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용 퇴비올해 농사에 사용 될 퇴비가 눈을 맞은 채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락
전국적으로 귀농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상주시 역시 최근 청원~상주간 고속도로의 개통과 곶감, 포도 등의 특산물 덕으로 귀농자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도 30가구에서 2006년부터 평균 50여 가구가 귀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마을에서도 종종 새로 들어 온 귀농자의 근황이 입소문을 타고 들려온다. 상주시가 44년 만의 인구 증가 꿈에 부풀어 있다는 기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2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도내 농촌으로 돌아온 귀농인구는 227명으로 2007년 157명보다 44.6%(70명)가 증가했단다.
대량실업의 공포가 현실화 되는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의 삶을 모색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색할 시간도 없이 도시에서 버림을 받고, 시골의 초라한 집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시나브로 도시의 자본주의에 물든 시골 역시 예전처럼 나그네를 위해 평상에 따뜻한 밥을 내줄 만큼 인정이 넘쳐나지는 않는다. 억대 농업인 육성이라는 정부의 자본주의적 발상 앞에 시골조차 부익부 빈익빈의 도시를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골의 빈집과 땅들은 새로운 이웃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시골에는 아직 사람이 필요하고 그립다. 오랜 세월 공동체로 살아온 인정이 남아 있어 열심히 일해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못 본 체 하지 않는다. 보따리 풀면 어떻게든지 살 길은 생긴다는 것이 귀농 3년차의 믿음이다.
도시의 삶을 버려라, 그러면 길은 열린다 최종 선택은 귀농하려는 자신의 몫이다. 무엇보다 수십 년 간 쌓아온 도시의 유무형 자산을 정리하고 낯선 시골로 간다는 불안감과 자괴감, 도시 중심의 가치관이 끈질기게 뒷덜미를 잡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집만큼이나 신분의 척도로 작용해 온 승용차에 길들여진 도시인이 시골에서 털털거리는 트럭의 핸들을 잡는다는 것도 내심 독한(?) 마음 먹지 않고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 초, 승용차를 팔고 허름한 트럭에 처음 올라 핸들을 잡을 때 내 기분은 물론이고 아내가 지었던 그 표정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제는 너무도 트럭에 익숙해져 트럭이 제일 편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지만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귀농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두 가지만큼은 꼭 얘기하고 싶다.
시골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사는 곳이니 자신의 체력에 대해 충분한 점검을 우선 해야 하고, 두번째 도시의 허황된 욕심을 털어 내고 단순 소박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 두가지가 있다면 귀농은 분명히 새로운 인생의 이모작을 선물해주리라 믿는다.
가물었던 겨울도 지나고 대지는 봄기운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농부들은 올해 농사를 위해 농기구를 손질하고 벌써부터 들녘에 나가 땅과 호흡을 하고 있다.
아직도 초보농군티를 벗지 못한 귀농 3년차지만 가끔씩 내게 귀농 관련해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심스럽게 나의 지난 귀농 경험을 얘기하면서 마지막 결론은 힘주어 말하고 싶다.
"귀농 하고 싶으면 결단하세요! 다 살게 돼 있습니다. 그래도 시골이 도시보다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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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을 존경하고 깨어있는 농부가 되려고 노력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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