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부 조합원들이 노조의 투쟁이 미온적이라며 항의하자, 강동구 노조위원장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회장을 떠나고 있다. 권우성
▲ 일부 조합원들이 노조의 투쟁이 미온적이라며 항의하자, 강동구 노조위원장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회장을 떠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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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나온 불만 "뭐가 끝이야?"
'사단'은 최 부위원장 발언 직후 일어났다. 사회자는 최 부위원장의 말을 끝으로 집회를 정리하려 했다. 집회 시작 25분 만이었다. 갑자기 조합원들 사이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PD들과 기자들이었다.
"이상으로 노조 집회를 모두 끝내…."
"뭐가 끝이야?"
"왜 이렇게 끝냅니까?"
"조합원들 발언도 안 듣고 이렇게 끝냅니까?"
"이게 뭐야. 도대체!!"
당황한 노조 집행부들은 "시간 관계상…" "업무에 복귀해야 하니 이해해달라" "3월 2일에 또 기회가 있다"는 말로 설득하려 했지만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더 많아졌고 높아졌다.
결국 노조 집행부는 마이크를 조합원들에게 넘겼다. 가장 먼저 나온 한 조합원은 "난 이런 곳에 나선 적도 없고 사내망에 글을 올린 적도 없는, 그저 일만 하는 PD였다"면서 "그런데 지금 너무 가슴 아프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난 노동운동해 본 적도 없다. 이런 데 나올 정도로 투쟁심 강한 사람도 아니다. 나서기도 싫고 그저 세상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이 현실을 묵과한다면 방송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다 버리고 그저 연명하겠다는 것 아니냐. 노동조합이 앞에 나서리라 믿었다. 대학 총학생회도 이런 총학생회가 없다. 노조는 미디어법이 (본회의) 상정되면 총파업 한다는데… 너무 한가한 것 아닌가. 조합원들이 나가서 죽겠다는데 노조가 조합원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조합원은 "노조가 앞장서지 않으면 우리 PD들은 모두 노동조합을 탈퇴할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사태가 커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강동구 노조 위원장이 들고 있던 피켓을 바닥에 밀어 내려놓으며 벌떡 일어나 본관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노동조합 탈퇴" 경고 발언이 귀에 거슬린 듯 했다. 일부 노조 집행부도 일어나 강 위원장을 따라 퇴장했다. 조합원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위원장 어디 가는 거냐" "조합원들의 얘기를 듣지 않고 퇴장해 버리는 위원장이 어딨냐"면서 소리쳤다. 일부 기자와 PD들은 강 위원장의 갑작스런 퇴장에 화를 삭이지 못하고 "세상에 저런 위원장이 어딨냐"면서 깔판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함께 퇴장해 버렸다.
한 노조 집행부 역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나 "아까 부위원장이 다 얘기했잖아"면서 소리를 지르고 다른 집행부들이 이를 말리는 등 분위기가 순간 어수선해졌다. 노조 집행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다시 터져나왔다.
한 집행부가 마이크를 잡고 "알겠다. 위원장에게 다 전달할테니 할 말 있는 조합원들은 해 달라"고 분위기를 수습했다.
"노조가 부응하지 못하면 PD부터 가겠다"

▲ 한 노조간부가 곤혹스러운 모습으로 앉아 있다. 권우성
▲ 한 노조간부가 곤혹스러운 모습으로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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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합원이 나와 "아까 위원장은 미디어법과 방송공사법을 함께 묶어 투쟁하겠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지금 그걸 분리해서 처리하겠다는 것 아니냐.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지금 긴박한 상황이다. 그제 날치기 처리하는 것 봤잖냐. 위장전술까지 써서 날치기했다. 지금 당장 통과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노조가 이러니까 말로만 싸우는 척 한다는 의심을 사는 것 아니냐. 이럴 때가 아니다. 노조가 늘 연대, 연대 하는데 지금이야말로 나가서 MBC하고 연대할 때다."
한 PD는 강 위원장의 퇴장을 정식으로 문제삼았다.
"아까운 시간 쪼개서 조합원들이 와 있는데 듣기 싫은 소리 한다고 위원장이 박차고 일어나는 건 조합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위원장이 아니다."
분위기가 삭막해지자 김덕재 PD협회장이 나섰다. PD협회는 이미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그 본격적인 시작 시점을 오는 3월 2일로 잡아둔 상태다. 김 회장은 맨 앞줄에 앉아있는 조합 집행부를 향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PD협회는 협회이지만 조합원들의 모임이다. 물론 그동안 노조와 다른 결정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노조를 신뢰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속도'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PD들은 총회를 통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제작거부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에 부탁드린다. PD들의 제작거부 투쟁을 부분 파업으로 인정해 달라. 지금 중요한 건 바로 '스피드'다. 이 스피드에 노조가 부응하지 못하면 우리 PD부터 가겠다.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
조합원들의 박수가 터졌다.
민필규 기자협회장 역시 "기협은 노조의 투쟁에 힘을 실어준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노조가 투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따로 갈 수 있다"면서 "PD협회의 제작거부를 부분파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조합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민 회장의 발언을 끝으로 집회는 오후 1시 22분 끝났다. 조합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뜬 상태였다. 피켓과 머리띠는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사회자가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구호를 선창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메아리는 약했다.

▲ 한 노조집행부가 벗어 놓은 투쟁머리띠가 바닥에 놓여 있다. 권우성
▲ 한 노조집행부가 벗어 놓은 투쟁머리띠가 바닥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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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27 15:3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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