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미륵불을 보호한다?

논산 연산리의 '송불암'을 찾아서

등록 2009.03.11 16:34수정 2009.03.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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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연산리에 자리잡고 있는 송불암. ⓒ 김동이

충남 논산시 연산리에 자리잡고 있는 송불암. ⓒ 김동이

충남 논산에는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선생 등 조선시대 예학을 대표하던 학자들과 유교의 시조인 공자(孔子)를 모시는 명륜당을 비롯해 많은 유학자들을 배출하는 등 예학과 유학의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려의 개국사찰인 개태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대 석불인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외국인 스님들이 다수 있는 계룡의 무상사 등 불교의 메카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은 분리되어 있지만 미륵불이 소나무 가지로 싸여있어 마치 소나무가 미륵불을 보호하는 형상을 띠고 있어 더욱 유명해진 논산시 연산리의 송불암 미륵불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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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불암 대웅전의 모습 ⓒ 김동이

송불암 대웅전의 모습 ⓒ 김동이

 

대전과 논산을 연결하는 1번 국도를 따라 논산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연산 사거리 못미쳐서 벌곡, 대둔산 방향으로 갈라지는 작은 도로가 하나 나온다. 최근에는 그 도로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다보면 나오는 '××한우타운' 등 값싸게 한우고기를 즐길 수 있는 한우고기집이 많이 생겨 사람들에게 더욱 유명해진 길이다.

 

그 갈라지는 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내리막길이 나오는데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조금만 가면 '송불암'이라는 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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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가려진 미륵불. 소나무는 오랜 세월을 견뎌왔지만 기력이 모자라는가보다. 받침대를 하고 있다. ⓒ 김동이

소나무에 가려진 미륵불. 소나무는 오랜 세월을 견뎌왔지만 기력이 모자라는가보다. 받침대를 하고 있다. ⓒ 김동이

 

작은 절이라서 그동안 이곳을 수없이 다니면서도 관심조차 없었는데, 우연찮게 지인으로부터 송불암 미륵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한번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비록 불교와 거리는 멀지만 지인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나를 송불암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난 예전부터 절과는 왠지 괴리감이 있었다. 특히, 절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입구에서부터 사천왕상을 보면 거기에서 풍겨나오는 포스에 주눅들기 일쑤였다.

 

표현이 좋아 주눅이지 사실은 무서워했다. 이 때문에 친구들은 '니가 죄를 많이 지어서 무서운거야'라며 비아냥거렸지만 난 아무 이유없이 무서웠다. 그래서 절에는 잘 가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호기심이 생겨서인지 사천왕상이 어떻게 생겼고, 또 뭘 들고 있는지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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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불암의 풍경 ⓒ 김동이

송불암의 풍경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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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불암 약수 ⓒ 김동이

송불암 약수 ⓒ 김동이

 

어느 절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산사의 고즈넉함에 빠져 마음의 평온을 얻기도 할 만큼 이제는 절에 대한 선입견이 모두 사라진 듯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송불암에는 사천왕상이 지키고 있는 문이 없었고, 그냥 절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확 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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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옆에 놓여져 있는 작은 여래상 ⓒ 김동이

소나무 옆에 놓여져 있는 작은 여래상 ⓒ 김동이

 

절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지인이 말한 미륵불이 떠올랐다. 하여 대웅전 왼쪽 편에 자리잡고 있는 미륵불로 향했다. 미륵불의 현재 모습은 과거 미륵불을 감싸고 있던 소나무와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다.

 

'소나무가 미륵불을 감싸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그게 아니네? 어찌 된 거지?'하고 생각을 하며 안내간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내간판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알려줄 만한 단서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역시 추측처럼 안내간판에는 나의 의문점을 풀어줄만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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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기 전의 모습 소나무가 미륵불을 보호하고 있을 때의 모습. ⓒ 안내간판

▲ 옮기기 전의 모습 소나무가 미륵불을 보호하고 있을 때의 모습. ⓒ 안내간판

"송불암 미륵불은 고려 때의 양식이다. 지금은 미륵불이 소나무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2000년도 까지도 미륵불이 처진 소나무의 아래에 있어 마치 소나무가 미륵불을 보호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희한한 모양의 소나무를 미륵불을 보호하고자 원력수생(願力樹生)한 것으로 보려는 이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소나무가 고목이 되면서 점점 밑으로 쳐져 미륵불이 소나무를 이고 있는 것처럼 되어 근래에 미륵불을 지금의 자리로 조금 옮겼다. 이 부처에는 인근 고정리(古井里)에 조선 초까지 살았던 김씨 가문의 허씨 부인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허씨부인이 별세하자 황령고개(느르뫼재) 너머 벌곡 쪽에 사는 한 풍수스님이 묘터를 잡아주었다.

 

그런데 부인의 묘혈이 왕퉁이혈(穴)이므로 풍수가 황령재를 넘은 뒤에 하관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른 뒤에 풍수는 부지런히 고개를 향해 걸었다. 그러나 지관이 겨우 송불암쯤 밖에 못왔는데 상주 측에서는 이미 풍수가 고개를 넘었으리라고 짐작하고 하관을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왕퉁이 한 마리가 묘혈에서 나와서는 지관이 있는 곳을 향하여 날아가 지관의 머리를 쏘았고, 지관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이에 김씨 가문에서는 불의에 목숨을 잃은 지관을 위하여 묘를 써주고 미륵불을 세웠으며, 이것이 오늘날의 송불암이라고 한다.

 

이 전설은 특정 성씨의 지역적 토착성이 강화되고 음택풍수(陰宅風水)가 중시되는 시대배경 위에서 이러한 전설이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하고 있다.

 

문화재자료 제83호 지정되어 있는 이 미륵불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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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모습을 띤 송불암 미륵불 ⓒ 김동이

온화한 모습을 띤 송불암 미륵불 ⓒ 김동이

"미륵불이란 미래에 이 땅에 오셔서 중생을 제도하실 부처님을 말하는데, 이 불상은 화강석으로 조성된 대형 미륵불로 '제문석불'이라 부르기도 한다.

 

불상의 머리에는 사각의 보관이 얹혀져 있으며, 얼굴은 둥글고 매우 인자한 형태이나 눈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고 코와 입의 선이 뚜렷하다. 목은 몸체에 비해 비교적 굵은 편이며 삼도(三道)가 표현되어 있다. 법의는 왼쪽어깨에만 걸쳐 있는데 옷의 선은 비교적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다. 손의 형태는 왼손을 가슴에 얹고 오른손은 곧게 뻗은 형태이다.

 

하단의 받침돌(臺石)은 연꽃문양인데, 받침돌에 부처님의 발이 별도로 조각되어 있다. 불상의 전체적인 형상은 세장(細長)한 느낌을 눈다. 미륵불 주변에는 주춧돌이 남아 있어, 본래는 정사각형의 전각(殿閣)안에 안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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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년 된 것으로 알려진 소나무 ⓒ 김동이

260년 된 것으로 알려진 소나무 ⓒ 김동이

 

그렇다면 미륵불을 보호했었다던 소나무의 모습은 어떨까.

 

260년 된 것으로 알려진 이 소나무는 적송으로 오랜 세월을 버텨와서 그런지 비록 지지대에 기대어 있긴 하지만 기품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특히 이 소나무와 함께 오랜 세월을 같이 해 온 것처럼 보이는 이끼 또한 고풍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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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불암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흔적 ⓒ 김동이

송불암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흔적 ⓒ 김동이

 

'10년 전에만 알았어도 소나무가 미륵불을 품고 있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지만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을 띤 미륵불과 앞으로 수세기의 세월을 더 버틸 것 같은 기품을 풍기는 소나무를 보았기에 이날의 여행에 후회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3.11 16:3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송불암 #미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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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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