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을 읽으면 중국이 보인다

<불멸의 이노베이터 덩샤오핑>, 중국 미래에 대한 다양한 논란

등록 2009.02.13 14:18수정 2009.02.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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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필자에게 물었다. “니 생각에 앞으로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나는 우리나라나 미국보다는 중국의 변화에 따라서 뭘 결정할 생각이다”고 물었다.

내 대답도 간단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세계 시장이 위축되는데 공장이 잘 가동될 리 있냐. 하지만 중국은 워낙에 클 뿐만 아니라 통제국가가 위기를 스폰지처럼 흡수할 힘이 있는 국가다. 섯불리 중국의 위기를 말할 수 없다. 중국에 위기가 온다면 그것은 국민 상당수를 죽음까지 일으킬 대규모 자연재앙 뿐이다”고 말했다.

사실 이 정도의 자연재앙은 예측도 불가능하고, 이 정도 재앙이라면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망하는 만큼 중국의 위기를 말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단 단기간에 중국의 경제상황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를 버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a 중국관련 방송의 논란을 보도한 중국 매체 봉황 미디어는 환치이우스바오의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관련 방송의 논란을 보도한 중국 매체 봉황 미디어는 환치이우스바오의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조창완


그럼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봐야할까. 최근 중국의 현 상황에 관한 논란이 몇 가지 불거졌다. 한 방송사의 중국 특집에서 중국 둥관(東琓)과 베이징(北京)에 사는 노동자의 귀향을 다룬 다큐가 방송됐다. 각기 허베이성과 쓰촨성으로 귀향하는 모습을 그린 로드다큐였다. 좀 어두운 면이 보여지기는 했지만 구성도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이 기사의 예고편에는 월 50위안(우리돈 1만원 가량) 수입의 엘리베이터걸 등 절대 빈곤층이 나온다고 했는데, 이 예고를 보고 중국 한 매체의 기자가 비판기사를 쓴 것이다(실제로 이 극빈층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 기사로 인해 중국에서는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반한 감정이 일어나고 있다. 의도되든 안되든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도 한국 언론의 자율적 판단에 간섭하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 다큐멘터리가 중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십년 이상 비슷하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깝다.

a 불멸의 이노베이터 덩샤오핑 덩샤오핑을 통해 중국 당대의 리더십을 읽어낸 최재선 교수의 책

불멸의 이노베이터 덩샤오핑 덩샤오핑을 통해 중국 당대의 리더십을 읽어낸 최재선 교수의 책 ⓒ 청림출판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필자는 한권의 책을 탐독하라고 말하고 싶다. 최재선 교수가 쓴 <불멸의 이노베이터 덩샤오핑>이 바로 그 책이다. 장쩌민 시대도 지나 후진타오 시대인데 때 늦은 덩샤오핑이 왜 나온가를 물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여전히 중국의 미래를 지배하는 가장 큰 멘토는 덩샤오핑이고, 앞으로 사반세기 이상은 그의 철학이나 리더십을 답습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혁 등 위기를 겪은 중국은 덩샤오핑으로 인해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했고 이제는 독일, 일본을 넘어 미국을 목표로 성장을 해가는 상태다.

하지만 장쩌민, 주룽지, 후진타오 등으로 이어진 승계의 구도는 덩샤오핑의 심모원려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이것을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삼개대표론’이나 ‘화해사회’, ‘공부론’(共富論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을 대체하는 부의 분배를 내세운 이론)도 궁극적으로 덩샤오핑의 이론들은 정리정돈하는 수준이다.


물론 시진핑 등 차세대로 갔을 때 중국의 리더십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그때도 덩샤오핑과 같이한 이들이 원로의 지위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뻔함으로 급박하게 중국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말하기는 어렵다.

18년째 중국에 거주하면서 한중 교류의 중추적인 일들을 담당해온 최재선 교수가 이 책에서 뽑아낸 덩샤오핑은 우선 ‘오뚝이’로 불리던 개인적 능력이다. 3번이나 권력에서 낙마하고 문혁의 기간에는 아들이 건물에서 떨어져 장애인이 되는 슬픔을 겪지만 덩샤오핑은 순간순간 평상심을 잃지 않는 낙관적 사고관을 가졌다.

덩샤오핑의 겪었던 위기는 사실 중국의 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대약진 운동의 실패, 문화대혁명의 좌절, 89년 톈안먼의 어려움 등등은 중국이 당대를 이겨가는 분수령이었다. 최 교수는 이 시기를 덩샤오핑이 ‘끝없는 전진의 기반이 된 목적’, ‘핵심을 간파하는 비전과 추진력’, ‘실적과 성과를 중시한 창조적 개혁’, ‘말없이 준비하고 과감하게 행동한 리더’였다고 풀이한다. 위기 앞에서 덩샤오핑은 깊이 생각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덩샤오핑을 말한다. 문화대혁명 때 위기를 맞았던 덩샤오핑은 시골 트랙터 공장으로 하방되지만 4인방의 리더 린비아오(임표)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을 때 다시 적극적으로 행동해 중앙으로 복권하는 것을 말한다.

청년시절부터 덩샤오핑은 자신을 믿는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를 쌓는다. 그의 리더십이 빛난 것은 마오가 죽고, 마오가 지목한 후계자 화궈펑(화국봉)과의 철저한 논리 대결을 통해 지도자로 부각하는 능력이다. 그때도 예젠잉 등 그를 지원하는 이들이 있어서 마오의 위협을 벗어났다. 그는 국내 뿐만 아니라 1974년 4월 10일 뉴욕 유엔총회나 일본 방문 등에서 작지만 강한 그의 리더십을 발휘해 세계를 주목하게 한다.

결국 그는 이런 힘을 바탕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만들어냈고,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중국이 세계 양대 헤게모니로 우뚝 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앞서서 최재선 교수가 읽어낸 덩샤오핑 리더십을 보면 덩샤오핑을 잇는 다른 지도자들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특히나 주룽지나 원자바오 등 실무를 담당하던 총리들은 덩샤오핑의 정신을 철저히 계승했다.

사실 이런 덩샤오핑의 리더십이나 지도력이 언제까지 영향을 줄지는 모른다. 실제로 빠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빈부격차나 환경 문제 등 수많은 난제를 안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덩샤오핑을 계승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좀더 확실한 리더십이 절실한 게 중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을 읽고 중국의 앞날을 읽는데 덩샤오핑 만큼 중요한 인물이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덩샤오핑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중국의 미래가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를 읽으면서 어렴풋이 중국의 미래도 감지해 낼 수 있다. 하나는 덩샤오핑이 가진 오뚝이 같은 의지다. 분명 중국의 성장이 두려운 면이 있지만 필자는 그것이 세계적인 도박판을 벌여놓았다가 결국은 제풀에 망해버린 미국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물론 미국은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국가고,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라는 틀을 갖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중국을 세밀하게 살펴본 이들은 법과 원칙이 없는 주먹구구의 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떻든 중국도 세계 경제에 불어닥친 위기속에서 계속 항진을 할 수 없다. 필자가 예전에 예측했듯이 5%는 고사하고 0% 성장까지 추락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중국이 이런 국제경제 위축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착각을 갖지 말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가 고정 기고하는 주간무역 '신차이나소프트'에도 싣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가 고정 기고하는 주간무역 '신차이나소프트'에도 싣습니다
#덩샤오핑 #중국 #최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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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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