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때 지상파TV 편향... 방송법 개정해야"

천정배, 방통위 의뢰 보고서 공개 논란... 최문순 "정치적 이유로 법 개정" 비판

등록 2009.02.23 19:57수정 2009.02.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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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지난해 9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유성호
지난해 9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 유성호

 

정부와 여당이 새로운 미디어 산업 유발과 고용창출 효과를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등 언론 관련법 개정안에 기존 공중파 방송사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새로운 여론 형성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음이 드러났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 연구' 보고서 요약본은 현재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의 유료방송시장에서도 지상파방송PP가 차지하는 매출액 및 시청률 측면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의 신규도입 필요성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의뢰로 작성됐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새로운 종합편성PP 도입 필요성 중 하나로 '여론 다양성 제고'를 내세운 부분이다.

 

"탄핵·황우석·광우병 때 지상파TV 편향성... 지상파 여론독점 견제 필요"

 

이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대통령 탄핵 관련 뉴스 보도, 황우석 사태, 광우병 파동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방송보도의 다양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고 현 방송시장을 진단했다.

 

이어 "다양한 관점의 보도 콘텐츠를 제작·편성함으로써 한국사회 내 지상파방송의 막강한 여론 독점력을 견제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제고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유료방송 보도전문채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편향성에 대해 사회적 우려가 제기됐다'고 거론한 사건 중 '황우석 사태'와 '광우병 파동'은 사실상 MBC <PD수첩>이 시발점이 됐다. 또 '대통령 탄핵 방송보도'와 '광우병 파동'의 경우 보수세력들이 대표적인 '편파방송'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보도들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가 내세우는 '여론 다양성 제고'는 특정 방송사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또 새로운 종합편성PP 도입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 "지상파방송과 경쟁할 수 있는 채널 브랜드를 갖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대기업, 신문사, 뉴스통신사의 진입 및 소유제한 규정으로 인해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자본과 보도채널 제작의 전문성을 유료방송 시장 내로 인입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비지상파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MBN에 대해서는"지상파방송 뉴스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크게 열세를 보이면서 여론 및 의견의 다양성 제고를 위한 보도채널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논리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 취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대기업, 신문사 등의 자본으로 YTN 등을 넘어서면서 기존 지상파 방송을 견제할 수 있는 규모의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전문채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법 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 자본력을 갖춘 보수신문들의 방송 참여에 대해 '여론 독과점 우려'를 내세워 강력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여론 다양성 제고' 논리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시중 "최 의원의 정보수집 능력 높이 평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중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과 천정배 의원.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중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과 천정배 의원.남소연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중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과 천정배 의원. ⓒ 남소연

한편 이날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이 사안(방송법 개정)이 아주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며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런 보고서를 받은 바 없다"고 답했으나, 곧바로 실무자가 "위원회에서 연구 의뢰한 것은 맞지만 아직 보고서가 완성이 안 됐기 때문에 위원회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 위원장은 자신도 몰랐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 "최문순 의원의 정보수집 능력을 높이 평가합니다"라고 웃으면서 말했고, 최 의원은 여전히 격앙된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제 능력을 높이 평가해주셔서"라고 맞받았다.

 

이날 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 보고서의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방송통신위에서는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2009.02.23 19:57ⓒ 2009 OhmyNews
#방송법 #천정배 #최문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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