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이유는?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12] 교토 금각사

등록 2009.02.15 10:32수정 2009.02.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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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각사의 금각과 연못,교코이케(鏡湖池)
금각사의 금각과 연못,교코이케(鏡湖池) 박현국

교토는 거의 매일 관광객으로 넘쳐납니다. 매년 교토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천만 명을 넘은 지는 몇 년이 지났습니다. 교토는 왜 관광객이 많은 것일까요? 관광객은 교토에 와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요? 교토는 과연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인가요? 여러 가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의 하나로 오늘은 금각사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금각사'는 절의 이름이 아닙니다. 원래 절 이름은 금각 녹원사, 일본식 한자 이름을 일본 발음대로 읽으면 긴카쿠(金閣) 로쿠온지(鹿苑寺)입니다. 로쿠온지 안에 있는 누각 이름이 금각입니다. 그런데 로쿠온지보다 금각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긴카쿠(金閣) 로쿠온지(鹿苑寺)는 교토 시내 북서쪽에 있는 절입니다. 린자이슈(臨濟宗) 쇼코쿠지(相國寺) 파의 선종 사원입니다. 원래 이곳은 가마쿠라(鎌倉) 시대 정치가였던 사이온지 긴츠네(西園寺 公経, 1171-1244)의 별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무로마치(室町) 시대의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滿, 1358―1408)가 이곳을 좋아하여 사이온지 가문으로부터 물려받아 불교의 극락정토를 표현하기 위하여 개축했습니다. 요시미츠가 죽은 뒤 그의 법명인 로쿠온인전(鹿苑寺院殿)에서 두 글자를 따서 로쿠온지(鹿苑寺)라고 절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 후 로우닌노난(応仁の乱, 1467~1477) 때 금각을 제외하고 절 전체가 불에 탔으나 그 후 현재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긴카쿠(金閣) 로쿠온지(鹿苑寺)는 보통 한국 절에서 볼 수 있는 대웅전이나 일본 절에서 볼 수 있는 본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곳 금각도 1950년 불에 타서 1955년 다시 지은 뒤 금각 내부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화재는 학승 하야시(林)라는 사람이 불을 놓아 전소되었으나 지붕에 있던 봉황만이 화를 면했다고 합니다.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긴카쿠(金閣) 로쿠온지(鹿苑寺)의 건물 외부와 주변 정원입니다. 목조 건물이라 불에 취약한 측면도 있지만 유서 깊은 건물에 불을 놓아 태우는 것은 일 년 전 한국 남대문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이나 일본이 비슷합니다.


금각은 삼층 건물로 되어 있고, 건물 앞으로는 넓은 연못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가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금각의 앞에 있는 연못, 교코이케(鏡湖池) 건너편에서 금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있습니다. 안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별 수 없답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이층과 삼층 벽에 장식된 금박을 만져보고 느껴 보고 싶지만 불가능합니다.

이 금박은 이층과 삼층 나무 벽에 옻칠을 하고 그 위에 금박을 입힌 것입니다. 금각 이외의 주변 기와지붕 건물들은 스님들이 거주하는 공간 혹은 스님들이 식사를 준비하거나 부처님께 올릴 공양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 건물들은 일정한 때 별도의 입장료를 받고 문을 엽니다. 내부 미닫이 문이나 벽에는 일본 전통 그림이나 글씨가 화려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금각은 삼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각 층은 서로 다른 양식으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일층 안에는 석가여래를 모셨다고 하나 비로자나불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일층은 침전식(寢殿式) 건물로 호스이인(法水院)이라고 합니다. 이층은 무가식(武家式) 건물로 조온도(潮音洞)라고 불립니다. 이곳에는 이와야 관음상(岩屋観音像)과 사천왕상(四天王像)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삼층은 중국풍의 선종 불전 양식입니다. 이곳에는 불사리(仏舎利)가 안치되어있고 굳교죠(究竟頂)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지붕은 나무판자를 여러 겹 쌓아 만든 것으로 일본에서는 고케라부키라고 합니다. 지붕은 한국 지붕 양식으로 설명하자면 용마루 없이 하나의 꼭지 점에서 지붕골이 만나는 모임지붕 형태로 사모지붕입니다. 모임지붕은 평면의 형태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사모지붕, 육모지붕, 팔모지붕 등이 있습니다. 사모지붕의 꼭지 점은 원형으로 두르고 한 가운데에 봉황을 올려 두었습니다. 봉황은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빛에 반짝이는 황금색은 다른 어떤 것보다 눈에 도드라져 인간에게 놀람과 흥분을 안겨 줍니다. 그리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금의 찬란함은 사랑의 약속의 증표가 되어 사람들은  손가락에 반지 형태로 만들어 끼우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금처럼 오랫동안 인간에게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금이 건물 벽에 장식되어 있으니 건물이 금으로 보이고 금이 건물로 된 환상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긴카쿠(金閣) 로쿠온지(鹿苑寺)가 처음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뒤에 개축하였다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금각 일층에서 연못을 향해 누각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이 금각에서 배를 타는 곳입니다. 이곳이 별장으로 사용될 때 사람들은 누각에서 차를 마시거나 쉬다가 배를 타고 싶으면 이 누각에 매어있는 배를 타고 연못, 교코이케(鏡湖池) 위를 한가롭게 거닐었겠지요. 교토에는 이처럼 누각에 연못이 있고 누각에서 연못으로 배를 탈 수 있게 만든 곳은 니시 혼간지(西本願寺) 안에 있는 히웅가쿠(飛雲閣)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일본 교토에 있는 누각의 일반적인 특징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금각의 지붕에 장식된 봉황은 교토 우지 뵤도인의 봉황이나 나라 호류지 닫집 모서리의 봉황 등과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인 장식물입니다. 이들이 모두 똑같지는 않지만 봉황이라는 이름은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봉황은 한국 공주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왕의 머리 베개 양 쪽에 놓여 있는 봉황, 백제 금동대향로의 꼭지에 않아있는 봉황과 너무 비슷합니다. 시대적으로 비교하면 백제의 것이 훨씬 앞선 것이지요. 봉황이 일본 고유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백제와 왜의 교류가 빈번했던 역사적이 사실로 보아 백제에서 전해진 것, 아니면 백제의 장인이 이곳 일본에 건너와 자신의 흔적을 남긴 문화 코드 즉 암호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전라도 지역의 여러 마을에서 자신의 마을 앞에 솟대, 짐대, 당간이라고 하고 새 모양을 만들어 장대 위에 올려놓은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전북 정읍시 산외면 목욕리의 나무 짐대, 고창읍 읍내리의 돌 당간, 부안읍 내요리 짐대, 동문안 돌짐대,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의 솟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짐대나 솟대는 마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새를 신성시하고, 새의 힘으로 한해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이곳 긴카쿠(金閣) 로쿠온지(鹿苑寺)는 금각을 중심으로 잘 손질된 정원수, 다실, 자그마한 폭포, 지장보살, 오솔길 등등 아기자기한 일본의 정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도시의 마을에 고립된 자연이 아니고 금각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기누가사야마(衣笠山)의 푸른 숲과 산이 더해져 자연의 고요함과 인공 정원, 현세의 극락정토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교토에 관광객이 많은 이유, 교토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이유는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없이 서로 이웃하고 있는데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자연 상태의 산이나 자연 조건을 손질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합니다. 그러나 조성된 정원은 항상 손질하고 끊임없이 가꾸어 자연에 가깝게 유지시키려 노력하고 그렇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는 법] 교토 역에서 205 번 버스를 타면 40 분 정도 걸려서 금각사 입구에 닿을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달수 지음, 배석주 옮김, 일본 속의 한국문화 유적을 찾아서, 대원사, 1995.
서정록 지음, 백제금동대향로, 학고재, 2001.
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편역,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글을 읽다. 2008.5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는 법] 교토 역에서 205 번 버스를 타면 40 분 정도 걸려서 금각사 입구에 닿을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달수 지음, 배석주 옮김, 일본 속의 한국문화 유적을 찾아서, 대원사, 1995.
서정록 지음, 백제금동대향로, 학고재, 2001.
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편역,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글을 읽다. 2008.5
#교토 금각사 #긴카쿠(金閣) #로쿠온지(鹿苑寺) #봉황 #금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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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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