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성적이 걱정되요!"

새 학기를 맞이하는 강북청소년들 대담

등록 2009.03.11 17:22수정 2009.03.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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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청소년대담 왼쪽부터 조경진(강북중2), 고영준(생명평화연대 교육지기), 김치훈(강북중2) ⓒ 고영준

▲ 강북청소년대담 왼쪽부터 조경진(강북중2), 고영준(생명평화연대 교육지기), 김치훈(강북중2) ⓒ 고영준

 

기나긴 2009년 겨울․봄방학이 끝났다. 우리 마을 청소년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고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어떤 기대와 고민들이 있을까? 생명평화연대 청소년 계절학교에서 만난 김송이․김찬수․김치훈․조경진(이상 강북중 2)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방학은 끝에는 아쉬움이 남는데, 잘 보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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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훈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 김치훈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치훈: 방학이라 만날 늦게 일어났어요. 밤 열시에 자도 새벽 두세 시에 자도 일어나는 건 항상 점심때쯤. 4시부터 8시까지 학원에 가는데, 그 전에는 친구들이랑 주로 피씨(PC)방에 가고요. 집에 돌아오면 주로 텔레비전을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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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 김찬수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찬수 : 그래도 난 8시에는 일어났어요. 밥 먹고 10시에 한 시간 한문학원에 다녀와요. 5시부터 7시까지 학원가고, 저녁에는 교육방송을 11시까지 보고 자요. 그 사이 두 시간정도는 컴퓨터 게임해요. 방학 때 책도 봤는데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어요. 키가 클까 싶어 줄넘기를 열심히 했어요. 토요일에는 교회에 드럼 배우러가요.

 

경진 : 공부보다는 잘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명평화연대 계절학교와 원어민영어캠프가 기억에 남아요. 계절학교에서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대학생언니, 오빠들을 격 없이 만나 어울리는 방법을 배웠어요. 원어민영어캠프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익혀서 좋았어요. 친구들 만나서 조조로 영화 '워낭소리',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봤어요. 4년 동안 끊었던 피아노도 다시 시작했어요. 학원선생님이 추천해준 〈변신〉이란 책을 봤는데,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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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 김송이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송이 : 이번 방학에는 학원도 쉬고 해서 캠프를 많아 잡아놨어요. 선생님과 친구 어머니 추천으로 원어민 캠프, 별자리 캠프, 생명평화연대 캠프를 1주일씩 다녀왔어요. 시골에도 다녀왔고요. 캠프가 없는 날엔 오전에 인터넷 채팅을 주로 하고요.오후에는 친구들 만나서 놀고, 저녁에는 가족들이랑 텔레비전을 봐요. 〈무한도전〉이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예능프로를 주로 보죠.

 

이번 방학에 공부에 전념한 학생은 없어 보인다.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위주로 보냈다. 남녀의 차이일까? 남학생들은 컴퓨터를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여학생들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이번 방학이 마지막으로 여유를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다양한 캠프에 다녀온 것도 인상적이다.

 

방학을 보내면서 아쉬운 것은.

 

경진 : 책을 많이 보려했는데, 사놓기만 하고 못 봤어요.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것을 골라서 〈아웃사이더〉,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 〈구해줘〉, 〈호밀밭 파수꾼〉을 보려고 사놨어요.

 

송이 : 인터넷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은 좋아하는데, 책은 읽진 않았어요.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보곤 싶어요. 국어책에 나오는 책들이요. 이번 방학에 아쉬운 점은 공부를 못한 거요. 다른 친구들은 문제집도 풀었다고 하는데…….

 

나머지 두 친구는 별말이 없었다. 여학생 둘 다 책읽기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 읽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가야 할지 청소년들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삶의 양식을 독서를 통해 쌓으라"는 말 대신 좀 더 친절한 지도가 간절해진다.

 

 새 학기 기대와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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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진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 조경진학생 강북중학교 2학년 ⓒ 고영준

 

경진 : 수능 보려면 5년 남았는데, 중학교 2학년부터 내신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이제부터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부담돼요. 나중에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어른들이 선생님 되기 어렵다고 포기하라고 하세요. 하지만 선생님이 되어서, 이렇게 입시에 부담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숨을 틔워주고 싶어요.

 

치훈 : 1학년 기말시험을 망쳤거든요. 걱정돼요. 우리나라는 사람은 많고 일자리는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야 될 것 같은데….

 

찬수 : 별로 기대하는 게 없어요. 걱정하는 것도 없고요. 그저 똑같아요.

 

송이 : 2학년 올라가면, 영어 말고 제2외국어를 배우는데 일본어 시간이 기대돼요. 방과후 학교를 가고, 검도를 다시하고 싶어요. 성적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놀이와 운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이로는 15살이지만 사회에 대한 인식이 어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치열한 교육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자신의 살길을 걱정하고 있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생각해 봤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청소년들의 태도가 이래서 될까? 무엇인가 배운다는 기대감에 흥분해야 하는 것이 마땅히 누려야 할 감정이 아닐까? 학교는 원래 그런 곳이어야 할 텐데 말이다. 일제고사가 시행되면서, 학교가 학원을 닮아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여나 아이들의 짐이 더 무거워 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수동 마을신문 www.welife.org 에도 실렸습니다. 

2009.03.11 17:2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수동 마을신문 www.welife.org 에도 실렸습니다. 
#성적 #강북중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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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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