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이 한국 드라마에 던지고 간 숙제

출연료 미지급, 작가 교체 등 문제 노출... 한국 드라마 악습 반복

등록 2009.03.10 16:29수정 2009.03.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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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오늘(10일), 5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오늘(10일), 5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MBC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오늘, 5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지난해 8월 26일 첫 방영을 시작으로 반년 넘게 MBC의 월요일과 화요일을 책임졌던 이 '효자'드라마의 성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비록 후반부 들어 KBS <꽃보다 남자>에게 추격을 허용해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하며 끝까지 갈 수 있었던 <에덴의 동쪽>의 저력, 그 원인에 대해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에덴의 동쪽>은 철저하게 과거로 돌아간, 복고풍의 드라마였다. 가요계에서 그룹 원더걸스가 <Tell Me> <So hot> <Nobody>로 이어지는 레트로(복고) 열풍을 주도해 큰 성공을 거뒀다면, 드라마계에선 <에덴의 동쪽>이 과거로 돌아가 큰 성공을 거뒀다. <에덴의 동쪽>은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타고 진행됐다. 극의 배경부터가 과거였지만 <에덴의 동쪽>이 다른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점은 그 알맹이까지 과거형이었다는 것이다.

역사의 사건 속에 현대적 감각과 재해석을 덧붙인 팩션형 사극이 인기를 끌고, 시대극 속에서도 트렌디함을 표현하는 요즘의 드라마 현실 속에서, <에덴의 동쪽>은 철저하게 과거를 지향했다. 드라마를 대표하는 인물의 캐릭터에서부터 그 점이 두드러진다. 두 남자 주인공 이동철(송승헌 분)과 신태환(조민기 분)은 각각 선과 악을 대표한다. 선악의 대립은 대부분의 극에서 사용되어지지만 이 둘은 '전통적인' 선과 악이라는 점에서 요즘의 경향과 차이를 보인다.

<에덴의 동쪽>은 철저하게 과거로 돌아간, 복고풍의 드라마

 조민기가 연기했던 신태환은 악인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줬다.
조민기가 연기했던 신태환은 악인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줬다. MBC

이동철은 전형적인 호인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 신태환을 극도로 증오하지만 그의 목숨을 빼앗을 기회가 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겉으로는 '더 큰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는 언제나 신태환을 막다른 길로 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오면 주저한다.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게 늘 따뜻하게 대하고 한때 자신을 지독하게 괴롭혔던 사람이라도 용서하고 포용할 줄 안다. 신태환의 의도대로 동생 이동욱(연정훈 분)이 자신을 증오하게 됐어도 끝까지 그에 대한 정을 버리지 않는다.

신태환 역시 전형적인 악인이다. 최근 드라마의 기류는 선과 악의 개념이 불분명한 게 특징이다. 마냥 착하지만도, 마냥 악하지만도 않은 입체적인 캐릭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세태 속에서 신태환이라는 캐릭터는 악(惡)으로 똘똘 뭉친 악의 화신 그 자체다. 그의 악행은 언제나 거침이 없다. 그리고 숨기지도 않는다. "악인이 악인이 아닌 체 하는 것보다, 악인임을 드러내 놓는 것이 더 어렵다"며 자신의 악행을 탓하는 가족들에게 적반하장 격으로 호통 치는 인물이 신태환이다. 자신의 악행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설사 가족이라고 해도 가만두지 않는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철저하게 악으로 물든 악인이다.

비단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인물 간의 감정을 전달하고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중요한 수단인 '대사'에서도 복고풍은 빛이 났다. <에덴의 동쪽>의 대사는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딱딱하고 정제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요즘의 일상생활에선 전혀 쓰이지 않는 비일상적인 대사 때문에 연기를 하는 배우도, 보는 시청자들도 초반에는 상당한 어색함과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껴야 했다. 또한 강조를 위해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해서 내뱉거나, 감정의 증폭보다 오버하여 한 술 더 뜨는 식의 대사 역시 영락없는 과거형 드라마의 특징이다.


통속성과 진부함을 넘어 언뜻 억지스러워 보이는 그 설정마저도 <에덴의 동쪽>은 과거형이다. 뱃속의 아이 때문에 자신을 겁탈했던 명훈과 결혼한 지현의 행동이나, 지고지순함을 넘어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던 동철의 영란에 대한 사랑이 그랬다. 특히 극 후반에 들어서 인물 간의 갈등의 초점으로 부각한 출생의 비밀은 때 아닌 핏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서로가 다른 가정에서 자랐음을 깨닫게 된 동욱과 명훈(박해진 분)은 결국 각자의 친부모에게도 돌아간다.

30여 년 동안 자신들을 키워준 부모였지만, 정을 떼는 데 큰 어려움도 없었다. 특히 명훈의 경우 출생의 비밀을 안 순간부터 돌변하여 자신을 키워준 신태환을 거침없이 공격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부를 위해 자신을 30여 년 간 키워준 신태환을 증오하게 되는 명훈. "핏줄이 땡기는 게지"라는, 유달리 많이 사용되던 대사로도 잘 수긍가지 않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출연료 미지급, 작가 교체 등 문제 노출... 시청자 쓴소리

 송승헌이 연기했던 이동철은 전형적인 호인이었다. 송승헌은 회당 7천만원의 출연료로 받아 화제가 됐었다.
송승헌이 연기했던 이동철은 전형적인 호인이었다. 송승헌은 회당 7천만원의 출연료로 받아 화제가 됐었다.MBC
이밖에도 <에덴의 동쪽>은 내외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 언론과 대중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잦았다. 50부작 드라마에 250억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갔지만, 배우들의 출연료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연급 배우들이 워낙에 많이 캐스팅된 데다가, 무리한 주연배우 출연료 책정이 걸림돌이 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인공인 송승헌이 회당 7천만원을 받기로 한 것은 이미 유명하다.

지난해 '박신양 파문' 이후 배우들의 자발적인 출연료 삭감 바람이 불면서 송승현 역시 출연료의 50%를 자진삭감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예 안 받겠다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그 이후 해외 판권 수익에서 나머지 50%를 받겠다고 조정한 것에 불과해 미봉책이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주연 배우의 중도 하차와 작가 교체 문제도 있었다. 극 중 민혜린 역을 연기했던 이다해는 지난해 12월 드라마에서 돌연 하차했다. 송승헌, 연정훈 등과 함께 주연으로 극을 이끌던 중심인물이 갑자기 빠지게 되었는데, 그 사유가 더 놀라웠다. 이다해 스스로가 극에서 변화된 자신의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해 더 이상 연기를 할 수 없다고 결심하여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결국 이다해는 40회를 끝으로 극에서 빠지고 말았다.

<에덴의 동쪽>은 극이 진행되는 동안 두 번의 작가 교체가 있었다. 당초 집필하던 나연숙 작가가 건강상의 문제로 이홍구 작가에게 바통을 넘겼다가 1회만에 재집필에 나선 것이다. 통상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초기 시놉시스와는 극의 흐름이 많이 달라졌고, 여러 차례 대본 수정도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맞물리면서 출연진과 제작진 사이의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해 한동안 '에덴호'를 위태롭게 했었다.

연장 방송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50부작으로 계획됐던 <에덴의 동쪽>은 그러나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4회 연장됐다. 그런데 종방에 가까워져 돌연 2회를 추가 연장하여 총 6회 연장 방송하게 됐다. 명목상으로는 '풀어낼 이야기가 많아서'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밌는 건 이런 <에덴의 동쪽>의 깜짝 연장으로 새로 시작될 SBS의 <자명고>는 부랴부랴 눈치 편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과거를 지향하고 회귀했던 복고풍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막판 <꽃보다 남자>에게 덜미를 잡히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경쟁작들을 압도하며 30%가 넘는 시청률로 월화드라마 시장을 독주했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이면에는 예의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악습과 병폐가 반복되었고, 이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종종 크고 작은 문제로 불거지는 결과를 낳았다. <에덴의 동쪽>은 이제 끝나지만, 던져주고 간 문제점들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에덴의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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