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외국인노동센터 한윤수 목사
고두환
화성,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난제들만 품고 있을 것 같은 이름.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가를 밝혀내는 것은 우리 인류가 아직도 품고 있는 난제이고, 경기도 '화성'에서 과연 누가 연쇄살인을 저질렀는지는 우리 국민들이 품고 있는 난제이다. 그리고 2009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화성'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당면해 있다.
내가 한윤수 목사를 만난 것은 2008년 후반, 어느 인터넷 공간에서였다. 당시 화성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어느 언론에 인터뷰를 한 내용을 보게 됐는데, 언뜻 보기에 국가에서 지원도 받지 않고 혈혈단신으로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
화성에는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만 2만 4천여명, 불법체류자를 합치면 가늠이 안 되는 외국인들이 일을 하고 살고 있다. 옆 동네 안산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쉼터며 기관들이 제법 있는데 이곳 화성은 여간 찾아보기 힘들다고 얼핏 들었다. 목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저녁쯤에는 제법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발안 읍내에서 볼 수 있었다.
저멀리 보이는 만국기, 주변에 몇 몇 모텔과 오버랩 되보이는 화성외국인노동센터. 그 공간이 왜이리도 아이러니 하기만 한지. 외국인 노동자에겐 경찰, 아버지, 친구. 뭐랄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타국의 공간,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에 한윤수 목사를 만나러 난 그렇게 찾아갔다.
1명의 센터장, 4명의 직원, 봉사자들, 그리고 국가별로 스크랩되있는 상담일지, 각국 언어사전, 노동법 관련 서적 등 조그마한 사무실엔 빼곡하게 사람들과 자료들이 즐비했다. 자리에 앉은 뒤 한윤수 목사에게 처음 들은 말은 이랬다.
"화성은 말이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다가도 간호사들에게 돈을 받아달라고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일할 자원도 부족하고, 봉사자는 더더욱 없죠. 목사들도 들어오지 않고, 공무원들도 농담삼아 귀향살이 한다는 데가 바로 화성이에요." 공단이 밀집해 있는 화성, 어찌보면 이 화성을 이끌어가는 것이 외국인 노동자일터인데 이들을 위한 사회 직간접자본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거기에 이어지는 말에서 그의 답답한 심경이 전해져 왔다.
"태국에 봉사활동 다녀왔다고 했죠? 여기에 태국인이 5천명으로 가장 많아요. 그런데 태국인들이 제일 답답해. 권리의식도 책임의식 가장 없어. 뭐가 다 약해 빠졌어. 자기 스스로를 구할 힘이라는 게 있어야 되는데 말이지."
말인 즉슨, 임금이 체불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장한테 말 한 마디 못하고, 공장을 도망치는 등 제대로 권리행사를 못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제대로 된 조건으로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아내기는커녕, 도와주기 위해 꾸며오라는 문서는 가져오지 않으면서 태국으로 돌아가면 밀린 돈을 받아달려며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한 켠에 빼곡이 쌓여있는 태국인들의 상담일지가 내 눈 안에 들어왔다.
화성외국인노동센터는 2007년 6월 세워졌다. 말 그대로 외국인을 도와주러 생긴 이 곳이 왜 탄생했는지를 한윤수 목사는 담담하게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청년사라는 출판사를 했어요. 그 출판사에서 전두환 정권 시절에 노동자 수기를 엮어서 낸적이 있었죠. 고생 엄청했지. 그 때는 그걸 꼭 해야겠더라고. 지금도 마찬가지지. 더 이상 욕심도 없고,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사회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데 왜 외국인 노동자였나요?""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라고 생각했어요."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였다. 화성외국인노동센터는 재정 상태가 그야말로 열악했다. 국가에 지원은 두 사람 몫의 최저임금을 매달 지원해주는 184만원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 지인들의 후원금과 한윤수 목사의 개인 사재가 출연되어서 센터는 근근히 운영을 해나가고 있었다.
"내가 이걸 운영하기 시작하니 집을 팔고, 전세금을 빼고, 지금은 임대아파트에 살자나(웃음). 우리 마누라 소원이 매달 월급을 갔다주는거라니까!"그러면서 임대아파트에 대한 장점만을 조목조목 듣고 있노라니 이런 낙천성이 이런 일을 가능하지 않게 했나 생각해봤다.
"목사님이시니까, 목회는 어떻게 하세요?""목회는 따로 안해요. 이렇게 활동하는게 목횐데 뭘. 사람을 섬기는 것 그게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죠."그러는 도중, 센터에 면접을 보러 온 젊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다행히 센터와 가까운 곳에 살고 이런 활동에 제법 의지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주일을 결단코 사수(?)해야 된다는 의지를 비쳤다.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우린 주일만큼은 양보 못해요. 평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해야되서 우리를 못찾아와요. 주말에 우리를 가장 많이 찾아오지. 그래서 주일은 어쩔 수 없어요."주일은 사수해야 된다는 청년과 주일은 일해야 한다는 목사의 만남, 이 아이러니한 현장에 나는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어떤 때가 가장 보람있으세요?""외국인 노동자들이 버텨줄 때. 임금도 다 받아내야겠다고 사장님들한테 떳떳하게 권리주장하고, 대충하고 넘어가자고 하면 단호하게 버티면서 대립각을 세워줄 때 정말 보람느끼지요. 그래야 우리도 힘을 얻고 돈 받아줄 수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