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살인정권 규탄과 MB 악법저지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용산철거민참사의 진상규명과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정 저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나의 삶의 유일한 낙은 식(食). 의식주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식(食). 지금 그 식(食) 해결 안 돼 이런 식으로 난 못 살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 (DJ DOC 5집에 수록된 'DJ Blues' 중) 지난 2000년에 발매됐던 인기 그룹 DJ DOC의 노랫말이 9년 만에 현실이 됐다. 2월 2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식료품의 전년 동월대비 가격 상승률은 10.5%. 일반 서민 처지에서는 위의 노랫말만큼이나 절박한 수준이다. 물가 중에서도 특히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높아 곡물과 육류가 각각 10.3%, 14.1% 올랐고, 낙농품과 유지류의 가격은 각각 23.9%, 24.1% 상승했다.
외식 품목은 더하다. 삼겹살(11.6%), 라면(12.7%), 김치찌개백반(8.0%) 등이 전년 동월대비 10%가량 상승했고, 김밥은 21.6%, 아이스크림은 30% 이상 올랐다.
그에 반해 임금은 되레 깎이는 추세다. 지난달 25일 전경련 산하 30대 대기업은 정부가 시작한 신입 및 기존 직원의 임금 동결과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번 조치로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이 최대 28%까지 깎이게 된다.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인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고령노동자의 임금감액, 외국인 노동자 임금에서 식비·숙박비 제외 등 경제 취약계층의 임금 삭감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대로 개정될 경우 서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모든 이가 어렵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사정은 유난히 좋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먹고'사는 것은 세계 기준과 비교해 봤을 때 어떤 수준일까.
2009년, 물가는 '한국'만 높다 연초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관인 유로스탯(Eurostat)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보다 1.2% 상승했다. 일본의 1월 전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또한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
특히 미국의 지난 200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년만의 최저치였다. 이러한 낮은 물가 인상률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에 비해 4.1% 상승했다. 유독 한국만 오른 것이다.
물가에 가장 민감한 것은 주부들이다. 이들에게 물가 상승은 단순히 수치에 그치지 않고 피부로 다가온다. 전업 주부 4년차인 이경란(28)씨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마트에 가면 뭘 사기가 겁이 난다"며 "가족들이 우유를 좋아하는데 우윳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파주에 사는 최선심(53)씨도 "식료품 물가가 너무 올라 살 맛이 안 난다"며 "점점 밑반찬 위주로 살림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