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남편과 내 모습이라는 생각에 애타요!

의료선교팀의 노인요양시설 봉사활동

등록 2009.03.09 09:48수정 2009.03.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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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의료선교팀이 노인요양시설의 노인들에게 진료와 약품 처방을 하고 있다

의료선교팀이 노인요양시설의 노인들에게 진료와 약품 처방을 하고 있다 ⓒ 오문수

의료선교팀이 노인요양시설의 노인들에게 진료와 약품 처방을 하고 있다 ⓒ 오문수

 

일요일 오후 2시 10여명의 의료선교팀이 치매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사는 요양시설을 찾았다. 의료선교팀은 여수 시내 몇몇 교회에 다니는 의사와 약사 간호사를 주축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매주 예배가 끝난 일요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여수시내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의료봉사활동을 벌인다.

 

먼저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함께사는 우리'를 찾았다. 적게는 67세부터 많게는 96세까지 머리가 허옇고 허리가 꼬부장한 치매 노인이 대부분이다. 도착하자마자 감사기도를 마친 일행은 곧바로 진료와 치료 및 약품조제를 시작했다.

 

남자 4, 여자 25명의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한 와상환자와 치매, 중풍, 근골격계, 내과질환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 오늘 봉사활동에 참여한 분들은 K피부과 원장, Y약국 약사, 여수시 보건소 직원, 한화석유화학 직원과 자원 봉사자들이다.

 

a  무좀치료 중

무좀치료 중 ⓒ 오문수

무좀치료 중 ⓒ 오문수

 

"노인들은 몸에서 지방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건피성 피부염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하다"는 K피부과 원장은, 소파에 앉아있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진료와 약 처방을 하느라 바쁘다. 한쪽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일부는 피부 연고를 바르느라 정신이 없는데 치매든 할머니는 연신 "나는 주사를 네 대나 맞았어"하며 봉사자들에게 말을 건다.

 

즐거운 마음으로 노인들을 돌본다는 황영기(71세)실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설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었고, 봉사자들도 이름나고 큰 시설들만 찾아 우리처럼 작은 시설은 어려워요 .그래도 현 시대를 사는 노인들은 정부에서 혜택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이분들은 가정에서 모시기 어려운 치매나 중풍환자들이에요"라고 말했다.

 

a  의료선교팀의 팀장인 장성일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의료선교팀의 팀장인 장성일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문수

의료선교팀의 팀장인 장성일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문수

 

의료선교팀의 팀장은 암을 2번이나 이긴 장성일씨다. '여명해운'의 사장인 그는 임파선암과 위암을 이겨내고 난 후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기로 결심하며 피부과 의사인 K씨와 봉사팀을 조직했다. 

 

"작년 12월부터 매주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두 번째 올 때 치료된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여유 있는 곳보다는 어려운 곳, 정부의 손길이 안 닿는 사각지대를 먼저 지원할 예정입니다"        

 

한 달간의 경비는 1백만 원이 든다. 이 모든 약값을 Y약국이 부담한다. 다른 약국과 병원이 문을 닫은 후인 밤12시까지 환자들을 위해 문을 연다는 약사는, "일찍 문을 닫으면 택시까지 타고 찾아왔던 환자들에게서 섭섭하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밤 12시까지 열어 놓는다고 한다.

 

첫 방문지를 떠난 일행은 십여 분을 달려 돌산노인전문요양원을 찾았다. 작년에 완공한 시설에는 60명의 노인들이 거주한다. 7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치매와 하반신이 불편한 와상과 욕창 환자들이다. 치매환자들이 대부분이라 봉사자들이 정신이 없을 정도다. 눈만 뜨면 잠들 때까지 직원들에게 말을 걸며 성가시게 한다는 할머니는 찾아온 모든 봉사자들을 찾아다니며 말을 건다.

 

한 할머니는 울면서 "자네 내 조카인가? 조카한테 밥을 못해줘 미안해서 어쩌까이"하며 아무나 잡고 조카라고 한다. 이들은 식구들을 그리워하며 외로움 때문에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벽에는 하루에 4번이나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는 관리수칙이 적혀 있다. 기저귀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관리를 맡고 있는 실장은 "요실금처럼 변을 하루 종일 변을 보는 분도 있어요. 이들을 따라다니며 긴장하다가 퇴근해 집에 돌아가면 녹초가 돼 바로 쓰러져 자요.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시면 좋겠어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시내로 돌아가는 차 속에서 한화석유화학에 근무하는 이광식씨에게 물었다. 그는 봉사활동을 즐겨한다.

 

a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화석유화학의 이광식씨 부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화석유화학의 이광식씨 부부 ⓒ 오문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화석유화학의 이광식씨 부부 ⓒ 오문수
a  할머니들이 빨래를 개고 있다. 치매에 걸렸지만 빨래개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할머니들이 빨래를 개고 있다. 치매에 걸렸지만 빨래개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 오문수

할머니들이 빨래를 개고 있다. 치매에 걸렸지만 빨래개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 오문수

 

"자주 봉사활동을 하는데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막내지만 15년 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저런분들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요. 노인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노인들 비위 맞추는 체질인가 봐요.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을 돌봐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생색내기가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합니다. 섬긴다는 게 말이 쉽지 어려운 일입니다. 봉사를 하면서 사명감 있는 곳은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아 은혜를 받지만 어떤 곳에 가면 불쾌해 집니다"

 

남편이 봉사하는 모습이 좋아 자주 따라다닌다는 부인은 "저 모습이 장차 남편과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애터져요. 겉으로는 말짱하게 보이지만 다 기저귀를 차고 있거든요"

 

인생에서 한번오고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것은 시간과 기회이다.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사랑과 친구이다. 찾아간 모든 사람들을 귀찮게 할 정도로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 남의 일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2009.03.09 09:4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의료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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