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악법에 눈감는 민주당, 망국 공범 될 셈인가

금산분리 완화·한미FTA... 줄줄이 통과되나?

등록 2009.03.06 09:51수정 2009.03.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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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의 주재로 1일 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가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김형오 국회의장의 주재로 1일 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가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여야가 다가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협의처리'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외교통상통일위의 교섭단체 간사들은 '한미FTA  4월 협의처리'에 합의했지만, 다음날 민주당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아직 이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수용불가 방침을 밝힌 것이다.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해서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일 국회의장이 개최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의에서 '미디어법 처리시기를 늦춘다면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제안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이유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입장과 상관없이 4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른바 '3·2 합의'에 따른 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또 하나의 암울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3·2 합의' 무엇이 문제였나

 

'3·2 합의'의 후폭풍이 거셌던 것은 단지 민주당이 '미디어악법 표결처리'에 합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3·2 합의안에는 미디어악법뿐만 아니라 금산분리 완화(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출자총액 제한 폐지(공정거래법), 산업은행 민영화(한국정책금융공사법·산업은행법)를 위한 법률을 2월과 4월로 나누어 '협의 처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정리하면 민주당은 (미디어) 악법 처리를 지연시키는 대신 (경제) 악법 처리를 수용하는 타협을 택한 것이다. 민주당을 향해 '배신', '야합', '우둔한 들러리' 같은 극언이 쏟아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약속하고 결의했던 'MB악법'에는 미디어악법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2월 임시국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폐지됐고 한국정책금융공사법은 무사 통과되었다. 은행법은 우여곡절 끝에 법사위에서 처리가 무산됐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4월 국회로 미뤄진 것이다.

 

따라서 4월 임시국회는 금산분리 완화와 산업은행 민영화 처리가 예정된 국회다. 그런데 여기에 한미FTA까지 더해진다면 말 그대로 미래 한국경제의 흥망을 좌우할 핫이슈들이 집중되는 '경제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민주당이 이들 법안에 대한 '협의처리'에 순순히 응하고 나아가 한미FTA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안이한 대응을 계속한다면, 4월 국회는 입법전쟁과 용산투쟁을 거치며 힘겹게 구축됐던 반MB전선에 중대한 균열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경제악법이야말로 진짜 MB악법

 

지난 1년 동안 똑똑히 보았듯 이 정권은 국민여론은 무시하기로 작정한 정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확인했듯 이 정권의 본질이 '1% 특권층을 위한 정권'이자 그 자체로 국가를 빙자한 '사익추구집단'이기 때문이다.

 

대운하를 향한 이 정권의 집념에 담긴 것은 건설자본의 혼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불황기에 마치 천금의 기회라도 잡았다는 듯 '잡 셰어링' 운운하며 임금삭감을 강행하는 강단은 나라 경제야 어찌 되든 나만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기득권의 탐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에 대한 비판여론을 연쇄살인범 홍보로 잠재우라는 엽기적인 지침을 내리는 것에서 보듯 이 정권은 이미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따지는 진보와 보수의 기준을 들이댈 필요도 없는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다면 일체의 도덕적 가치나 통치 윤리와 담을 쌓은 이 정권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위기 국면에서 오직 이 정부의 관심사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하는 일일 뿐이다. 그들에게 시민들의 자유는 자신들의 자유를 위협하는 불온한 것이며, 정치와 민주주의는 소모적이고 귀찮은 것이고, 야당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자신들의 전략목표를 위해 타격해야 할 적일 뿐이다.

 

따라서 미디어악법이나 사회통제악법들은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방해되는 것들을 걷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경제악법이야말로 그들에게 몸통이다. 광우병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이후 언론과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들이 잇따른 것이나, 민주주의의 중요한 작동과정인 입법행위를 '전쟁'으로 규정하고 '속도전'을 외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경제 살리기' 아닌 '경제망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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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박병석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3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금산분리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박병석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3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금산분리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금산분리 완화·출총제 폐지·산업은행 민영화는 그 정점에 서 있는 것들이다. '경제 살리기'라는 포장지를 덮어씌우고 있지만 이들 정책들은 상식의 눈으로 봤을 때 한국을 경제 망국으로 내모는 정책들이다.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부문의 대운하'라는 말처럼 한 번 시행되면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법안들의 시행 즉시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국제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외환은행을 헐값에 불법인수한 론스타라는 사모펀드를 통해 그 폐해와 부작용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금융과 산업이 융합하여 암세포 번식하듯 무한 증식을 하다가 어떤 위기 국면에서 국민경제를 총체적으로 몰락시키는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지금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나마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지만 우리에겐 달러 발권력도 없지 않은가.

 

1990년대 초반까지 7~8%대 고도성장을 지속하던 한국경제가 급격히 기울면서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에 시달리게 된 계기는 김영삼 정부의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 조치였다. 김영삼 정부는 결국 IMF 외환위기를 불러들였고 이후 그 극복과정에서 우리는 엄청난 후유증을 떠안게 됐다.

 

그 핵심 중에 핵심이 바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여 살려낸 은행들이 외국자본의 수중에 넘어간 것이다. 산업투자의 젓줄이 되어야 할 은행들은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이익 실현을 위해 단기수익성 위주의 영업으로 사회 전체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또한 부동산거품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금융국유화를 하는 판이다. 그런데 그나마 남아 있던 산업은행을 민영화하여 투자은행으로 전환하고 마지막 국책은행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마저 민간에 넘기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는 사실상 산업진흥의 수단을 잃게 되며, 가뜩이나 왜곡되어 있는 국민경제의 자원배분 문제는 오리무중 상태로 빠져들게 되고 만다.

 

대재앙 한미FTA는 폐기해야

 

한미FTA에 대해서는 그 추진과정부터 숱한 논의가 있었으므로 그 문제점을 다시 말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상황변화이며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와중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한미FTA마저 발효된다면 그 이후에 펼쳐지는 것은 상상조차 끔찍한 미래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공황을 능가하는 위기 국면을 맞이한 미국 시장은 더 이상 엘도라도가 아니다. 또한 우리에게 한미FTA는 더 내줄 것도 별로 없는 '굴욕협상'이지만,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집권 이전부터 '공정무역'을 주장하며 '(우리에게) 더 나쁜 방향'으로 수정할 것임을 공공연히 말해 왔다.

 

더구나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미국 자동차 업계가 초토화되고 실업률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의 변화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제기해 왔던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과 노동․환경 이슈를 확대하는 문제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FTA 재협상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 3일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미국 업계와 노동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중요하다"며 자신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의 '선제적 비준을 통한 대미 압박론'은 일방적인 환상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중대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미FTA를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자살 행위에 다름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로서는 독소조항을 들어내는 등 이번 기회에 불균형한 협상내용을 시정하고, 미국이 추가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경우 한미FTA를 폐기하겠다고 맞서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싸워야 한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태도를 분명히 하고 미디어악법이나 사회통제악법들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경제를 구석기시대로 후퇴시킬 경제악법 저지에 나서야 한다. 이들 'MB악법'들은 '경제 살리기'와는 전혀 무관한 망국의 법안들일 뿐이며, 테이블 위에서 주거니 받거니 할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민주당이 소수야당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소수야당이라는 이유로 경제망국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해 막아내다 실패하는 것과 처음부터 타협하는 것은 전혀 성질이 다른 것이다.

 

지난날 DJ의 야당도 언제나 소수야당이었으며, 따라서 날치기가 일상화돼 있던 당시 국회에서 모든 악법을 막아낼 방법이란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DJ의 야당을 무능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국민은 없었다. 국민과 함께 반대했기 때문이다.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파동이 그 좋은 사례다. 끝내 법을 바꾸었고 정권교체까지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2004년 17대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은 아예 소수도 못 되는 미니여당이었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할 수 있는 일은 밧줄로 온몸을 동여매는 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개처럼 끌려나왔고 눈물을 흘리며 탄핵안 통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로 한 달 뒤 4.15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갖는 여당이 되었다. 국민과 함께 반대했기 때문이다.

 

잔인한 4월이 아니기를

 

'일관성 있는 실천' 말고 민주개혁세력이 다시 살아날 방법은 없다. 민주당이 만약 이 정권이 의도하는 대로 저들 법안의 처리에 순순히 응하게 된다면 그것은 또 한 번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미래 또한 알 수 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소수야당이 장외 원군이라 할 여론의 지지와 시민사회의 지원마저 잃는다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 말고 달리 주어지는 길이 무엇이겠는가. 그런 불행이 없기를 바란다. 잔인한 4월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임종인 기자는 변호사이자 전 국회의원입니다.

2009.03.06 09:5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임종인 기자는 변호사이자 전 국회의원입니다.
#MB악법 저지 #한미FTA #임종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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