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감동에 젖고, 나는 팔 저릴 뿐이고~

아내와 보낸 밸런타인 데이... 영화관 2년만이네

등록 2009.02.15 10:08수정 2009.02.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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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기 전 영화관에서 영화를 자주보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생기고 영화관 구경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어린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영화를 보러가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 그러지도 못했다. 그러다 오늘(2월 14일) 과감하게 영화 <워낭소리>를 보러가기로 결정하고 영화관으로 갔다.

 

그러나 2년만의 영화관 외출이었지만, 여전히 17개월 된 아이가 영화관의 낯선 환경에 어찌 반응할지 몰라 걱정은 되었다. 결국 여차하면 아이를 안고 나갈 수 있는 출구와 가까운 구석으로 좌석을 잡고 영화를 보았다. 다행히도 아이를 안고 상영관 밖으로 나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나 아이를 계속 안고 서서 영화를 보는 중노동(?)을 해야 했다.

 

영화가 끝나니 아내는 감동에 젖어 있었다. 영화 속 할아버지에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난 감동받을 준비를 너무 철저히 해서인지 눈물이 나지 않았고, 내내 아이를 안고 있던 팔이 저려올 뿐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과 낯선 환경에서도 잘 버틴 딸의 모습에서 나중에 또 좋은 영화를 보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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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산 책 ⓒ 김종신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산 책 ⓒ 김종신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영어전문서점에 들러 책 구경을 했다. 유달리 책 구경을 좋아하는 아내와, 둘 다 영문과를 나왔기에 원서에 대한 관심이 있기도 했었다. 안을 둘러보면서 인천에 이런 좋은 영어전문서점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기념으로 책 두권을 사서 나왔다.

 

아내는 책을 사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념일이면 이렇게 나와서 책을 두 권씩 사자." 아내의 이 말에서 자연스럽게 기념일을 기념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지금 아내와 딸은 자고 있다. 밸런타인 데이, 우린 이 날을 기념하는 기념품으로 책 두 권과 영화티켓 2장이 남았다. 여러분도 기념일에 좋아하는 물건을 사서 그 날을 기념하는 것을 어떨까 싶다. 꼭 초콜릿, 사탕, 장미, 빼빼로와 같은 정형화된 것이 아닌 서로간에 좋아하는 것으로 말이다. 훗날 추억에 남고 슬며시 기업들의 상술에서도 자연스럽게 벋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책장에 있는 두 권의 책은 오늘을 계속 추억하게 될 것이다. 또 3월 14일에 사게 될 두 권의 책도, 내 생일날 살 책도, 딸 생일날 살 책도, 석가 탄신일, 성탄일 등등의 책도 우리와 함께 계속해서 추억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2009.02.15 10:08 ⓒ 2009 OhmyNews
#발렌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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