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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0년 만에 꿈을 실현하는 여행길에 올랐다. 오랫동안 일하던 곳에서 나와 다시 새로운 일터에 씩씩하게 도전하기 위해서 뭔가 마음의 자양이 되고 충전이 되는 것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소망하고 이루지 못한 것 중의 하나를 골랐다. 바로 가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언어소통도 안되고, 운전맹, 컴맹에다가 의료보험과 집도 없이...오히려 더 잃을게 없어서 겁도 없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서기를 하고 조금씩 조금씩 자투리여유들을 모아서 오직 나의 소망과 내 영혼을 위해서 나눔문화답사단에 끼어서 인도북부로 떠났던 것이다.
초딩과 사춘기 때 특수학교에 갈 형편이 안되어 그냥 집에서 가까운 일반학교로 들어갔고 학교에서는 늘 왕따를 겪었다. 출석을 불러도 대답을 안해 늘 길쭉한 출석부로 맞았고, 소풍을 가서 우연히 도시락을 엎어도 고의로 먹기싫어 팽개친 것으로 오해를 받았고, 사지는 멀쩡해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호흡을 못 맞추기 때문에 운동회 마스게임이라든가... 교내특별활동은 아예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중증청각장애라고 스스로를 변호할 만한 당당함이라든가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항변의 소리조차 내고 반항하는 뻔뻔함이라든가 그런 것은 애시당초 없었다. 장애로 인해 닥치는 갖가지 외부의오해의 상황이나 나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갖가지 분노와 부정의 소리들이나 그저 쓴약을 삼키듯이 삼켜 버리고 마냥 침묵속에서 숨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던 시한폭탄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그러던 가운데 우연히 국어선생에게서 인도이야기를 접했다. 스스로 고행을 하며 수도하는 사람들의 나라... 물질적인 것들을 떠난 영혼의 고향이며 시체를 태우는 강물에서 그 강물로 이도 닦고 목욕도 하고 그 강물을 떠서 맨 발로 수백킬로를 날라 제사를 지낸다는 인도에 대한 동경이 싹 트고 그 곳을 꿈꾼 것이다.
처녀때 인도이야기를 했다가 부모님에게 되지도 않을 엉뚱하고, 분수에 맞징 않은 생각이라 된통 혼나기도 했고, 결혼해서는 남편에게 인도이야기를 하면 밥먹다가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인도는 섣불리 가볼 만한 곳이 아니라고 정색을 했다.
인도로 같이 간 답사단 가운데 척추굴곡증 서울시청공무원과 시각여성장애인도 있었다. 몸 어딘가가 불편하다는 것만으로 동병상련의 친밀감이 절로 들었고, 될 수록 그들과 같이 차를 타거나 밥을 먹으려고 애썼지만 이상하게 그럴 수록 그들은 내가 가까이 가면 갈 수록 은근히 나를 피하려고 했다. 피하는 눈치를 챈 나는 많이 서운해 했다. 서운한 마음과 소통하지 못한 채로 2주간의 여정은 끝나고 심신은 재 충전되었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은 남았다.
최근에 장애유형별 상담자료를 준비하면서 나는 비로소 그들이 나를 피한 이유를 알았다. 척추장애는 호흡기가 불안정해 많이 걷거나 높은 지대에 오래 있거나 장시간 이야기 할 수 없는데,나는 계속 손을 잡고 내 딴에는 여기 저기 좋은데 가자고 잡아 끌거나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각여성장애인언니에게도 밥 먹을때마다 도와주느라 반찬들을 가까이 놓아주고 차에 탈때 팔을 잡아 주곤 했는데 알고 보니,시각장애인은 언어로 위치를 파악하게 설명하고 시각장애인이 시키는대로 행동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언니가 시키는 말은 못듣고 내 생각만으로 반찬을 옮겼으니 밥먹는데 나로 인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불편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도와주려고 귀에 얼굴과 입을 가까이 하고 소리를 크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벼락소리가 나도 그 소리는 못 듣고 입모양을 보고서 뜻을 감지하는 나로서는 그 사람을 자연히 피하게 마련이다.
장애가 있다하더라도 장애유형들과 장애급수가 다르면 서로 오해가 생기는 일은 평소에도 다반사이다. 장애에 대한 이해도 사전공부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내 생각을 말하고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잘 말하게 하고 상대의 마음이 날개를 달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깨달아 가는셈이니 늦은 나이가 부끄럽긴 하지만 늦게 피는 꽃도 꽃이라는데 위안을 삼는다.
2009.03.03 11:0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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