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핵폐기장 반대 집회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정부는 약 15년동안 방폐장 부지 선정에 실패하자 3000억 지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을 약속하는 등 지원 확대 정책을 펼쳤다. 이른바 부안 방폐장 사태는 2003년 5월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면 대규모 특별지원금을 주민에게 지원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위도주민들은 '위도주민방폐장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2003년 5월 13일에 전체주민 73.5퍼센트의 서명을 받아 부안군의회에 방폐장 유치를 청원했다. 유치위원회의 활동과 정부의 방폐장부지 선정에 관한 설명회 개최 등 관련조치가 본격화되자, 7월 2일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소 추방 범 부안대책위원회가 34개 부안군 종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발족되어 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을 전개했다."(본문 중에서)'부안사태'는 부안군의회에서의 방폐장 유치 청원이 부결되고, 다수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부안군수가 일방적으로 방폐장 유치신청을 함으로써 촉발되었다. 군수의 독단적인 유치신청으로 1만 명이 참가하는 '핵폐기장 백지화와 군수퇴진 결의대회'가 열리고,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여 100여 명이 부상, 50여 명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 사건은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인적, 물적 피해를 낳은 사건이었다. (부안군 인구가 7만여 명인데) 2003년 7월 11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180여회 지속된 핵폐기장 백지화 시위와 촛불집회(183)회)에 참석한 사람은 연인원 22만 명에 이른다."(본문 중에서)해상시위, 차량 시위을 비롯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운동, 정부와의 여러 차례 대화 무산 등 우여곡절 끝에 2004년 2월 14일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72.4%가 투표에 참여하여, 91.8%가 반대하는 결과가 나오고, 마침내 그 해 9월 정부는 부안방폐장 백지화 선언을 내놓게 된다.
환경갈등이 일어나고 증폭되는 원인"정부와 지역주민의 갈등구조를 보면 정부는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정부가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이해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극단의 투쟁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본문 중에서)"정부는 주민들이 정부의 계획을 진지하게 듣지 않고 집회나 시위 등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불신을 내비쳤다. 주민들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정부정책에 저항한다고 본 것이다."(본문 중에서)그렇다면, 이런 불신과 갈등의 원인, 그리고 갈등이 더 증폭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① 부정확한 정보를 부정직하게 흘리고, '카더라'식 소문이나 언론의 비공식 확인에 근거한 기사로 주민 반응을 알아보는 것은 갈등을 키우는 원인이다.② 주민대상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거나 요식행위로 거치면 갈등이 증폭된다. ③ 주민과 환경단체에 의해서 정부가 비밀에 부친 정보가 공개되면 불신이 증폭된다.④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설득하려는 공청회는 실패한다.⑤ 지역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최악의 행위이다.⑥ 전문가보다 갈등의 당사자가 지긋지긋 하도록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⑦ 외국에선 30~40년이 넘는 숙의 과정을 통해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⑧ 객관적이고 과학적 결과만 있으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⑨ 주민에게 설명을 들을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⑩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의논하자고 하는 것은 갈등만 더 증폭시킨다.⑪ 정치적 계산이 개입하면 합리적 논쟁이 되지 않는다.⑫ 객관적이고 순수하고 공정한 전문가는 없다.⑬ 주민의 반대에 응답하지 않으면 갈등은 증폭되고 반대는 더 과격해진다.갈등해결,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 아니다<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을 쓴 박진섭, 소병천은 합리적인 주민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국가 중대사안이나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에 선출된 대표에게만 위임하지 않고,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묻는 것이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투표 역시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는 부재자투표이고, 둘째는 주민투표 발의를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주민대상(주민투표 범위와 주체)의 문제이다."(본문 중에서)환경 피해 예상 지역을 설정할 때는 매우 엄격한 규정을 두면서 투표 범위와 주체를 정할 때는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특히, 선거가 승자 독식이듯 투표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 투표 이전에 반드시 충분한 토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찬성, 반대가 동수로 참여한 민관조사단의 한계지은이들은 새만금민관공동조사단은 '대화를 통해 환경갈등 해결을 시도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였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였다고 평가한다. 1년 8개월 남짓한 공동조사단 활동은 결국 실패하였는데, "마치 두 사람이 같은 줄자를 들고 안방에서 거실까지 거리를 재는데 두 가지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온 격"이었다고 한다.
민관공동조사단 활동으로 가치관에 따라서 과학적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으며, 모델링 변수 차이,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 차이,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 차이 등으로 양쪽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랐다는 것.
특히, 민관조사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자신을 추천한 단체에 대한 소속감을 넘어서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소속감 때문에,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신념의 문제이고 밥벌이의 문제였기 때문에 결코 객관적인 제 3자가 아닌 이해당사자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 당사자 동수가 모여 앉아 갈등 해결은커녕 합의에도 이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통해서 각각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가졌던 우리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지은이들은 정부를 향하여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환경영향 평가는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과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누구를 위한 환경보전인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피해를 입는 지역과 이익을 얻는 지역이 서로 다르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
절반의 성공, 절반이상의 실패아울러, 지역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반대 측 주장의 장점을 살리는 지역 발전 정책을 세우는 데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환경단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정부와 환경 단체 모두 '도 아니면 모'가 아닌 개, 걸, 윷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연구한 지은이들은 이 두 사건을 '절반의 성공, 절반 이상의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패를 만회하는 대안은 소통에 있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결론에 해당된다.
"자연과의 공존 사상,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전, 인간의 현명한 이용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는 소통이다. 자연과의, 미래세대와의, 현세대간의 소통 목적은 자연 이용의 적정성에 합의하자는 것이다."(본문 중에서)말하자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소통, 현세대간의 소통 그리고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그리고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보전과 개발의 방법론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섭,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은 환경 갈등, 정책 갈등으로 대립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여러 가지 정책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광우병쇠고기 수입, 한반도 대운하, 미디어관련법 개정 등이 모두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에 비춰 보면, 모두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지도자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들이 '새만금'과 '방폐장' 사건에서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는건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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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 : 환경갈등이라는 복잡한 숙제 풀기
박진섭.소병천 지음,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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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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