 토지 직접 가보니

[현장] 거북이 개발에 주민들 토끼 마음... "개발계획 이행해야"

등록 2009.02.03 22:48수정 2009.02.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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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기름유출사고 발생 1년이 넘었지만 연포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아직도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도로변기름유출사고 발생 1년이 넘었지만 연포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아직도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정대희

충남 태안군 일대 삼성가 소유 67만평이 40년간 방치된 채 '투기 의혹'만 증폭되고 이렇다 할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름유출사고를 기점으로 다시금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함께 개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취재 결과 태안군에 납부하는 재산세(총 5600만원)를 통해 삼성가 소유 토지 규모와 대략적인 위치에 대해서는 확인됐지만 소유주 이외에는 사유재산에 대한 정보공개가 어렵다는 군 관계자 답변에 따라 임야 및 논, 밭의 비율과 등기상 위치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전·현직 삼성에버랜드㈜ 연포리조트 관계자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삼성가 소유 토지로 추정되는 현지를 방문해 현안과 주민들의 개별 요구를 들어봤다.

삼성가 토지, 연포해수욕장 주변에 집중

전·현직 연포리조트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가의 토지는 태안군 32개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인 연포해수욕장 주변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태안군 태안읍에서 근흥면 신진도 방면으로 뻗은 지방도 603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연포해수욕장은 해가 질 무렵이면 앞 바다에 위치한 자그마한 솔섬과 저녁 노을이 연출한 아름다운 일몰을 자랑하는 곳이다. 매년 연포번영회는 그해 마지막 날과 신년 새해 첫날 일출, 일몰 행사를 열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현장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방문하는 동안 이곳은 하수도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태안군 상하수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야 비로소 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해수욕장 하수도 시설은 바닷물 오염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고 있어 해수욕장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부익부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 부근에는 호화로운 펜션이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들어서 있다.
부익부바다가 보이는 해안가 부근에는 호화로운 펜션이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들어서 있다.정대희

숙박업, 빈익빈 부익부 현상 뚜렷

연포해수욕장은 버스정류장을 기준으로 중앙에는 횟집 및 상가들이 들어서 있는데 좌측에는 펜션단지, 우측에는 민박단지가 조성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전·현직 연포리조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연포리조트가 운영하고 있는 숙박시설 및 부대시설 이외 대부분 토지는 69년 매입 후 삼성가에서 매년 공개 매각해 개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경우가 많다고 한다.

펜션단지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더불어 서해안권으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태안군 내 타 지역과 같이 신축된 건물로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빈익빈 민박단지는 이 지역주민들이 삼성가에 토지를 팔고 난 이후 생계형으로 선택한 숙박업은 어업을 병행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한다.
빈익빈민박단지는 이 지역주민들이 삼성가에 토지를 팔고 난 이후 생계형으로 선택한 숙박업은 어업을 병행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한다.정대희

반면 맞은편 민박단지는 삼성가에서 최초 토지 매입 이후 지역주민들에게 분양한 곳으로 수십년째 내부수리만을 거쳐 같은 모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민박업을 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이곳 민박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개 숙박업과 어업을 함께 하고 있다"며 "삼성(가)에 땅을 팔고 수십년째 같은 자리에서 민박을 하고 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다. 차라리 농사짓고 간간이 바다에 나가던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곳 민박업자들은 지붕에서 비가 새고, 벽이 허물어져도 국립공원으로 묶여 제때 고치지도 못하는데, 펜션은 계속 신축되고 있다"며 "삼성(가)에서 계속 묵혀두기 그러니까 아마도 2002년 땅값이 수십 배 이상 급등할 때 팔아 넘긴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끝으로 그는 "수십년째 그대로 방치되고 개발은 뒷전인 삼성(가)의 태도에 지역주민들은 속만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기 의혹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연포리조트 고형철 소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펜션이 들어선 곳은 70년대 분양을 마친 곳"이라며 "최근에 땅을 팔거나 한 사실은 없다. 유언비어이다"고 말했다.

 쓰레기가 매립된 주변 하천로 공사를 위해 사용된 콘크리트 틈 사이에서 황금빛의 녹슨 물을 연상케하는 침출수가 나오고 있었다.
쓰레기가 매립된 주변 하천로 공사를 위해 사용된 콘크리트 틈 사이에서 황금빛의 녹슨 물을 연상케하는 침출수가 나오고 있었다.정대희

쓰레기 불법매립 의혹

삼성가의 연포해수욕장 일대 개발계획에 따라 청소년수련원 등이 조성될 계획인 '고고비치'라는 명칭이 붙은 태안군 근흥면 도황1리 해안. 최근 2~3년 전부터 이 일대 주민들은 삼성가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숙박시설을 건축할 당시 수십 년 동안 이 마을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인근에 각종 건축자재와 생활쓰레기를 매립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도당골 이인묵 번영회장은 "삼성가에서 연수원과 리조트를 건축할 당시 발생한 각종 건축자재와 생활쓰레기를 주민들의 거주지 인근에 매립했다"며 "또한 연포해수욕장에 들어선 상가로부터 관리비 거둬 상가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까지도 지난 96년 이전까지 20여년간 매립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종 쓰레기 매립으로 도황1리 주민들은 여름철이면 악취와 수천마리의 파리떼로 고충 아닌 고충을 당해야만 했다"며 "이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돼 피부질환을 겪고 있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해안가 백사장에 쓰레기를 묻어 해양오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쓰레기가 매립된 지역의 하천 물은 황토빛으로 녹물을 연상케 하였으며 하천로 공사를 위해 사용된 콘크리트가 부식되는 현상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의철(73) 할아버지는 "쓰레기가 매입된 토지를 임대해 밭을 논으로 개량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데, 봄철이면 어김없이 피부병이 발생해 병원을 찾고 있다"며 "병원에서도 피부병의 원인이 물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주민들은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아직 지하수로 생활에 필요한 식수 및 집안 일을 해결하고 있으며, 또한 농사에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태안군이 현장조사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지역에 매장된 쓰레기는 4000㎡(약 1200평)에 4500㎥(매립고 1.3m)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삼성가에서 쓰레기를 불법으로 매립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군 관계자는 "9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생활쓰레기 등이 매립된 것은 확인했으나, 누가, 언제 매립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태안군은 국비와 군비 각각 2억 9천만 원, 총 5억 8천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비위생매립지 정비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만약 삼성가에서 불법 매립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엔 환경정책기본법 7조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 의거, 일체 비용을 삼성가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에 연포리조트 고형철 소장은 "주민들과 함께 참석한 현장에서 매립된 쓰레기를 확인해본 결과 70~80년대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주민들과 함께 버린 생활 쓰레기임이 확인됐다"며 "전임 근무자였던 중앙일보사 소속 현장 소장으로부터도 인수 인계시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인묵 번영회장은 "애초에 삼성(가)에서 계획했던 대로 이 지역을 개발했다면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름유출사고의 가해자인 삼성은 지역개발 계획을 재검토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중 이의철(73) 할아버지는 삼성가에서 매립한 쓰레기로 추정되는 논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피부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치료중이의철(73) 할아버지는 삼성가에서 매립한 쓰레기로 추정되는 논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피부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정대희
#태안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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