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진상조사단(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16일 "신 대법관의 일부 행동들이 재판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고, 특정 판사에게 배당을 몰아준 것도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려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지방법원장 시절 '촛불재판 개입'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법원 내부인원만으로 진상조사단이 구성될 때만해도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햏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재판관여'와 '사법행정권남용'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만으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었다.
남은 것은 신 대법관 스스로 거치를 결정하고, 사법부가 이번일로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법원 독립성을 스스로 회복하고, 사법관료화를 막는 방안을 찾음으로써 더 떨어질 곳도 없는 사법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같은 조직 안에서 일어난 법에 어긋난 일을 조직 구성원들이 조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사 주체와 대상이 상하관계와 함께 친분이 있는 경우는 더 힘들다. 조사단이 이 정도 결과를 내놓은 것도 여론의 엄청난 질타와 함께 제대로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사법부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때문었다.
이번 사건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한 번 진상 조사를 해 본 일이 있다. 어떤 분이 책을 펴냈는데 성경과 우리가 지향하는 신학사상에 어긋난다는 의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조직이 그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없어 더 큰 조직에 의뢰하였다. 비성경적이고, 우리 신학 사상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받았다.
비성경적이고, 신학 노선이 다르다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일에 참여했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분을 징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진리를 문제를 다룬 사안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강도 높은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말하지 못했다. 논쟁끝에 징계를 내렸는데 징계가 과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 정도 징계로는 부족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도 징계가 밋밋했다는 생각이다.
개인 경험을 말한 이유는 법에 어긋난 일을 했다면 같은 구성원들이 함께 했던 사람을 징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는데도 함께 했었고, 징계를 내리면 다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 징계를 하면 우리도 함께 피해를 본다는 생각을 의외로 많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한다. 진리를 다루는 신학과 법을 통하여 진실을 판단하는 구성체는 더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신 대법관 사건은 법의 엄정성과 공정성을 사법부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다. 스스로 신뢰를 저버렸는데 과연 범죄 피의자들이 자기가 받은 법의 심판을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병도 있지만 죽음을 재촉하는 병도 있다. 이번 일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지금 고치지 않으면 사법부의 근간인 독립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를 무너뜨려 회복불능 상태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신 대법관과 사법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2009.03.17 20:5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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