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의 기적'은 MB정부의 '막장 드라마'

[분석] '경쟁 올인' 교과부가 연출한 허위사실... "교육비결이 영어강화"라더니

등록 2009.02.19 10:34수정 2009.02.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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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신장 우수학교 어떻게 하면 되는 줄 알아? 3월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을수록 좋아. 이것을 11월이나 12월 연말이 되면 지역 교육청에 '0'명으로 만들어 보고하면 되는 거야."

 

한 경기지역 초등학교 중견교사가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한 뒤 한 달여가 흐른 지난 18일. 초6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가장 낮아 최우수 지역으로 보도된 전북 임실교육의 '기적'은 결국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막장 드라마의 연출은 교과부, 보조는 임실교육청, 상영은 일부 보수신문들이 자청한 셈이 됐다.

 

'연출' 교과부 "임실교육의 비결은 영어교육 강화"

 

이 사실이 드러나기 이틀 전인 16일, 교과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전북 임실교육청의 경우 초6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북의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낮은 것으로 조사됨."

 

이 보도자료는 '임실교육청 비율이 낮은 이유'란 중간 제목 뒤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어진다.

 

"교육장과 학교장이 학부모들을 설득하여 전 학교가 매일 6시까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역교육청 주도의 영어체험학습 센터를 만들어 영어교육을 강화함."

 

방과후학교와 영어교육 강화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인 비결이었다는 설명인 것이다. 방과후학교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영어교육 강화가 학력 미달률을 줄인 비결이라니. 이 내용에 따라 상당수의 신문과 방송들은 '임실교육' 띄우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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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교육청 사례를 크게 보도한 <동아일보> 17일치 A5면. ⓒ 동아일보PDF

전북 임실교육청 사례를 크게 보도한 <동아일보> 17일치 A5면. ⓒ 동아일보PDF

'임실의 기적'(동아일보), '임실의 기적, 공교육이 거둔 성과'(YTN), 임실 '公교육의 힘'(서울신문), 전북 임실 '촌 동네의 반란'(한국일보), 낙제생 없는 '초등 공교육 1번지'(중앙일보)….

 

이 가운데 17일치에 나온 <조선일보> 사설 내용을 살펴보자. 제목은 '전북 임실과 강원 영월군(郡)의 '교육 성공'에 박수를'이었다.

 

"눈에 확 띄는 것은 전북 임실과 강원 영월이 어려운 교육환경 속에 거둔 성과다. …임실군은 2007년 군청 예산으로 영어학습센터를 만들어 전 학생이 연 2회 2박3일씩 실전 생활영어를 배우게 했다. 작년 3월부터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오후 6시까지 방과후 수업을 실시했고, 자체 개발한 영어능력 인증시험과 영어단어 급수제를 시행했다. …임실·영월의 교육혁명은 대한민국 교육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최종 조사 결과가 드러나야 밝혀지겠지만 이번 '드라마'에는 임실교육청이 직간접으로 관련 됐다는 증언이다. 

 

교육 막장드라마 후속탄은 계속될 것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막장드라마의 배경엔 60, 70년대식 일제고사에 의한 무한 학력경쟁이 있다. 이 속에서 인성교육 따위는 거추장스런 장신구일 뿐이다. 이런 '인재개발'의 총 연출자는 이명박 정부의 교과부다.

 

실제로 18일치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주호 교과부차관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데이터가 생긴 만큼 '3년 내내 학업성취도 미달 비율이 10% 이상인 학교장은 문책한다'는 식의 제도 도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과부의 움직임을 전국 교육청과 교장들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는 것이다. 임실교육청도 이런 '칼바람'을 눈치 챈 여러 교육청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막장드라마는 임실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1탄, 2탄 연속 상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은 어느 교육청이 막장드라마의 유명작가로 나설 것인가?

2009.02.19 10:34 ⓒ 2009 OhmyNews
#일제고사 #임실 성적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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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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