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13일의 금요일, 운수대통 접촉사고

크게 다치지 않았고, 내 돈도 나가지 않았으니...

등록 2009.03.14 11:25수정 2009.03.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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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먼 산 본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을 '멍 때린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멍 하니 별다른 생각 없이 운전대를 잡고 앉아 있었다. 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길은 막혔다. 막히지 않는 시간을 나름 골라서(오전 10시30분) 출장을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 걸! 경기도 안양에서 수원으로 가는 1번 국도는 토요일 오후처럼 꽉꽉 막혔다.


그때! '쾅' 소리와 함께 갑자기 자동차가 요동쳤다. 몸이 앞으로 심하게 한 차례 흔들린 다음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 누군가 신호등 앞에서 정차하고 있는 내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수원시 파장천 사거리 앞이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쾅'...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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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숴진 차 ⓒ 이민선


차 문을 열고 나가보니 차 뒤 범퍼가 박살났다. 내 차 뒤에 흉측하게 일그러진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다. 본 네트는 시체처럼 입을 벌리고 있고 라디에이터에서는 포연 같은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 운전자는 상기된 표정으로 운전석에 꼼짝없이 앉아 있다.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네 괜찮아요?"
"제 차 들이받은 것 인정하시죠?"
"네 인정해요."

순순히 인정해서 다행이다. 잘못이 명백해도 일단 잘못 없다고 우기고 보는 사람을 만나면 골치가 아파진다. 그러면 경찰을 불러서 사고처리를 해야 한다. 사실, 차에서 내리면서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었다. 사고 처리를 해도 불리할 것은 하나도 없지만 사고 처리 한다는 자체가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다.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는 진술서를 받고 일단 사고 장소에서 벗어났다. 사고를 낸 여성 운전자는 어디론가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 아마!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 꽤 알 법한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보험회사에 연락하셨어요? 정비소 가서 차 수리비 견적을 내야 하는데 지금 제가 좀 바빠요. 일단 급한 일 보고 오후에 정비소 들러서 견적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내일이라도 몸이 아파 오면 연락드릴게요."
"네 그러세요."

이렇게 하고 헤어졌다. 나름대로 꽤 시원하게 해결했다고 생각하면서. 10년이 다 됐지만 제법 튼튼한 자동차이기 때문에 범퍼만 파손되었을 뿐 다른 부위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반면 내 차를 들이받은 승용차는 심각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수리비가 차 값 보다 비쌀 것 같다며 폐차 한다고 했다. 그 차도 내 차 만큼이나 오래된 자동차 였다.

수리하는 동안 렌트카 타고... 보험 좋아졌네!

일을 마치고 아끼는 후배가 운영하는 정비소로 갔다.

"많이 나갔네요. 아픈 데는 없어요?"
"특별히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허리하고 목이 자꾸 결리는 느낌이야."
"대인배상 신청해 놨어요?"
"아니, 아픈데 없는 것 같아서 얘기 하지 않았는데."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서우니까 일단 병원에 가 보세요."

허리, 목 등이 결리는 느낌이 있어서 은근히 걱정 했는데 후유증 얘기를 들으니 덜컥 겁이 났다. 사고 처리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내 차 수리기간은 1박 2일이다. 대신 렌트카를 빌려 줬다. 차사고 나서 정비소 들어가면 수리될 때까지 렌트카를 빌려 준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황홀한 렌트카 였다. 최신형 3000cc급 RV. 차를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내 차 천천히 고쳐도 돼'라고 할 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선배 체면 때문에.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최신형 렌트카를 타고 '룰루랄라' 집에 돌아올 때 까지만 해도 별로 느끼지 못했던 돌발상황.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엉덩이, 목 언저리가 쑤시기 시작했다. 사고 얘기를 하고 아내에게 허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니 아내가 깜짝 놀라며 어쩐지 꿈자리가 뒤숭숭했다고 한다.

꿈자리 얘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이 비오는 13일의 금요일이다. 13일의 금요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문득 든 생각, 나 액땜한 것일까! 아니면 운수 사나운 것일까!

나름대로 꽤 운수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고는 났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았고 차는 부숴졌지만 어쨌든 내 돈은 나가지 않았다. 보너스로 최신형 RV 카를 1박2일간 운전할 수 있는 기회까지 부여 받았다. 이 정도면 꽤 운수 좋은 날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자동차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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