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혁명'을 해야 할 때다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조작 사건을 보면서

등록 2009.02.24 09:50수정 2009.02.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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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15 부정선거 때를 연상케 하다

 

 임실교육청이 지난 1월 14일 이 지역 15개 학교에 보낸 일제고사 결과 보고 공문.
임실교육청이 지난 1월 14일 이 지역 15개 학교에 보낸 일제고사 결과 보고 공문. 윤근혁
임실교육청이 지난 1월 14일 이 지역 15개 학교에 보낸 일제고사 결과 보고 공문. ⓒ 윤근혁

평생 학교 울타리에서 스승에게 배움을 마치고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물러나, 강원산골로 들어와 지내는 한 퇴역교사로서 교육문제라면 일가견을 가지고 있지만, 가능한 그동안 자제하며 살았다. 자기가 몸담던 곳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좋은 소리보다 쓴 소리가 나오게 마련인데, 내 쓴 소리를 들은 이가 '그럼, 너는 뭐냐'고 항의한다면 구차한 변명도 하기 싫거니와, 솔직히 나도 한통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성적조작 사건을 보노라면, 3‧15 부정 선거 때 개표 조작 사건이 떠올라 더 이상 수수방관하기에는 백성된 도리가 아니라 붓을 들었다. 1960년 3월 15일에 실시된 제4대 정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후보인 현직 이승만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 박사가 선거 전에 사망함으로, 대통령 선거는 따 놓은 당상임에도 자유당은 85세의 고령 대통령에 대비해 부통령 이기붕 후보의 당선 전략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자유당 선거대책본부에서는 4할 사전투표와 공개투표 전략을 세웠다. 4할 사전투표란 기권자, 유령기권자, 매수 기권자, 전출자, 노쇠자 등을 4할로 책정하고, 이들의 표를 자유당 후보 지지표로 만들어 미리 투표함 넣는다는 전략이요, 공개투표란 유권자를 3인조 ‧ 9인조로 편성하여 자유당 당원, 경찰관, 공무원 또는 그 가족이나 매수자가 조장이 되어 자유당 후보를 찍게 하여 투표하는 전략이었다. 

 

3월 15일 선거 결과, 유효투표 1,086만 표 가운데 자유당 이승만 대통령 후보 963만여 표로 88.7%를 얻었고, 이기붕 부통령 후보가 883만 표로 79%를 얻어 당선자로 발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지역에서는 이승만과 이기붕 후보가 얻은 표가 총 유권자수를 초과하였고, 군대 개표 결과는 유권자 수의 120%가 이승만 후보 표로 나와, 이승만 득표율은 80%, 이기붕 득표율은 70%로 하향 조정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리는 해프닝도 벌어진 선거가 아니라 국민을 속인 야바위 판을 벌였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4월 혁명을 일으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한 뒤 하와이로 망명을 가고, 이기붕 후보는 일가족 집단 자살로 민권 승리를 이루었다. 

 

"어디 사과로 될 일이여!"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조작 파문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조작 파문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남소연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조작 파문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 나라 2세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학생시험 성적을 집단적으로 조작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나라 전체가 수렁에 빠진 부정부패의 극치다. 나라의 앞날을 염려하는 산골 서생으로 마침내 '올 것이 왔다'라는 절망감으로, 그 해결책은 혁명적인 방법이 아니고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누가 이들 성적 조작자를 엄벌할 것인가.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꾸짖을 수 있겠는가.

 

사실 우리 교육계의 부정부패 비리의 뿌리는 매우 깊다. 학생의 입학에서 졸업까지 부정이 개입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었다. 지난날 해마다 반복되는 부정입학과 정원초과로 학교와 교육당국이 숨바꼭질을 하였고, 가짜 학위 가짜 졸업장 남발로 학교와 관계 당국이 숨고 쫓는, 마치 범법자와 그를 쫓는 수사기관원의 관계라면 나의 지나친 표현일까.

 

그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범법을 밥 먹듯이 하던 자들이 금배지를 달고 장차관 이상 고위직을 하는 세상이니까 그것을 보고 배운 후배들이 자신도 그런 자리에 오르기 위하여 성적조작은 예사로 여겨 저지르고, 그 위 상급자는 이를 알고도 눈 감고 상부에 보고하고, 더 위 상급자는 이에 칭찬받고 승진하는 부패의 고리가 이어졌다는 보도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는 우리 백성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교단에 섰을 때 학부모들중에 당신 자식 바른 사람으로 키워달라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어떻게 하든 자녀의 성적 올려주고 좋은 상급학교 진학시켜달라는 주문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풍토이고 보니 성적 지상주의 교육으로 인성교육 부재로 도덕과 양심은 황폐화하였다. 나라의 지도자를 뽑을 때도 도덕성보다는 우선 잘 살게 해준다는 후보자를 뽑았다.

 

오늘 목욕탕에서 몸을 닦은 뒤 탈의실에서 옷을 입는데, 마침 와이티엔 방송에서 교과부 안병만 장관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는 보도를 했다. 이 보도를 들으며 옷을 갈아입던 한 시골사람이 "어디 사과로 될 일이여!"라고 핏대를 올리며 흥분했다.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육계가 막다른 골목에 이른 듯하다. 지금의 상층부 권력구조로는 이 난국을 치유할 수 없을 게다. 더 늦기 전에 백성들이 팔을 걷고 일대 혁명을 해야 할 때다.

2009.02.24 09:50ⓒ 2009 OhmyNews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조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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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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