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우리 집은 안전하다? 천만에!

[서평] <집이 우리를 죽인다>,'우리 집 구석구석의 유해 독소들'을 찾아

등록 2009.03.05 09:56수정 2009.03.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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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안전하다? 오염물질 수치, 실내가 천배보다 높아

"실내의 유해물질이나 유독가스로 인해 실내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2~10배나 오염되어 있다." - 책 속에서


<집이 우리를 죽인다>(기린원 펴냄) 속 이 한 구절은 주부인 내가 뜨끔해지게 만든다. 도시의 거리보다 집안이 훨씬 덜 오염되었으며, 그만큼 안전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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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우리를 죽인다> 겉그림 ⓒ 기린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최근 며칠동안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이를 넌지시 물어봤더니 열이면 열, 대부분 나처럼 '실내가 훨씬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우리의 실내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책을 통해 우리 생활 속 유해독소들을 만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자꾸만 벽이나 가구, 방바닥과 각종 생활용품들을 돌아보면서 뜨끔뜨끔 할만큼 말이다.

설명을 더하면, 대도시에서는 배기가스로 오염된 실외공기가 집안으로 유입되고, 건물에서 배출한 난방가스가 재유입되거나 실외의 비산 먼지나 황사 등이 유입되어 실내 공기의 오염을 가중시킨다.

이렇게 오염된 실내의 공기는, 오염이 되어도 '자정 작용'을 통해 정화되는 대기와 달리 실내에서 순환을 계속하면서 오염이 가중된다. 건축 마감재나 첨단기능의 전자제품, 가구나 생활용품들 또한 각종 유해독소를 방출, 실내는 더욱 오염된다.


실내는 밀폐된 공간이라 오염 물질이 집중적으로 사람의 몸에 영향을 준다. 이때 폐에 전달되는 과정도 짧다. 그만큼 위험하다. 실태가 이런지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의 오염물질들이 폐에 전달될 확률은 실외보다 약 1천 배나 높다고 추정한다.

참고할 것은, 현대인들 대부분은 하루 중 70~80%를 이런 실내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다. 90%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기에 차량 내에서 보내는 5%를 포함시키면 하루 중 실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작 5%.


우리의 사정이 이러니 실내공기의 '질'은 그만큼 중요하다. "실내공기의 오염 여부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척도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이처럼 현대인들의 건강을 좌우하는, 내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우리 집은 얼마나 안전한가?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생활공간 속 위험 물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대체 왜 위험하다는 걸까?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 그 대안은 없는가?

<집이 우리를 죽인다>는 이처럼 우리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으며 안락한 생활을 꿈꾸는 순간에도 끝없이 유해독소를 방출하고 있는 우리 집 구석구석의 유해독소 원인들을 낱낱이 끄집어내 조목조목 설명, 유해독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온갖 유해독소에 포위된 현대인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지구상에 발병하는 질병의 24%, 사망의 23%가 환경성 질환이라는 보고서를 냈다.-책속에서

한 조사에 의하면 갓난 아기가 가장 많이 접하는 오염물질은 집먼지라고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는 각종 연소가스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발암물질, 유독물질 등이 상존하고 있단다. 또한, 오염된 땅에서 검출되는 납이 100ppm인데 집에서 검출되는 납은 무려 1000ppm이라고. 집안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더욱 충격스러운 것은 좀 더 근사하고 멋진 집을 꾸미고자 우리들 스스로 돈을 지불하고 이런 물질들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실내 마감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실내환경 오염에 많은 역활을 하는 벽지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요즘에는, 잘 찢어지고 미장 벽면이 매끄럽지 못할 경우 비치는 단점이 있는 종이벽지 대신 표면에 엠보싱 같은 특수 방법으로 독특한 질감을 표현한 벽지들을 많이 선호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실크벽지.

실크벽지는 종이벽지에 비닐의 일종인 PVC를 덧입힌 화학벽지라 방습, 방수 효과가 뛰어나 요즘 많이 보편화 되었다. 더우기, 얼룩이 묻어도 물걸레나 세정제로 쉽게 닦아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화학벽지가 실내오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벽지는 제조과정에서 합성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되고 그 후 보존을 위한 방부처리도 빠지지 않는다. 문양이나 염색을 위한 잉크와 광택제에는 톨루텐과 벤젠 등의 성분이 포함되어있고 특히 염화 비닐벽지(실크벽지 등)는 환경호르몬의 방출위험도 안고 있다. 염화비닐벽지에는 유연제인 프탈산에스테르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생식독성이 우려되는 물질로 성인보다는 어린이에게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마저 우아한 실크벽지지만 사실은 온갖 화학물질을 이용해 화려한 외양을 한 두 얼굴의 벽지인 것이다. - 책 속에서

실크벽지의 위험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크벽지 도배에는 일반풀보다 접착력이 좋은 화학 풀을 주로 사용한다. 합성수지 접착제는 모두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다량 함유, 환경호르몬을 방출하는 것도 있다. 이런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스를 맡으면 어지럽고 피로하며 증세가 심해지면 중추신경을 억제하여 정신착란까지 일으킬 수도 있고 구토, 설사, 비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 책 속에서

이처럼 도배 시공 때 주택에 사용되는 화학접착제는 일반적으로 평당 약1kg정도, 99㎡(약 30평)의 집이라면 신경을 죽일 수도 있는 화학접착제 약 30kg이 벽에 들러붙어 스멀스멀 유독성분을 내뿜게 된다고 한다.

건축공정의 최종 마무리인 도장에 흔히 쓰이는 페인트는 납, 비소, 카드뮴, 포름알데히드, 수은 등의 중금속과 유해물질을 방출한다. 그러니 중금속으로 벽을 칠하는 꼴이다.

이처럼 페인트와 실크벽지가 유독성분을 내뿜는 동안 우리들이 생활의 편리를 위해 선택한 온갖 생활 용품들도 유해독소를 방출, 폐와 피부 등을 통해 우리 몸으로 스며든다. 대도시 대부분 가정의 실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집이 우리를 죽인다>? 책 제목이 다소 위협적이다. 하지만 우리 주거환경의 현실이다.

새 학기마다 찾아오는 단골, '새 책 증후군'의 실체는?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또 다른 유해 독소 주범들은?

▲무늬만 원목인 합판마루는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 강화마루는 포름알데히드 다량함유? ▲가죽소파 절대 위험? ▲잠자는 동안 흘러나오는 침구류 독소의 실체는? ▲블라인드와 커튼-산들바람에 독소가 소올 솔~ ▲순면제품이 몸에 좋다? 아니, 옷이 옷이 아니다. 몸에 두르는 독소다! ▲ 새 학기마다 찾아오는 단골 '새 책 증후군'의 실체는? ▲ 향수와 방향제, 아름답지만 위험천만한 향기! ▲화장품-얼굴에 바르는 독 ▲미용비누, 합성색소와 방부제로 뒤섞인 물건? ▲섬유유연제를 묻힌 천조각은 벌레도 외면? ▲전자 모기향 등의 살충제, 벌레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 ▲유해물질 집합소인 아이들의 공부방, 그 실태는? 등이다.

외에도 각종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등에 숨어 있는 위험물질들을 낱낱이 소개한다. 아울러 유해물질에 대한 별도의 상식을 관련 글 옆에 '쪽지'형태로 정리해줌으로써 매스컴 등을 통해 간간히 알려졌지만 실은 잘 모르는 유해독소들을 정리, 쉽게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저자 허정림은
비염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둘째 때문에 고민하다가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 늦깎이 환경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저자는 그동안 환경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 및 환경 관련 벤처기업 자문위원으로 활동, 환경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재미있는 환경이야기> <재미있는 발명 이야기>가 있다.


또한 각 주제마다 '더 알아둘 웰빙상식'으로 유해독소를 줄이거나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법, 올바른 선택과 사용 등 실생활에서 조금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각 제품별로 제시하고 있다. 무척 유용한 자료다.

제3장, '우리 집 유해독소 퇴치법'도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건강한 실내를 위한 모범사례, 그동안 매스컴 등을 통해 전자파나 환경호르몬 등을 차단시켜준다고 잘못 알려진 제품이나 식물에 대한 그릇된 정보 지적, 실제로 효과가 뛰어난 식물이나 제품 등에 대한 것들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아이가 왜 비염을 달고 사는지, 아토피성 피부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잘못 먹인 것도, 운동을 시키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집안의 구조와 집에 들어찬 물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집안에는 온통 화학물질들이 넘실대고 있었으며 최루탄과 같은 각종 독소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희미하게 집안의 환경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처럼 어리석은 엄마로 인해 아픈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집안의 화학물질의 오염실태를 알리고 위험성을 공감하고 싶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집이 우리를 죽인다>(저자 허정림/기린원 펴냄/2009.1.20/12,000)


덧붙이는 글 <집이 우리를 죽인다>(저자 허정림/기린원 펴냄/2009.1.20/12,000)

집이 우리를 죽인다 - 우리집 구석구석의 유해 독소들

허정림 지음,
기린원, 2009


#새집 증후군 #새책 증후군 #환경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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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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