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한국이 황사 진원지?... 그때 왜 못 막았지

[생태 콩트] 2039년 3월 서울 풍경

등록 2009.03.17 12:00수정 2009.03.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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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서울시내를 뒤덮었던 2005년 4월 8일 오전 서울 종로타워 33층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본 종로거리. ⓒ 오마이뉴스 안홍기

황사가 서울시내를 뒤덮었던 2005년 4월 8일 오전 서울 종로타워 33층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본 종로거리. ⓒ 오마이뉴스 안홍기

 

2039년 3월.

 

나무가 사라진 서울 거리.

 

뜨거운 기후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나무를 대신해 이산화탄소를 거두는 것은 이제 로봇가로수 몫이다.

 

거리에는 부족한 산소를 채우기 위해 버스정류장마다 비상용 산소충전기가 놓여 있다. 하늘을 떠도는 누런 모래를 막는 마스크도 한 달에 30장씩 가정마다 제공된다. 하지만 외출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입안이 온통 모래로 서걱거릴 정도니 정부에서 지급하는 양으론 턱없이 모자란다. 생활비 가운데 마스크 구입과 산소 충전에 쓰이는 비용이 점점 높아진다.  

 

어린이보호구역이나 경로당에는 더 많은 산소충전기와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마련해놓았지만 모래가 섞인 검은 산성비가 들이치는 날은 금세 동이 난다.

 

약수를 긷던 도봉산 자락은 철제인공뿌리-아퀴손-들이 흙더미를 움켜쥐고 있으나 봄비라도 흩뿌리는 날이면 산자락 아래 마을은 모두 비워야한다. 빗물에 실린 흙더미가 쏜살같이 덮치는 탓이다. 저 많은 흙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일이다.

 

황사방지 마스크와 산소 충전은 생활 필수품

 

서울 은평구 불광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월드컵경기장과 이어져 마라톤대회도 꽤나 자주 열렸던 개천길인데 달리기는 이제 '그림 속 떡'이 됐다. 죽으려고 작정하지 않은 바에야 산소 없는 거리를 누가 뛸까. 실개천은 썩어 검게 변해버렸고 그나마 남아 있는 물도 바닥을 보인다. 나비와 벌이 떠난 자리는 인공꽃가루받이용 '무늬만나비벌39호'가 챙챙 쇳소리를 내며 맴돌고 있다. 물이 마르고 숲이 사라지니 약속이나 한 듯 바람까지 자취를 감추었다.

 

남산 도봉 관악 삼각산 봉우리에는 길이 50m나 되는 거대한 인공날개 4기가 돌아간다. 바람을 대신해서 서울 하늘을 덮은 아황산가스와 떠다니는 누런 모래를 걷어내느라 24시간  윙윙거리며 울음을 토해낸다.

 

30년 전에야 숨 쉬는 일이 이리 힘들 줄 짐작이나 했겠나. 날로 치솟는 산소 값은 내려올 줄 모른다. 서민 살림은 다달이 산소 값과 쌀값에 4대운하 환경유지분담금, 한반도 사막방지기금 따위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 때 막았어야 했다!"

 

나 몰라라 외면한 일이 지금도 후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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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설공사 2009년 불광천 바닥을 파내는 광경 ⓒ 김시열

▲ 준설공사 2009년 불광천 바닥을 파내는 광경 ⓒ 김시열

 

30년 전.

 

대한민국은 큰 강마다 콘크리트 보를 두르고 배를 띄우는 대운하사업 계획에 따라 불도저가 산허리를 파먹고 강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4대강 정비사업'이란 이름을 붙여 온 나라를 ○○산악생태경관권, ○○에코컬처센터, ○○모험레포츠관광단지 따위로 잘게 나누어 숲을 덜어내고 산을 허물고, 강바닥을 파내고 기슭을 시멘트로 덮어 버렸다. 

 

공사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경인운하를 타고 올라온 바닷물 염류는 한강에 자라던 수초를 말라죽였다. 바닥을 긁어내 평평해진 낙동강이나 영산강에서는 튀어 나오고 움푹 들어간 강바닥 곳곳에 몸을 맡기고 살던 수십종의 수생식물이 눈에 띄게 줄어 들고, 빠르게 번진 녹조탓에 물은 썩어들고 물고기와 새들마저 모습을 감추었다.

 

게릴라처럼 찾아와 퍼붓듯이 내리곤 사라지는 비로 넘쳐난 썩은 물은 운하 주변에 밀집한 문화레저타운에서 버리는 오염된 물과 뒤섞여 땅을 적셨다. 

 

수십차례 물이 스며들어 더러워져 메마르게 된 땅은 나무가 죽어가고 곡식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곳으로 변해갔어. 나무와 숲이 사라지자 내리쬐는 햇빛은 잠시도 땅에 머물지 못하고 그대로 하늘로 올라갔어. 햇빛이 떠난 땅은 차가워지고 여러 해 동안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지. 한반도 곳곳에 모래언덕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운하는 황사를 부르고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북부 내륙 바단지린 사막에서 날아 오른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날아와 16일 새벽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 봄이면 흔히 듣던 황사 주의 일기예보에서 몽골 고비 사막 대신, 대한민국 '구미사막'과 '가야산 사막'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990년 말부터 몽골 자연환경부는 30년 간 토목공사와 자연을 파헤치는 건설을 멈추는 조건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와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몽골은 이제 지구별에서 가장 푸른 나라 가운데 하나지. 

 

숲 가꾸기에 성공한 나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다른 나라에서는 한참이나 뒷 순위로 밀려난 <토목과 건설>만 앞세워 숲을 덜어내고 강줄기를 막다가, 세계에서 사막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로 몽골과 자리바꿈을 하고 말았지. 벌써 서울시 일 곱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면적인 44만5177ha가 사막으로 바뀌었지.

 

4대강 개발로 파헤쳐지고 낮아진 태백산 소백산 자락은  날마다 누런 모래가 하늘로 용틀임을 하며 날아 오른다. 누런 모랫바람의 진원지가 된 한국은 아시아 여러 나라로부터 365일 환경손해배상청구소송과 분쟁에 시달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

 

그 때 왜 막지 못했을까!

2009.03.17 12:00 ⓒ 2009 OhmyNews
#그래!숲 #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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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그리고 조경일을 배웁니다. 1인가구 외로움 청소업체 '편지'를 준비 중이고요. 한 사람 삶을 기록하는 일과 청소노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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