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위험관리 부재 공화국

공무원 위험관리의식 부재가 국민을 죽인다

등록 2009.02.20 10:11수정 2009.02.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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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도 아닌데 정말 어처구니없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용산 철거 시위 현장에서 6명이 사망하였고, 창녕 화왕산의 억새 태우기 축제에서는 사망자 4명, 중상자 6명 등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막을 수 없는 위험인 천재(天災)가 아니다. 위험관리와 안전의식 부재가 만들어낸 말 그대로 인재(人災)사고였다. 위험이란 ‘악역향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과 미래에 발생할 결과의 불확실성’이다. 위험관리자는 이러한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용산 시위 현장에 발화 위험물질인 시너를 쌓아놓고 화염병을 던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강제 진압하는 경찰이 특공대원을 투입 시 화재 위험을 예측해 철저히 준비했어야 한다. 위험관리에 초보적인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6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너가 쌓여있고 바닥에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무장한 특공대원을 공중에서 내려 보내는 무모한 진압작전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다고 해도 최소한 화재 폭팔 위험에 대비했어야 한다. 

 

화왕산 축제는 가파른 산에 2만여 명의 관광객을 모아 놓고 바람 부는 날 수개월 동안 바짝 마른 억새를 태우는 불놀이 행사이었다. 산에 불 놓는 위험한 행사에 창녕군이 마련한 위험관리 대책은 고작 공무원 300여명 배치해 놓고 수동 분무소화기 몇 개 놓아둔 것이 전부였다. 강풍에 불은 의도대로 타지 않고 관광객을 덮쳤다. 마치 산에 수 만 명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불을 지른 것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이 역시 누구나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 가능한 위험이다.

 

용산 진압과 화왕산 불놀이는 사전에 기획된 작전과 행사이다. 공무원들이 초보의 위험관리 의식이라도 있었다면 당연히 위험을 예측하고 사전예방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왜 통제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음에도 이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까? ‘속도전’ 등과 같은 정치적인 측면을 논외로 한다면 공무원의 위험관리와 안전의식 부재 때문이다. 국보 1호인 남대문을 불 태운 것도 그렇고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사고도 그렇다. 이번 용산·화왕산 사고 역시 대한민국 공무원의 위험관리와 안전의식 부재에서 발생했다.   

 

위험관리 의식이 철저한 미국에서는 정원의 나무를 심을 때 옆집에 불이 났을 때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는 수종을 골라 심을 정도로 위험에 대한 사전 대비가 철저하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못할지언정 세계 꼴지의 위험관리 국가, 위험관리 부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게 위험관리 수준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공무원의 위험관리 의식을 갖추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

2009.02.20 10:11ⓒ 2009 OhmyNews
#공무원 #위험관리 #화왕산 #용산참사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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