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계층 의료비 지원은 끊어버리고
편지 쓴 '봉고차 소녀'는 적극 도와라?

MB정부의 진짜 얼굴은 어떤 것인가요

등록 2009.02.06 14:41수정 2009.02.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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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인천의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받은 감동의 편지. ⓒ 청와대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한 어린이의 편지를 받고 감동했다는 기사가 신문과 TV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실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그 어린이를 돕는 일에 나선 듯이 보인다. 저소득층의 고충을 헤아리고 실질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5일 경기도 안양 보건복지 129 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였다.

직접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건 사건도 보도되었다.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보며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차상위계층 의료비 지원중단과 건강보험 가입제도'는 정부의 복지정책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이 MB정부의 복지정책을 신뢰할지 의문이다.

작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인 대통령

작은 아이의 말에도 외면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자상한 나랏님, 얼마나 멋진 대통령의 모습인가. 나도 어릴 적 그런 대통령의 자상함을 생각하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적이 있었다. 아마 그 어린이도 그런 꿈을 키우는 아이인 모양이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김아무개(10)양은 이런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냈다.

"대통령 할아버지, 요즘 어려운 경제 문제 때문에 많이 힘이 드시죠? (중략) 엄마는 52살이라 직장에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 원룸 주인께서 2월까지만 살고 집을 비우라고 하십니다. 엄마는 직장 문제와 집 문제 때문에 날마다 우십니다. 우리 엄마를 좀 도와주세요. 4학년 때 전교 1등 해서 은혜 보답하겠습니다."

인천 남동구의 원룸 지하에서 엄마 김옥례씨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양이 지난달 16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 귀하'라고 수신인을 적은 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엄마가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고 엄마는 실직상태가 되었다. 집세를 못내 지하 원룸에서 쫓겨날 지경이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엄마는 울고 있고 자신은 편지를 쓰고 있으며 반찬 살 돈이 없어 교회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도 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건설 일용직과 식당 일로 생계를 이어오다 불경기로 실직하게 되고 일거리가 없어 신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낡은 봉고차 한 대가 있어 복지혜택도 못 받고 있다. 주민센터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이 딱한 사정이 대통령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이 대통령, 129콜센터에서 김양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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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129 콜센터에서 이 대통령은 도움을 호소한 김양과 직접 통화까지 했다. ⓒ 청와대


이 대통령은 즉각 129 콜센터로 달려갔고 김양 모녀 사례를 들며 "신빈곤층 사각지대가 많다. 이런 가정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발 빠른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김양 모녀의 경우와 같이 빈곤층이면서도 지원을 못 받는 사각지대가 곳곳에 많다.

보건복지 129 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이 대통령은 도움을 호소한 김양과 직접 통화까지 했다. 매스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편지를 받고 전화했다. 어떻게 대통령에게 편지를 쓸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김양은 "어머니가 많이 울고 기도를 하시는데 너무 슬퍼보여서 그렇게 했다"면서 "많이 존경스럽고 들어주실 것 같아서 (편지로 부탁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김양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똑똑한 따님을 두셨다"고 칭찬하고, "생활지원도 하고 조만간 일자리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김양 외에도 목포의 실직 후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남성의 전화도 받고 "당장 급한 분들에게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한다"면서 "목포시청에 연락해 일거리에 대한 상담을 하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상담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긴급예산을 통해서라도 빈곤층이 금년 1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어린이의 호소가 대통령을 감동시킨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대통령의 반응을 볼 때 분명히 김양이나 목포의 실직자에게는 조만간 도움이 될 만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런 일이다.

차상위계층 의료비 지원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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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12월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노점에서 우거지를 파는 할머니가 자신을 보며 울먹이자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이런 일련의 이명박 대통령의 움직임을 보면서 '시장할머니와 목도리'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혹시 일회적이고 전시적인 사건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김양 같은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김양이 편지를 보냈다는 것 때문에, 김양 가족만이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복지정책도 아무것도 아니다. 모름지기 복지정책이란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고르게 국가가 책임지고 분배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어느 기관 사람의 눈에 띈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그저 도와주는 일일 뿐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던 차상위계층이 4월부터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보험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기간이 끝나면 건강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온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의도인데, 의료비 중단이 다른 고통으로 소외계층을 압박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차상위계층 중 23만 명이 의료비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돼 예산 2622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열악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은 더욱 취약해지는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다. 2622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게 목표였는지 아니면 더 많은 소외계층에게 분배가 돌아가게 하기 위한 것이 목표였는지 그것이 문제다.

5일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정부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급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기초생활 수급자 숫자도 줄였다. "복지부의 기초생활수급자의 숫자도 작년 159만6천 명에서 올해는 만 명이 줄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복지부가 "복지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계속 늘어나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의료급여 분야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걸 볼 때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실제로 예산이 집행된 건 153만 명이었다"며 "이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5만 명 이상이 늘어난 것"이라는 복지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약값 걱정, 병원비 걱정은 안 하고 살던 만성질환의 차상위계층이 의료급여혜택이 중단됨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급여 중단은 당장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소녀의 편지에 감동을 받고 보건복지 129 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소녀에게 직접 전화를 한 대통령, 차상위계층의 의료급여를 중단하고 건강보험에 들라는 MB정부의 복지정책, 이 둘은 MB정부의 복지정책의 두 얼굴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랑의마을'이란 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신앙을 지도하는 목사로 복지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사랑의마을'이란 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신앙을 지도하는 목사로 복지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복지정책 #차상위계층 #신빈곤층 #MB정부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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