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부녀의 귀환?

페루 후지모리와 게이꼬는 지금부터 대선중

등록 2009.02.24 12:08수정 2009.02.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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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을께 자주 오가는 페루 제2도시 아레끼빠를 내려가며 차창을 응시하다 흠칫 놀랐다. 선동정치니 대중정치니 하는 말이 익숙해진 이곳에서 담벼락까지 활용하여 정치선전을 하는 것은 중남미에서 항용 있는 일이지만 페루 수도인 리마(Lima)에서 판아메리카 도로를 타고 가는 이까(Ica)까지 2시간 내내 이해되지 않는 일관적인 도배성 구호들 때문이었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지금 현 대통령 알란 가르시아가 시퍼렇게 살아 통치중인데 도로 좌우를 현 집권세력이 아닌 전직 대통령 부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해안가와 사막지대 가용한 모든 공간에 저리 외쳐댈 수 있는 이 나라 정치 현상 때문이었다. 더구나 작년 기준으로 3년이나 남은 대통령 후보를 미리 공개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a  후지모리를 석방하라는 문구는 누굴 대상으로 하는 걸까?

후지모리를 석방하라는 문구는 누굴 대상으로 하는 걸까? ⓒ 박종호

후지모리를 석방하라는 문구는 누굴 대상으로 하는 걸까? ⓒ 박종호

a  만약 페루를 방문한다면 도처에서 후지모리 이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만약 페루를 방문한다면 도처에서 후지모리 이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박우물

만약 페루를 방문한다면 도처에서 후지모리 이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박우물

사진에 드러나듯 후지모리는 결백하니 풀어주라, 2011년 대통령선거에서 그의 딸 게이꼬의 힘을-대권-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민중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등의 문구도 간혹 눈에 들어온다.

 

3선 연임 중 게릴라들을 소탕할 때 보여준 강인한 사무라이 모습과 달리 부정이 발각되자 방문지 일본에서 달랑 팩스 하나 보내서 대통령 사임을 일방적으로 통고한 후지모리는 이후 일본과 칠레에서 체류하다 10년간 정권 최고 책임자로 복무한(1990-2000년) 페루로 압송됐다.

 

이미 권력남용 혐의로 6년을 선고받았지만 과정이 어찌됐든 자신 활동무대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인지 재판동안 하품을 하는 모습이나 강변을 할 때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언론에서 그냥 놔둘 리 없다.

 

아직도 진행중인 재판은 이미 2009년 2월쯤이면 끝났어야 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고 있다. 작년 가을 이전에는 이런 조직적인 것을 보지 못했으니 후지모리 지지파들의 움직임은 아마도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게이꼬는 후지모리의 장녀로 아버지 후광을 업었다지만 최다 득표로 의원에 당선된 뒤 과거 국정 경험을 십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아버지 지지층들을 자연스레 결집하고 있다.

a  게이꼬가 페루에서 아버지를 이어 동양계 여성대통령이 될지 안될지는 2011년이 되보면 알것이다.

게이꼬가 페루에서 아버지를 이어 동양계 여성대통령이 될지 안될지는 2011년이 되보면 알것이다. ⓒ 박우물

게이꼬가 페루에서 아버지를 이어 동양계 여성대통령이 될지 안될지는 2011년이 되보면 알것이다. ⓒ 박우물

a  게이꼬에 대한 지지는 바로 후지모리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이꼬에 대한 지지는 바로 후지모리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 박종호

게이꼬에 대한 지지는 바로 후지모리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 박종호

 

반면 알란(현재 대통령)과 더불어 페루는 전진한다라는 문구는 뿌노쪽으로 가는 길에 조금 눈에 띌 뿐이다. 담벼락 구호 현상만 봐서는 현재 페루의 대통령이 누구인가 하고 헷갈린다.

 

일각에서는 서로 보험성으로 알란 현 대통령이 일부러 방관하고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알란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30대 때 취임을 하여(1985-1990) 구제금융을 부르고 도망치다 싶이 출국하였다. 그런 국민들의 상실감이 다음 선거에서 후지모리를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 정치적인 견해는 극단적이지만 그런 대로 젊은 날의 과오를 잊지 않은 탓인지 현 대통령인 그의 지지도는 30% 이내에서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쪽 방향에서 후지모리를 석방하라는 구호는 그다지 접하지 못했지만 간혹 사막에 게이꼬 이름을 적어놓고 미리 지지를 표명하는 것을 올 2월 원행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좀체 정치적인 속내를 내보이지 않는 속성상 후지모리 전통 지지층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쉽게 산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직도 상당부분 그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고 경제상황에 따라 후지모리=게이꼬 등식은 자연스레 성립할 것이다.

a  '후지모리에게 자유를, 게이꼬는 대통령으로'라는 문구만 봐도 현지 상황을 알 것 같다.

'후지모리에게 자유를, 게이꼬는 대통령으로'라는 문구만 봐도 현지 상황을 알 것 같다. ⓒ 박우물

'후지모리에게 자유를, 게이꼬는 대통령으로'라는 문구만 봐도 현지 상황을 알 것 같다. ⓒ 박우물

a  후지모리의 무죄를 주장하는 구호는 사막 주거지 담벼락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후지모리의 무죄를 주장하는 구호는 사막 주거지 담벼락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 박종호

후지모리의 무죄를 주장하는 구호는 사막 주거지 담벼락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 박종호

a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지모리 파의 반격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지모리 파의 반격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 박종호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지모리 파의 반격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 박종호

 

과연 후지모리 재판 결과는 어찌 나올 것인지, 게이꼬가 2011년에 대통령이 되어 그 부녀가 영광스런 재기를 할 것인지는 미묘한 역학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때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이다. 다만 그 부녀의 정치적 공과를 떠나 전직 대통령 지지층들이 저리 활개치도록 놔두는 이 나라 정치판은 지금의 한국을 볼 때 여러모로 닮은 듯 닮지 않은 구조들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a  리마를 기점으로 북쪽 판아메리카 접도에서 발견한 게이꼬 지지 구호.

리마를 기점으로 북쪽 판아메리카 접도에서 발견한 게이꼬 지지 구호. ⓒ 박우물

리마를 기점으로 북쪽 판아메리카 접도에서 발견한 게이꼬 지지 구호. ⓒ 박우물

 

          문화의 레일 / 관계의 레일 Rail Art 박우물 http://cafe.daum.net/7080folksong

 

 

덧붙이는 글 | 나의 정치성향도 분명히 선이 뚜렷하지만 가급적 현상은 현상대로 보려고 노력하였다. 후지모리 지지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또 다른 동양계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에 대해 제법 관심을 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2009.02.24 12:0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나의 정치성향도 분명히 선이 뚜렷하지만 가급적 현상은 현상대로 보려고 노력하였다. 후지모리 지지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또 다른 동양계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에 대해 제법 관심을 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페루 후지모리 #후지모리와 게이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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