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졸속 경제회복책 닮지 말아야"

문화재청, 숭례문 화재 1주년 맞아 복원 현장 공개

등록 2009.02.10 19:20수정 2009.02.1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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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재 후 복원 진행중이던 숭례문이 10일 하루 동안 개방되었다.

화재 후 복원 진행중이던 숭례문이 10일 하루 동안 개방되었다. ⓒ 김하진


"숭례문도, 경제도 오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복원해야 합니다"

국보 1호 숭례문 복원 현장을 찾은 송아무개(62)씨는 어릴 적부터 숭례문을 보며 자랐다. 작년 2월 숭례문이 화마에 휩싸였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하지만 2012년까지 숭례문 복구를 완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안도감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숭례문은 그렇게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랜 시간을 갖고 해야 할 작업이지요. 베어온 나무도 건조시키는 데만 몇 년이라는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성급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10일 문화재청이 숭례문 복원 현장을 일반에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50여 명의 시민을 순차적으로 들여보내는 방식으로 공개를 진행하였다. 수백 명의 시민이 오전 10시부터 숭례문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인도를 가득 메웠다. 인파는 공개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 몰려들었다.

a  숭례문 복원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숭례문 복원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 김하진


2012년까지 숭례문 복구? 졸속경제회복책과 빼닮아

송씨는 "시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성급하게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다시 회복하는 데 노력해야 된다"라며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시간 동안 큰 효과를 내기 위해 대책을 서두를 게 아니다. 근본 원인부터 짚어 나가면서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숭례문 복원을 용산 참사와도 비교해서 "용산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시민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살배기 아이도 숭례문 화재 슬퍼해

정현욱(37)씨 부부는 아침부터 곤히 자고 있던 두 살배기 딸아이를 흔들어 깨웠다. 숭례문이 복구되고 있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현욱씨 부부와 아이가 이천 집에서 나온 시각은 오전 9시. 서울까지 오는 데만도 1시간 30분이 걸렸다. 피곤할 법도 한데 정현욱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친다.


"딸아이에게 불에 탄 숭례문 이야기를 해줬더니 '불나서 어떡해 어떡해' 하더라고요. 오늘의 경험이 딸아이에게 숭례문의 소중함과 문화재 보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정말 잘 온 것 같습니다."

정씨는 작년 숭례문 화재 사건을 TV 생중계를 통해서 봤다고 한다. 불타는 숭례문을 보며 다시 숭례문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슬펐다고 한다. 그는 "꼭 한번은 현장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복구 현장을 볼 수 있다는 말에 휴가까지 내고 여기 왔다"며 미소 지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씨는 도로변에 우두커니 서 있던 숭례문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씨는 "그때는 숭례문의 소중함을 몰랐다"라며 "불에 타고 나서야 숭례문의 역사적·상징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다시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훼손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오늘의 경험을 통해 우리 아이가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고 커서도 문화재 보호를 잘 실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a  복원 현장 안에 숭례문의 복원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붙이는 게시판

복원 현장 안에 숭례문의 복원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붙이는 게시판 ⓒ 김하진


뒤늦은 대책 마련. '도둑맞고 울타리 치는 격'

"숭례문이 불에 탈 때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어요. 그 광경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습니다"

이상석(76)씨는 숭례문 화재 사건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토박이인 이씨는 어릴 적부터 숭례문을 봐왔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 전차를 타고 학교에 오고 갈 때마다 숭례문을 봤었다"며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이어 "숭례문 같은 소중한 문화재는 24시간 동안 철저히 지켜야 하는데도 사고 당시 노숙인들이 숭례문에 무단 침입할 만큼 경비가 허술했다"며 "이제 와서 경비를 강화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600년의 역사가 잿더미가 되어버렸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덧붙이는 글 | 김하진, 김효성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하진, 김효성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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